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왜 ‘문화의 날’은 한달에 한번뿐일까, 날마다 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다시 한달에 한번이 낫겠다 했다. 좋은 날, 특별한 날은 한달이나 한해에 한번이면 된다.
날마다가 축제, 라는 말을 한 사람도 있지만. 이건 평소에 어깨에 힘 빼고 날마다 즐겁게 살라는 말은 아닐까. 별일 없는 나날이어도 잘 보면 조금 다를 거다. 다른 걸 알아보면 좋겠지만, 그것도 어쩌다 한번 알아채도 괜찮다. 날마다 무언가를 찾으려고 마음을 곤두세우고 다니면 지친다. 다른 때는 스쳐지나가는 걸, 어느 날 우연히 만나면 기쁠 거다.
한국에는 달마다 명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 그건 농작물과 상관있었다. 예전에 지내던 명절이 사라진 건 농사 짓는 사람이 적어서겠다. 지금은 달마다 무슨 날이라고 하면서 물건을 사게 한다. 그날을 챙겨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날을 특별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 장사 하는 사람이 만들어 낸 날이겠지만, 심하지 않게 즐기면 괜찮겠다.
누구한테나 특별한 날은 있다. 그건 바로 자신이 이 세상에 온 날이다. 부모가 없어서 그날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이 알겠지.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 그날도 특별하게 여기지 않지만. 그날은 자신이 축하받아야 할까, 자신을 낳아준 부모한테 고맙다고 해야 할까. 둘 다 하는 게 좋겠다. 부모가 없는 사람은……. 부모가 없다 해도 그 사람을 낳은 사람은 있다. 부모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있지만, 누군가의 자식이 아닌 사람은 없다. 부모가 없으면 자신을 낳은 누군가를 생각하면 되겠지.
자신이 태어난 날을 누가 알고 축하하지 않더라도 섭섭하게 여기기보다 자신이 축하하면 어떨까. 나도 그러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그래야겠다. 특별한 날이라고 해서 꼭 누군가와 함께 보내야 할까. 함께 보낼 사람이 있다면 함께 보내고, 혼자라면 혼자 즐기자. 내가 없어서 이런 말을 하는구나.
지금까지 살아보니 이거 아니면 저거보다, 이건 이것대로 저건 저것대로 좋다는 걸 깨달았다(하나를 정해야 하는 것도 있겠지). 특별한 날이 한달이나 한해에 하루여도 괜찮고 날마다를 특별한 날처럼 지내도 괜찮겠다. 날마다 특별한 날이다 생각한다면, ‘특별한 날’ ‘더 특별한 날’ ‘더더 특별한 날’ 이라 구분 짓는 것도 재미있겠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