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보관가게는 도쿄 외각 상점가 서쪽 끄트머리에 있어요. 간판은 없고 포렴이 걸려 있는데 거기에 쓰인 말은 사토(설탕이라는 뜻이 있고 사람 성이기도 합니다)예요. 본래는 보관가게 기리시마지만 사람들은 보관가게 사토라고 알고 있답니다. 그렇다 해도 큰 문제없이 보관가게는 굴러간다고 하네요. 보관가게 주인은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보관가게지만 처음에는 과자가게였다고 해요. 1대가 과자가게를 하고 2대는 과자가게를 잇기 싫어 회사원이 되고 회사원 아내가 과자가게를 이어서 했는데 몸이 건강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보관가게를 하는 기리시마 도오루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 얼마 뒤 엄마가 사라지고, 나중에는 아버지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도오루는 시각장애인 학교를 마치고는 집에 혼자 있었어요. 부모가 집을 그대로 두어서 다행이 아닌가 싶네요.

 

 도오루가 보관가게를 하게 된 건 우연입니다. 어느 날 밤에 모르는 남자가 찾아와서는 도오루한테 신문지에 싼 걸 보관해달라면서 보관료를 주었습니다. 얼마 뒤 남자는 누군가를 총으로 쏜 범인으로 경찰에 잡혔다는 뉴스가 나와요. 그날 도오루는 구청 복지과 사람을 불러서 보관가게를 한다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도오루여서 무언가를 맡아주는 일 괜찮았겠지요. 주인이 눈이 보이는 사람이었다면 사람들이 무언가를 맡기지 않았을 거예요. 예전에 이 책 알았을 때 전 물건 맡기는 돈이 언제나 100엔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제목을 제대로 보고 ‘하루에 100엔’이라는 거 알았습니다. 물건 맡기는 날이 길어지면 돈을 더 내야겠군요. 하긴 겨우 100엔 받고 물건을 보관하면 어떻게 먹고 살겠어요. 도오루가 돈을 많이 벌려고 보관가게를 한 건 아니지만. 보관가게를 생각하고 눈이 보이지 않는 자신도 무언가 할 수 있겠다 생각했겠지요. 도오루는 기억력도 좋아요. 손님 목소리와 이름을 기억하고 손님이 다시 오면 바로 맡은 물건을 갖다줬습니다.

 

 첫번째에서 도오루는 자기 엄마가 자신한테 준 돈일지도 모르는 걸 자신한테 점자책을 만들어다주는 아이자와 씨한테 줘요. 오빠 유품이라면서. 도오루가 보관가게를 떠올리게 해준 남자 있지요. 그 사람이 바로 아이자와 씨 오빠로, 그 사람은 형무소에 면회 온 아이자와 씨한테 보관가게에 물건을 맡기고 마음이 따듯했다고 했답니다. 보관가게에 오는 사람은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었어요. 부모가 헤어져서 어머니하고만 사는 사사모토 쓰요시는 어머니가 힘들게 구해준 오래된 자전거와 아버지가 사준 비싼 새 자전거 사이에서 무엇을 타야 할까 망설였습니다. 아버지 마음도 중요하지만 지금 함께 사는 엄마 마음을 더 생각했습니다. 다행하게도 자전거는 본래 주인 자전거 가게 아저씨한테 돌아가요. 자전거 가게 아저씨는 그 자전거를 무척 소중하게 다뤘습니다.

 

 어떤 물건이든 보관해주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 뭔가 맡기기도 할까요. 좀더 뒤로 미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런 거 맡기고 싶을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저한테는 그런 게 없습니다. 자신의 추억을 소중하게 다루어줄 사람을 찾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 사람은 보관가게에 여러 번 찾아와 도오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요. 눈이 보이지 않아선지 도오루는 세상 때가 묻지 않았습니다. 인상도 좋은가 봅니다. 도오루는 손님이 여자든 남자든 적당한 거리를 두었는데 한번은 좀 이상했습니다. 비누 냄새가 나는 아가씨가 왔을 때였어요. 비누 아가씨라는 말은 보관가게에 사는 하얀 고양이 사장님이 붙인 이름입니다. 고양이 이름이 사장님이에요. 어떤 만화에서는 가게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점장이라고 하더군요. 비누 아가씨가 맡긴 건 책 《어린 왕자》였습니다. 도오루는 그 책이 알고 싶었어요. 그것을 점자책을 만들어다주는 아이자와 씨가 도오루한테 읽어주었습니다. 비누 아가씨는 책과 마주하려고 책을 찾으러 보관가게에 왔을까요.

 

 네번째 이야기만 빼고 다른 것은 포렴 자전거 과자진열장 그리고 고양이가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이런 식으로 쓰는 것도 재미있네요. 어쩌면 이건 도오루 눈이 보이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조금 힘들겠습니다. 한가지 배웠습니다. 삼인칭도 있지만 물건이나 동물이 말하는 일인칭도 괜찮네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면 자주 보는 이야기와는 다를 것 같습니다. 소리와 냄새 감촉을 말할 듯하네요. 그건 그것대로 새롭겠습니다. 책 이야기 하다 이런 말을 하다니. 이 책은 줄거리를 말하기보다 다른 것을 말해야겠다 생각했는데 그것을 잘 못했네요. 이야기가 따듯합니다. 도오루는 보관가게에 찾아오는 손님 말을 들어주기도 해요. 손님은 자기 얘기를 도오루한테 털어놔서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물건을 잠시 맡기는 것도 비슷한 일이겠습니다. 잠시 어떤 걸 보지 않으면 다른 생각을 하거나, 일이 바뀔 수도 있잖아요. 실제 그런 일이 한번 있었습니다. 그건 본래 그렇게 될 일이었지만,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도 포렴 자전거 과자진열장 고양이가 말하는 보관가게에 한번 가 보세요. 거기에는 가게에서 (점자)책을 읽는 도오루가 있을 거예요. 도오루는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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