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저는 어떤 공간을 좋아한 적 없습니다. 그런 곳이 있다면 자주 갈지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집에, 자기 방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저는 어디보다 제 방을 편하게 생각하고 좋아하는 건지도. 제가 만약 집을 떠나 제 방이 사라진다 해도 그렇게 섭섭하게 느끼지 않을 겁니다. 그런 일이 없어서 그런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때와 똑같지 않을 텐데. 예전과 똑같지 않은 건 그곳이 바뀐 것이 아니고 자신이 바뀌어서겠지요.
왜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만약 반대 처지였다면 전 아무 말하지 않았을 겁니다. ‘여긴 내가 예전에 지낸 곳인데 이렇게 바뀌다니’ 같은 말. 이런 거 쓴다고 좋아질 리 없는데. 저를 이상하다 여길지도 모르겠군요. 다들 저와는 다를 테니까요. 집을 떠났다가 돌아가면 그곳이 그대로길 바라잖아요, 그렇지요.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게 있다면 자신이 챙겨야지, 그런 거 하지도 않고 없어졌다고 아쉬워하다니.
어딘가 숨을 곳 하나 있으면 좋겠습니다. 편하게 갈 수 있는 곳보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갈 수 있는 곳. 저는 그런 곳이 없습니다. 저만 없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책속은 어떨까요. 어릴 때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현실을 잊으려 책을 보는 것이겠지만, 그것만 있을까요. 책을 본다고 현실을 다 잊을 수 있을지. 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다 알고 있겠습니다.
맨 앞에서 말한 것과 바로 앞에서 말한 거 조금 다를까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어릴 때 좋아한 책을 떠올리는 것과 자신이 어린시절을 보낸 곳을 떠올리는 건 비슷할지도. 실제 보이는 것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게 없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자신이 지낸 곳이나 책이 사라져서 더 아쉬워하는 건 아닐까요. 사람은 지금 자신한테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을 더 좋게 생각하기도 하잖아요. 제 생각에 반대하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어떤 곳이나 물건보다 그때 기억이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