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와 뇌과학

 

  피아니스트의 뇌 : 뇌과학으로 풀어낸 음악과 인체의 신비

  ピアニストの腦を科學する: 超絶技巧のメカニズム (2012)

  후루야 신이치   홍주영 옮김

  끌레마  2016년 05월 20일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모든 음악이 그런 건 아니예요. 어쩐지 무서움을 느끼게 하는 음악도 있습니다. 뇌에서 어떤 부분을 다치면 그걸 느끼지 못하기도 한답니다. 어떤 부분이라 하다니. 뇌과학을 말하는 책을 만나본 적은 얼마 없어요. 피아니스트와 뇌과학 무슨 상관있을까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아니 피아노를 어렸을 때부터 치면 뇌가 보통 사람과 다를까 하는 생각은 조금 했네요. 보통 사람은 거의 한 손만 많이 씁니다. 피아노는 두 손가락을 다 써서 음악을 연주하지요. 어쩐지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하면 뭔가 좀 다를 것 같지 않을까요. 실제 조금 다르기도 합니다. 뭐가 다르냐 하면 피아노를 늘 치는 사람은 잘 듣습니다. 저는 악보를 보고 천천히 치는 건 해도 그게 어떤 음악인지 잘 몰라요. 피아노를 오래 쳐본 사람은 악보만 봐도 그 음악을 압니다. 전 지금까지 그걸 청력이 좋아서 그런 거다 생각했어요. 그건 청력보다 뇌를 다르게 써서였다는 걸 이 책을 보고 알았습니다. 그건 훈련하면 된다고 하네요. 조금은 타고난 음감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초등학생 때 피아노를 아주 조금 배웠습니다. 두 손가락을 움직여서 피아노를 치는 건 재미있어요. 오래 배우지 못해서 연주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학교 다닐 때 음악시간에 멜로디온을 연주했어요. 그걸로 놀다보면 어떤 노래 멜로디가 어떻다는 걸 알 게 되기도 합니다. 그게 확실한지 잘 모르지만 멜로디온을 치면 그 노래처럼 들리기도 했어요. 음을 알아듣는 건 정말 훈련하면 정확하게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알 수 있다는 말이 맞는 듯합니다. 피아노는 두 손을 쓰기 때문에 뇌 왼쪽뿐 아니라 오른쪽도 다 씁니다. 머리가 좋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아주 조금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감성이 좋을까요. 피아노를 어릴 때부터 치면 뇌 신경세포가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나중에 익숙해지면 보통 사람보다 신경세포가 덜 움직입니다. 그건 뇌가 힘을 덜 쓰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보통 사람이 피아노를 친다면 그것만으로도 힘들 텐데, 피아노를 늘 친 사람은 그걸 하면서도 다른 걸 생각할 수 있겠지요. 뇌를 많이 쓰지 않으니까요.

 

이 책에 <노다메 칸타빌레> 이야기가 조금 나오기도 해요. 그게 어떻다고 나온 건 아니고 아주 잠깐이에요. 이 책을 보다보니 그게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노다메는 악보를 보고 피아노를 치기보다 다른 사람이 치는 거나 CD를 듣고 피아노를 쳤습니다. 노다메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봅니다. 피아노를 오래 치면 거의 그렇게 할 수 있다더군요. 음뿐 아니라 그때 어떤 손가락으로 쳐야 할지 안다고 하네요. 스포츠도 뇌와 깊이 관계있습니다. 몸이 익힌다고 생각하는 건 뇌가 기억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뇌는 알 수 없는 게 아직도 많습니다. 피아니스트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려도 자신이 피아노로 친 음악을 잊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억과 피아노 치는 건 다른 식으로 뇌에 저장되는 건지도.

 

