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쓸 때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꼭 그런 건 아니기도 하다. 난 혼자여서 아이한테 편지 써 본 적 없고 앞으로도 못할 거다. 내가 편지를 쓰는 사람은 친구뿐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마음속으로는 친구라 생각한다. 난 사람을 정말 못 사귄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는 내가 먼저 말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나한테 물어보는 것에는 대답하기도 하지만. 글이라는 게 없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때는 그때대로 혼자 지냈을까.

 

 얼마전에 라디오 방송에 자기 아이한테 편지를 쓴 엄마가 나왔다. 아이한테 편지를 쓰고 그게 책으로 나와서였다. 그 작가 이름은 김정은이고 책은 《엄마의 글쓰기》다. 큰딸이 초등학교 6학년 열세살이었는데 말을 잘했다. 엄마 김정은은 일하느라 아이들과 따로 살다 몸이 아파서 일을 그만두고 집에 있었다. 그때는 아이들과 살게 됐는데, 아이들이 엄마를 서먹서먹하게 여겼다. 마침 집 앞에 도서관이 생겨서 김정은은 아이들과 함께 가서 아이들이 골라오는 책을 읽어주었다. 그걸 네다섯해쯤 했다고 한다.

 

 아이마다 다르겠지만, 요즘은 사춘기가 빨라졌겠지. 어느 날 첫째가 엉뚱한 말을 해서 김정은은 자신이 어렸을 때를 생각하고 편지를 썼다고 한다. 그 뒤로도 김정은은 아이한테 하고 싶은 말이나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면 편지를 썼다. 편지를 써주는 엄마 좋을까. 난 좋을 것 같다. 처음에 그런 거 받으면 어색하겠지만. 말로 못하는 걸 글로 쓰면 차분하게 쓸 거다. 말은 한번 하고 나면 주워담기 힘들다. 말도 천천히 생각하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내가 그렇던가, 이건 좋은 뜻이 아니다. 난 말을 잘하지 않아서 못하기도 하지만 하기 싫기도 하다. 글로 쓰는 말도 힘들고 말하는 건 더 힘들다.

 

 날마다 얼굴 보는 사람한테 편지쓰기는 좀 어려울까. 그래도 아이한테 쓰는 건 좀 다를 것 같다. 휴대전화기로 쉽게 보내는 문자메시지가 아닌 종이에 손으로 편지를 쓰면 쓰는 사람뿐 아니라 받는 사람도 좋을 거다. 부모가 쓴 편지를 받는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는다고 느낄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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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9-22 0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첨 받을 땐 눈물나요. 맞춤법 틀린 것, 필체 그런 게 다 감동적이죠. 상황까지 엮이면 더.

희선 2017-09-23 01:07   좋아요 0 | URL
AgalmA 님은 어머님한테서 편지를 받은 적 있군요 처음에는 편지가 온 것만으로도 감동스럽고 눈물 나겠습니다 어쩐지 그럴 것 같네요 별 말 아니어도 눈물 나겠죠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