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봐, 나야. 나하고 친구 하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려고 책장 앞에 서면, 제목이 마음에 들어 한번 보고 싶은 책, 나중에 빌려 볼까 하는 책, 바로 빌려서 보고 싶은 책이 나를 부른다. 빌려 볼 책은 벌써 정했는데, 보고 싶은 책이 더 있으면 좀 아쉽다. 나중에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보는 것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잊기도 한다.

 

 “미안해, 한번 만나려 했던 책아.”

 

 끊임없이 나오는 책을 보면 출판사 잘 안 되는 거 맞나 싶기도 하다. 아주 많은 출판사에서 잘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한해에 책 한권 내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 곳은 한해를 어떻게 나는 걸까. 예전에 나온 책이 조금씩 팔릴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문을 닫을지. 작은 곳이어도 꿋꿋하게 오래 책을 내는 곳 있겠지. 그런 곳은 일하는 사람이 적어서 몇 사람이 오래 일할 것 같다. 그래도 책 한권을 만들어 내면 뿌듯하겠다.

 

 “즐겁게 책 만드세요. 작은 출판사.”

 

 천천히 책을 다 보고 도서관에 가면 빌린 책이 보고 싶어서 집에 빨리 온다. 집에 와서 바로 책을 보느냐 하면 그러지 못한다. 빌린 책은 다 보려 하지만 아주 가끔 잘 사귀지 못하는 책도 있다. 책을 잘 못 보는 건 책 탓이 아니고 내 탓이겠지. 어떤 책이든 잘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 네 마음은 언제나 열려 있을 텐데, 난 그러지 못하는구나.”

 

 책은 나 한사람이 아닌 많은 사람한테 말을 건다. 그래도 책을 만날 때는 책과 나 둘뿐이다. 책을 만날 때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책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책이 하는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런 건 괜찮겠지.

 

 “책아, 내가 만나고 싶을 때 언제나 거기 있어서 고마워.”

 

 “뭘. 나도 내가 하는 말 듣는 사람이 있으면 좋아.”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