음악을 하는 사람은 다른 나라 말을 쉽게 익히기도 합니다. 피아노를 아주 잘 치는 노다메(<노다메 칸타빌레>에 나오는)도 다른 나라 말을 밤을 새워 익혔습니다. 듣고 말하기예요. 노다메는 프랑스로 공부하러 갔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서 조금 힘들어합니다. 같은 아파트에 일본 만화영화를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있었어요. 남자아이가 만화영화를 봤는데 그건 노다메가 아주 좋아하는 거였습니다. 프랑스말로 나오는 걸 노다메는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봅니다. 노다메는 읽는 건 잘 못해도 듣고 말하는 건 바로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만화여서 좀 지나친 면은 있지만, 아주 거짓말은 아니기도 해요. 말도 음악처럼 들을 수 있을 테니까요. 피아니스트는 피아노 치는 게 말하기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을 아는 건 아니지만 음악이 말이 되기도 하겠네요. 음악을 즐기려면 악기를 배우면 더 좋다고 합니다. 이렇게 말해도 저는 지금 바로 뭔가 배울 수 없네요. 전 피아노 소리 나오는 노래 좋아합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다루는 악기 소리를 더 잘 듣는다고 해요. 어쩐지 이건 재미있네요.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병이 있다고도 합니다. 피아노를 잘 치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데, 연습을 많이 하면 아프기도 하다니. 그건 피아노를 치는 자세가 안 좋아서 그렇답니다. 뭐든 자세를 바로 하면 괜찮기는 하지요. 몸을 많이 써서 아플 때도 있지만 뇌를 많이 써서 피아노를 잘 치기 어려울 때도 있답니다. 적당히 하라 말하면 안 되겠지만, 하루에 어느 정도만 하고 쉬면 아프지 않겠지요. 실제 피아노를 치기보다 이미지트레이닝을 해도 괜찮다니, 그것을 자주 하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음악으로 뇌졸중과 이명을 고치기도 한다니, 음악은 사람한테 좋은 거네요. 뇌졸중인 사람은 음악을 듣기보다 스스로 악기를 연주하고 재활훈련을 합니다. 자신이 연주하는 것을 듣고 몸을 움직이니 좋아지겠지요. 음악은 배경음악으로 들을 때보다 마음 써서 듣는 게 더 효과가 좋습니다. 이건 당연한 거군요. 무언가 할 마음이 들게 하는 음악도 있을 텐데, 그런 음악을 많이 듣고 싶기도 합니다. 음악과 뇌는 연구한 지 좀 됐겠지요. 피아니스트는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힘을 얻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것보다 피아니스트라는 말이 있어서 이 책을 보았습니다. 어렵기도 해서 잘 못 읽었어요. 그냥 생각나는대로 조금 적었습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피아니스트기도 해요. 자신처럼 음악을 하면서 뇌와 어떤 상관이 있을지 알아보는 사람이 많기를 바랐습니다. 과학자여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음악을 하던 사람이 과학을 하기는 조금 어려우니, 과학하는 사람이 음악도 하면 괜찮겠습니다. 과학하는 사람이 예술에 관심을 갖기도 하니 그런 일 아주 없지 않겠네요.

 

 

 

 

 

 

 

 

 

슬슬 옷 갈아입으려는

슬슬 버릴 준비하는

느티나무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 개

 

  개와 웃다

  마루야마 겐지   고재운 옮김

  바다출판사  2016년 05월 06일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은 개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가 아닌 동물과 마음을 나누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와 얽힌 이야기도 많을 거예요. 술을 마신 주인이 들에서 잠이 들고 불이 나자 개는 자기 몸에 물을 묻혀서 불을 끄고 주인을 살린 이야기가 있습니다. 개는 충성심도 있지요. 모든 개가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 사나운 개도 보이니까요. 봤다기보다 어린이가 커다란 개한테 물려죽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커다란 개여도 성격이 온순한 것도 있을 텐데, 그 개 주인이 개를 사납게 만든 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아이가 부모한테 영향받는 것보다 개가 주인한테 영향받는 게 더 클지도 모르겠어요. 주인을 그리는 개 이야기도 예전에 보았습니다. 그 개는 시바이누였어요. 시바이누는 본래 한 주인만 따를까요. 그런 성격 때문에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안 되어 보이기도 합니다. 처음 주인이 죽으면 주인이 죽은 것도 모르고 기다릴 테니까요. 하치가 그랬습니다. 그거 봤을 때 슬펐어요. 하치가 시바이누여서 그런 것이 아니고, 주인을 잊지 못한 거다 생각해야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하치를 돌보려고 했을 때 하치는 따라가지 않았으니까요. 아주 먼 거리를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 개도 있습니다. 그 개는 왜 먼 곳에 갔을까요. 집으로 돌아온 것만 신기하게 여겼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개를 많이 기르겠지요. 예전에는 마당에서 개를 기르는 것을 보기도 했는데 요즘은 집 안에서 기르는 사람이 많겠습니다. 커다란 개보다는 작은 개를 키우겠네요. 개한테 옷을 입히고 털을 깎거나 물들이기도 하지요. 저는 순하게 보이는 커다란 개도 무섭습니다. 가끔 걷다가 개를 보면 눈치를 봐요. 가까이 가면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개를 보면 잠깐 몸이 굳습니다. 큰 개면 그 개와 반대쪽으로 가곤 해요.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도 잘 안 갑니다. 이건 개를 무서워하는 걸까요. 예전에 개를 피하다 뒤로 넘어진 적이 있어서 그런지도. 그 길 넓었는데 사람은 잘 다니지 않았습니다. 마루야마 겐지는 개한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 말을 가끔 들었네요. 개는 서열을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고. 아주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큰 개는 기르지 않는 게 좋을지도. 개가 아이를 지키는 이야기 본 적 있지만, 그런 개로 기르기 어렵겠지요. 마루야마 겐지는 개와 아주 친근하게 지내고 싶어했는데 그런 개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개를 만나고 자신이 좀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말해요.

