언젠가 본 책에서 조금 비어 있는 동그라미가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나섰다. 꽉 찬 동그라미가 되려고. 동그라미는 비어 있는 곳보다 작거나 커다란 조각을 만나고 자기 몸에 끼워 보고는 맞지 않구나 했다. 그러다 동그라미한테 딱 맞는 조각을 찾았다. 그 다음에 어떻게 됐더라. 오래전에 본 거여서 잘 생각나지 않지만, 동그라미는 자신한테 딱 맞는 조각을 만나고 기뻤지만 다시 떨어졌던 것 같다.

 

 잃어버린 조각을 만나 자기 몸을 꽉 채운다고 좋을까. 잠시 마음이 꽉 찬 느낌은 좋을 것 같지만 어쩐지 답답해 보인다. 동그라미도 처음에는 좋았지만 아주 잘 굴러가서 싫었겠지. 빈 곳이 있으면 천천히 굴러가서 이것저것 볼 수 있다. 그것 때문에 본래 빈 동그라미로 돌아갔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비어 있는 무언가 때문에 쓸쓸하겠지. 어쩐지 사람은 그것을 채우려고 사는 것 같다. 그건 채울 수 있을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빈 곳은 그대로일 것 같다. 아니 가끔 마음이 꽉 찬 느낌이 들 때도 있을 거다. 그러다 다시 비겠지. 그런 게 좀 아쉽겠지만 빈 곳은 비어 있는 대로 두는 것도 괜찮다. 그래야 다른 걸 들일 수 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 쉴 곳 없네’ 하는 노랫말이 생각난다. 자기 자신으로 꽉 찬 사람도 있겠다. 그건 겁이 나설지도. 누군가, 그게 친구여도 사람은 사람을 만나고 시간이 흐르면 자신을 떠나가지 않을까 걱정한다. 아니 그런 걱정보다 기대해서 힘들던가. 차라리 아무하고도 사귀지 않으면 기대하지 않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고 혼자 지내는 사람도 있겠다. 다른 거 생각하지 않고 혼자 잘 지내는 사람은 좋아하는 게 있어서일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 있다 해도 빈 곳은 채울 수 없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각하면 좀 나을까. 누구한테나 빈 곳이 있다고. 누구나 혼자고 누구나 쓸쓸하다는 말도 생각난다. 그런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이 따스해진다. 그게 순간일지라도 그걸 쌓아가는 게 삶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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