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글쓰기를 시작하고 어떻게든 썼다. 쓰기 전에는 내가 백일 동안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다 쓴 지금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생각한다. 이건 끝나서 할 수 있는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백일 동안 쓰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그냥 내 마음대로 써도 괜찮은 일기라면 할 수 있겠지만(가끔 일기에나 써야 할 것도 썼구나). 누군가한테 보이는 글은 어렵겠다. 다시 자신 없어지다니.

 

 글을 쓰면 내가 좀 달라질까 했는데,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글을 쓸 때 잠깐 괜찮고 시간이 흐르면 본래대로 돌아갔다. 그래도 잠시라도 좋은 생각 하는 시간이 있으면 낫겠지. 평소에는 내가 어둡고 우울한 생각을 해도 글에는 좋은 말을 쓰려 했다. 이건 마음을 숨기는 걸까. 꼭 그렇지는 않겠지. 그때는 그런 마음이었을 거다. 자기 마음을 다 드러내기보다 그러지 않는 게 훨씬 낫다. 썼다가(말했다가) 나중에 왜 그런 말 했을까 할 테니 말이다.

 

 예전에 한달에 한번 짧은 이야기를 쓰려 한 적 있는데, 백일 동안에는 그때보다 많이 썼지만 더 쓰지 못해서 아쉽다. 백일 글쓰기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는 며칠에 한번 썼는데, 시간이 흐르고는 떠오르는 게 없어서 못 썼다. 그래도 블로그를 하다 알게 된 친구 이름을 이야기에 써서 괜찮았다. 나만 좋았던 것 같지만. 좀더 좋은 글에 이름을 썼다면 좋았을 텐데. 쓰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르자 거기에 누구 이름이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기도 하고, 누구 이름을 써야지 하고 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글에 이름 썼다 해도 그걸 못(안) 보고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한사람은 글에 쓴 것처럼 우연히 알아서 썼다. 내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라는 걸 모를 거다. 이런 걸 여기 쓰다니, 이제라도 알기를 바라는 건지). 글을 잘 못 써서 이름 썼다 말하지 않았다. 쓸 이름이 있어서 어떻게든 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신기한 일이다.

 

 “이름 빌려준 분 고맙습니다.”

 

 내가 글을 잘 쓰지 못해도 백일을 채우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는데 별로 편하지 않다. 이건 대체 무슨 마음일까. 나도 모르겠다. 백일 글쓰기는 끝났다 해도 글쓰기 자체는 끝나지 않아선가 보다. 그동안 이야기뿐 아니라 시도 조금 써서 좋았다. 멋진 시는 아닐지라도. 앞으로도 시나 이야기 쓰고 싶다. 쓸 수 있기를 바란다.

 

 새해 계획은 별거 없다. 올해 하던 거 이어서 하기다. 좀더 즐겁게 하면 좋겠다. 마음 단단하게 하기는 거의 못했다. 올해 생각했던 건데, 그건 어떻게 하면 될까. 책 읽고 글 쓰는 것밖에 모르겠다. 마음이 나아지길 바라고 그냥 그걸 할 수밖에 없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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