 

개나 고양이를 기르고 식구처럼 지내는 이야기를 보면, 이제부터 개나 고양이를 길러야지 한 사람은 없었던 듯합니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개와 고양이와 함께 지내다 정이 들었어요. 개나 고양이를 길러야겠다 마음먹고 찾은 사람도 있을 텐데, 마루야마 겐지는 소설가가 되고 시골로 이사하고 개를 기르기로 했습니다. 이것을 보다가 개는 어디에서 사는 걸까 했어요. 얼마전에 개를 파는 곳 이야기를 잠깐 봤는데 그곳 무척 안 좋았습니다. 사람이 먹는 소, 돼지, 닭도 아주 안 좋은 환경에서 기른다는 말 본 적 있는데, 개도 그렇다니. 사람이 동물한테 그래도 될까 싶습니다. 마루야마 겐지가 개를 산 곳은 T축산이라는 곳인데, 처음 산 개 셰퍼드는 집에 왔을 때는 건강했는데 오래 살지 못했어요. 디스템퍼에 걸린 개를 준 거였습니다. 두번째도 일찍 죽고 다음에 산 개는 나고 여섯달이 지나서 좀 컸습니다. 맥이라는 이름도 있었어요. 셰퍼드지만 별로 똑똑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훈련사한테 맡기고 훈련시켰지만 그때만 말을 듣고 본래대로 돌아갔어요. 다행하게도 마루야마 겐지는 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좀더 괜찮은 개가 없을까 찾았어요.

 

마루야마 겐지는 개를 보고 사람을 생각합니다. 완벽한 개는 없듯이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이런 말은 안 했던가(개 주인은 말했는데). 제가 생각한 거군요. 성질 안 좋은 개를 보고 누군가를 떠올렸습니다. 사람을 닮은 개도 있겠지요. 맥은 갑자기 죽었습니다. 마루야마 겐지가 다른 개와 같이 키웠을 때 맥은 그 개와 싸우지 않고 그 개한테 마음을 썼는데. 죽었다는 말을 보니 제가 더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기르던 개가 죽으면 또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서 개를 기르지 않기도 하는데, 마루야마 겐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세인트버나드를 기르기로 했어요. 맥과 바롱이 있었을 때 작은 개도 키웠습니다. 그 개는 집 안에서. 곰을 닮아서 구마고로(일본말로 곰은 구마)라고 짓고 구마라 했어요. 구마는 오래 함께 산 듯합니다. 조로, 맥, 바롱, 조르바, 류, 장고, 구로. 구마가 죽고 찾은 돈구리. 마루야마 겐지가 기른 개는 한 마리가 아닙니다. 마루야마 겐지는 커다랗고 검은 개를 좋아하는데 차우차우인 검은 개로 참기로 해요. 그 개가 구마와 돈구리예요. 돈구리는 드라이브를 좋아합니다. 그런 개도 있다니.

 

사람과 사는 동물이 동물원 동물보다 좀 나을까요. 사람과 사는 동물도 힘들 듯합니다. 본래는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데, 사람이 그런 곳을 빼앗아서. 개를 기르다 버리는 일도 문제네요. 개는 장난감이 아닌데,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도 있겠지요. 마루야마 겐지는 개를 자유롭게 풀어두고 길러야 한다고 말합니다. 도시에서는 참 어려운 일이지요. 개가 죽어서 마음 아팠다는 말은 없지만 그런 마음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닐 겁니다. 꿈에 나오기도 한다니, 지금도 마루야마 겐지는 가끔 꿈속에서 개와 함께 웃겠지요.

 

 

 

희선

 

 

 

 

☆―

 

완벽한 개를 찾는 일에만 열중해 정작 자신이 완벽한 주인이 되는 일을 잊고 있었다.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깊이 반성한다.  (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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