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계

 

  앨리스 죽이기   アリス殺し (2013)

  고바야시 야스미   김은모 옮김

  검은숲  2015년 12월 21일

 

 

 

 

 

 

 

 

 

 

 

 

 

몇해 전에 루이스 캐럴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 보았다. 소설이 아닌 동화라고 해야 할까. 어릴 때는 잘 몰라도 만화영화가 하면 보기도 했는데, 만화영화로 본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 가서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했다. 나타났다 조금씩 사라지는 체셔고양이, 작은 애벌레, (사람이 아닌) 아기를 돌보는 여자는 누군지 몰랐는데, 이 책을 보고 공작 부인이라는 걸 알았다. 시계를 보고 달려가는 흰토끼. 생각나는 건 이 정도다.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에 이끈 게 흰토끼다. 책으로 보는 건 쉽지 않았다. 나는 그래도 다른 사람은 앨리스를 보고 여러 가지 상상을 하는지, 이것을 모티브로 글을 쓰거나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그런 걸 많이 보지는 못했다. 앨리스 잘 모르는데, 이 책 봐도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앨리스와 거기에 나오는 인물을 잘 알면 조금 도움이 되겠지만 잘 몰라도 괜찮다. 여럿이 정신없이 이야기 나누는 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 분위기와 비슷한 것 같다.

 

이것을 보니 생각난 게 있는데 그게 확실하게 뭔지 모르겠다. 보고 내 마음에 드는 건 제목을 기억하기도 하는데, 뭐지 하는 건 잊어버린다. 난 이것과 비슷한 것을 몇번 보았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같다는 건 아니다. 설정이라고 해야 할까. 나만 비슷한 걸 본 건 아니구나. 중국 장자는 호접몽을 말했다. 어느 게 현실이고 어느 게 꿈인지 알 수 없는. 자신이 현실이라 믿는 게 누군가의 꿈일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욕심 내지 말고, 한바탕 꿈 잘 꾸고 가자. 덧없는 삶이니 즐겁게 살자는 게 나쁘지 않지만 이걸 잘못 알아듣는 사람도 있을 거다. 이상한 나라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꿈속에서는 처벌받지 않으니 사람을 죽이는 일에 망설이지 않았다. 가상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은 현실과 가짜 세계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현실을 가짜라 여기고 잘 안 되면 다시 시작하지 생각할지도 모르고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은 죽이려 할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서는 지구가 꿈이고 이상한 나라가 현실이다. 이상한 나라에서 사는 인물은 지구에서 사는 꿈을 꾼다. 그것도 오랫동안 생생하게. 많은 사람이 같은 곳에서 사는 꿈을 오래 꾸다니.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에 같은 사람(동물)이 있지만, 똑같지 않다. 그런 것을 확인하는 것이 재미있게 보인다. 넌 이상한 나라에서 누구냐 하면 자기 정체를 그대로 말할까. 왜 이런 말을 했느냐면 거짓말한 사람이 있어서다.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서 험프티 덤프티와 그리핀을 죽였다는 의심을 산다. 앨리스가 도마뱀 빌과 흰토끼 도움을 받고 진짜 범인을 찾으려고 하지만, 빌과 흰토끼가 죽임 당하고 앨리스까지 죽임 당한다. 앨리스가 죽으면 어떡하나 했다. 여기 나오는 사람뿐 아니라 이 책을 보는 사람도 잘못 본다, 잘못 보게 한다. 앞으로 돌아가서 보면 다르게 보일까. 처음부터 알아보는 사람도 있을지도.

 

사람이 잔인하게 죽는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진짜 범인이 잡히고 이상한 나라에서 사형 당하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잔인하다. 이상한 나라에서 죽은 사람이 지구에서도 죽은 건 지구가 꿈이어서인가 했는데. 이렇게 생각해도 괜찮을까. 꿈속에서 죄를 지으면 벌받지 않아도 현실에서는 벌 받는다고. 붉은 왕이 깨어나서 지금 지구가 부서지는 건 책 한권을 다 읽어서 일어난 일 같다. 붉은 왕이 다시 잠드는 건 다른 책을 보는 걸 나타내는 거겠지. 이야기는 누군가의 꿈이기도 하니까. 붉은 왕은 작가일지도. 이 책은 어느 하나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 작가는 SF, 호러, 추리를 쓴다고 한다.

