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보니 비행기 구름이 있었다. 비행기가 날아가면서 구름을 만들었다. 위쪽에 있는 것은 먼저 만들어진 비행기 구름일지도... 높고 파란 하늘도 좋고 구름이 예쁘게 깔린 하늘도 좋다.

 

 

 

 

 

 

데가미바치 20

아사다 히로유키

集英社  2016년 01월 04일

 

 

 

이 만화를 본 지 몇해가 됐는지 확실하게 모르겠다. 만화잡지에 연재한 건 2005년이고 첫번째 책이 나온 건 2007년이다. 그때는 이런 만화가 있는지 몰랐다. 내가 이걸 본 건 2010년 4월로 그때 9권까지 나왔다. 앞에 아홉권은 빨리 나온 것 같기도 한데, 그 뒤에는 천천히 나왔다. 한해에 한권이나 두권 나오기도 했다. 2010년에서 2016년까지 보다니, 햇수로는 일곱해다. 돌아보면 짧지 않은 시간이구나. 그만 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한 적도 있는데, 이렇게 끝이 나는 만화 보는 건 두번째다. 만화를 그렇게 많이 보는 것도 아닌데 그 안에서 두 가지나 끝이 나다니.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편하기도 하다. 마지막 권이 나왔을 때 바로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제야 봤다. 아쉬운 마음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 그랬으리라고 믿고 싶다. 내 마음을 내가 잘 모르는 건가. ‘마음’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꽤 중요한 말이다. 사람이 쓰는 편지를 마음이라 여기고, 갑충은 사람 마음을 먹이로 삼는다. 그 갑충을 해치우는 데도 마음이 쓰인다.

 

지금까지 보면서 감동받기도 했는데 그게 다 생각나지는 않는다. 데가미바치 고슈는 편지인 라그를 배달하고, 라그는 그런 고슈를 보고 자신도 데가미바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다. 몇해 뒤 라그는 데가미바치가 된다. 데가미바치가 된 라그는 니치를 비롯해 많은 사람을 만난다. 멀리 사는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는 따듯한 이야기로 보였는데, 앰버그라운드의 비밀이 드러난다. 빛이 없는 앰버그라운드를 밝히는 건 수도 아카츠키에 뜬 인공태양이다. 인공태양을 밝히는 건 사람 마음이고 그 안에는 갑충이 있었다. 깨어나면 갑충이 되는 건가. 인공태양에 마음을 보내는 장치에서 하나인 여제 목숨이 얼마 남지 않고, 여제가 죽으면 인공태양은 꺼진다. 단지 어두워지기만 하면 괜찮지만 인공태양 안에 잠든 아주 커다란 갑충 스피리터스가 깨어난다. 인공태양은 어둠을 밝히는 빛이라기보다 스피리터스를 잠재울 뿐인 요람 같다. 그것 때문에 마음을 잃고 목숨을 잃은 사람이 많았다. 이제는 앰버그라운드에 사는 모든 사람 목숨이 위험했다. 라그는 많은 사람이 희생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이런 말을 한 건 많은 사람이 희생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괜찮다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서다.

 

라그와 치코는 수도 아카츠키에 갔다. 스피리터스를 무찌르려고. 갑충이 사람 마음을 먹이로 삼지만, 갑충은 마음탄에 쓰러지기도 한다. 스피리터스도 엄청나게 많은 마음으로 스피리터스의 약한 부분을 쏘면 쓰러뜨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거다. 치코는 많은 사람 마음을 이용하려 했고, 라그는 많은 사람이 쓴 편지로 하려고 했다. 편지는 마음과 같으니까. 전에 라그가 편지를 모아달라고 했는데 그건 어디에 있나 했다. 늦지 않게 라그가 있는 곳에 왔다. 많은 편지는 빛이 되었다. 마음탄과는 조금 달랐다. 많은 사람 마음이 담긴 편지가 희망의 빛이 된 건 아닐까. 그것으로 스피리터스를 쏘았다. 하나 더 있다. 라그 엄마는 라그한테 깜박임의 날 태어난 아이 다섯을 찾으라고 했다. 넷만 찾았는데 나머지 하나는 실베트였다. 깜박임의 날 태어난 아이한테는 아주 오래전 앰버그라운드 기억이 있었다. 라그는 그것을 보고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닫는다. 라그가 빛이 되어 세상을 비추는 거였다. 라그는 보통 사람처럼 태어나지 않고 많은 사람 마음이 모여서 형태가 만들어졌다. 열두해를 사람으로 살았는데. 라그도 보통 사람처럼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욕심일까. 라그는 본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 부분은 환상 같아서 뭐가 뭔지 알기 어려웠는데 이상하게 슬펐다. 누군가와 헤어지는 일은 슬프지 않은가. 그래도 라그 혼자가 아니고 니치가 함께여서 다행이다.

 

하치노스 관장인 로이드는 아버지가 왜 어머니와 자신을 인공정령 실험체로 썼는지 알게 된다. 예전에 그 이야기 봤을 때는 로이드 아버지를 나쁘다 생각했는데. 어머니가 죽을 병에 걸리고 다음에 로이드도 같은 병에 걸렸다. 어머니는 살리지 못했지만, 로이드는 아버지 장기를 조금씩 이식해서 살았다. 현실에서는 이런 일 일어날 수 없지만.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한다는 건 알았다. 어떤 일은 바로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로이드 목숨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는데, 죽기 전에 그걸 알아서 다행이 아닌가 싶다. 로이드는 어렸을 때 자신이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고 싶다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다니. 그 일을 한 건 라그다. 라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여러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구나. 이런 말로 흐르다니. 모습은 볼 수 없다 해도 세상을 따스하게 비추는 빛을 보고 라그를 떠올리는 사람 많을 것 같다. 라그는 늘 세상에 편지를 보낸다. 빛이라는 편지를.

 

종이에 글을 써서 보내는 것만이 편지는 아니다. 그게 가장 좋기는 하지만. 누구나 받는 편지가 있다는 거 아는가. 그건 자연이 우리한테 보내는 편지다. 그걸 즐거운 마음으로 받으면 좋겠다. 가까운 사람한테 하기 어려운 말이 있다면 편지를 써 보는 건 어떨까. 가까이 있어서 더 말하기 힘들기도 하겠지. 멀리 사는 사람한테도 편지로 소식을 전하면 그걸 받는 사람이 반가워하겠다. 편지는 받는 사람과 쓰는 사람 마음을 이어준다. 처음 하는 말은 아닌데, 내가 이걸 본 건 편지 때문이다. 이것을 처음 봤을 때도 지금도 여전히 편지를 쓴다. 앞으로도 쓰겠지. 내 편지를 받는 사람이 무거움을 덜 느끼게 써야 할 텐데 싶다.

 

 

 

 

 

 

 

 

편지

 

 

 

시간 많고

바쁘지 않은

내가 써야지

 

말하고 싶고

쓰고 싶은

내가 써야지

 

받으면 기쁘고

보내면 더 기쁜

내가 써야지

 

사나흘 뒤

웃음 지을 네 얼굴 떠올리고

나도 웃음 짓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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