 

 

 

 

 

 

 

피에로는 모든 걸 본다

 

  십자 저택의 피에로   十字屋敷のピエロ (1989)

  히가시노 게이고   김난주 옮김

  재인  2014년 08월 06일

 

 

 

 

 

 

 

 

 

 

 

 

 

책을 보기 전에 제목에 나오는 피에로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책을 보니 인형이었다. 그것도 안 좋은 일을 불러들이는. 피에로 인형을 사거나 갖는 사람한테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피에로 인형을 가진 사람한테 자꾸 나쁜 일이 일어나서 그런 이야기가 붙은 걸까, 피에로 인형에 저주가 걸렸기 때문일까. 세상에는 저주에 걸린 물건이 이 사람에서 저 사람한테 넘어가기도 한다. 피에로 인형을 보니 그런 게 생각났다. 정말 물건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날까.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것을 물건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물건은 우연히 그곳에 있었을 뿐이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하는 일마다 아주 안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가진 것 가운데 안 좋은 물건이 있었다. 그것을 팔았더니 그때부터 일이 잘 풀렸다는. 이 이야기는 만화에서 잠깐 본 거다. 지어낸 이야기지만 실제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하는 물건은 한 곳에 있지 않고 여러 곳으로 옮겨다닐까. 피에로 인형도 다르지 않았다.

 

책 속에 나오는 사람은 피에로가 보고 생각하는 걸 모르지만, 책을 보는 사람은 그것을 알 수 있다. 알 수 있다고 해도 잘못 알기도 한다. 피에로 인형도 사람처럼 잘못 보는 건지도. 가장 처음에 죽는 사람, 아니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피에로 인형을 산 사람이다.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할 때는 다른 사람은 모르게 조용하게 할 것 같은데, 처음에 나온 모습은 어쩐지 이상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군가 죽인 건 아닐까 했다. 어떻게 그랬는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뿐 아니라 나중에 일어난 일도 마찬가지다. 누가 죽였는지 조금 짐작했지만 어떻게 한 건지는 몰랐다. 이런 책을 볼 때는 속임수(트릭)를 풀면 훨씬 재미있을까. 그렇게 해 본 적은 한번도 없다. 그렇게 집중하지 못해설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더 그랬다.

 

여기 나오는 집은 좀 별나다. 건물을 십자 모양으로 짓기도 할까. 아주 없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이용하기도 한다. 연극이라는 말을 보니 《가면 산장 살인사건》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람을 죽이는 게 나올 때는 왜 그런 일을 할까 한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욕심과 원한 때문이다. 원한은 다른 원한을 낳기도 하는데. 그런 걸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건 자기 마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설지도. 자신이 당한 일을 생각하면 다른 사람이 똑같은 일을 겪으면 어떨지 조금 알 수 있을 텐데. 나는 이렇게 책을 보고 천천히 생각해서 그렇다는 걸 아는 거겠다. 내가 안 좋은 일을 겪는다면, 나도 그대로 갚아주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주 큰 일이 아니면 시간이 흐르는 것과 그 일을 잊기도 한다. 잊을 수 없는 일도 있겠지. 사람을 죽이고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좋지 않은 생각으로 한 일은 언젠가 들키고, 그 일이 자신한테 돌아오기도 한다.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게 한 사람은 어떨까. 그 사람은 평생 그 짐을 짊어지고 살겠지. 그것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피에로 인형은 이제 십자모양 집을 떠난다. 피에로 인형이 나쁜 일을 생기게 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한테 가지 않게 잘 가지고 있으면 좋을 텐데. 다시 어딘가로 가고 그곳에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날까. 지금까지 피에로 인형은 사람이 가진 안 좋은 면을 많이 봤을 것 같다. 사람은 좋은 면도 많이 있는데. 앞으로는 피에로 인형이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집보다 좋은 일이 일어나는 집에 가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가 퍼지게. 피에로 인형을 사거나 가지는 사람한테는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

 

나는 결코 ‘비극을 부르는 피에로’가 아니다. 비극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점은 고조도 알고 있을 것이다.  (379쪽)

 

 

 

 

 

 

 

달라 보이지만 어딘가 닮은 이야기

 

  괴담의 집   どこの家にも怖いものはいる (2014)

                    (어느 집에나 무서운 건 있다)

  미쓰다 신조  현정수 옮김

  북로드  2015년 07월 03일

 

 

 

 

 

 

 

 

 

 

 

 

 

 

서로 다른 일이지만 어딘가 비슷한 점이 보일 때가 있다. 그런 걸 보고 한번 일어난 일은 두번 세번 일어난다고 할까. 이런 것과 좀 다를지도. 보기를 들으려 해도 아는 게 없다. 여러 사람한테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태어난 달이나 날짜가 같았다는 어떨까. 이건 범죄소설에서 여러 사람이 죽임 당했을 때 그 사람들이 어떤 관계인지 알아내는 것과 비슷하겠다. 여기에서는 미국 대통령 링컨과 케네디 이야기를 한다.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다니 몰랐다. 두 사람이 대통령으로 뽑힌 해, 링컨은 1860년이고 케네디는 1960년으로 일백년 차이가 난다. 둘 다 암살 당한 요일은 금요일이고 둘 다 머리 뒷부분에 총을 맞았다. 대통령 후계자 모두 존슨이라는 이름이고 부통령이 된다. 앤드루 부통령은 1808년, 린드 존슨 부통령은 1908년에 태어났다. 두 사람과 상관있는 일은 우연일 거다. 우연히 일어나는 일에 소름이 돋기는 한다. 이건 공포소설에서 쓰는 법칙일까. 그런 걸 잘 안 읽어봐서 나도 잘 모르겠다.

 

무서운 일이 일어나도 따듯하게 마무리 되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이야기도 있다. 무서운 이야기(일)는 전염성이 있다는 말도 있다. 제대로 봤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링》은 비디오테이프가 이런저런 사람 사이로 떠돌고 그것을 본 사람은 이상한 일을 겪는다(죽던가). 사람과 사람은 서로 말을 나눌 수 있어서 상대 마음을 조금 안다. 가끔 사람이 아닌 것과도 말을 나누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한쪽에서만 온다. 무서운 일은 그런 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은 무척 무섭다. 이상한 소리를 듣고 무서워도 그게 무엇인지 확인하려는 건 마음놓고 싶어서겠다. 마음놓고 싶어서 확인했겠지만 더 무서워질 때도 있겠다.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는 거의 그렇다. 전에 읽은 《노조키메》에서도 그 책을 읽다 이상한 느낌이 들면 읽지 마라 하는 말을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말을 한다. 그 말이 조금 무섭게 들렸지만 난 끝까지 다 읽었다. 이상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부르는 체질도 있을까. 그런 게 있다면 난 그런 체질이 아닌가보다. 무서운 이야기 들은 적 거의 없고 친구와 무서운 이야기한 적도 없다. 무서운 이야기가 전염성이 있다는 말은 무서운 이야기 백가지를 다 마치면 무언가 찾아온다는 말과도 이어지는 것 같다.

 

여기 나오는 집에 얽힌 다섯 가지 이야기는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다. 이 책이 나오게 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니까. 《노조키메》도 비슷하다. 거기에서는 어떤 글(책으로 낸 글)을 읽은 사람이 사라졌다. 여기에서도 조금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를 다 읽었더니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는. 소리만 들었다. 빗소리가 아닌 빗소리. 다섯 가지 이야기는 다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나타나는 것도 좀 다르게 보이지만, 사람들은 모두 ‘그것’이라 한다. ‘그것’은 아이로 보이기도 하고 늙은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고 젊은 여자로 보이기도 한다. 무서운 일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이야기를 읽고 왜 닮아 보이는지 추리한다. 세 가지를 읽고 그런 말을 해서 나도 무엇이 닮은 건지 생각해봤다. 두번째와 세번째는 실제로는 없는 곳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 다른 건 작가가 말한 걸 보고 그렇구나 했다. 하나, 왜 그런지 말하기 어렵지만 다섯 가지 일이 한 곳에서 일어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사람이 무서운 이야기를 읽는 건 왤까. 그런 이야기가 있으니까 보는 거겠지. 어떤 건 현실을 은유한다고도 하는데 난 읽어도 잘 모를 것 같다. 지금까지 본 것도 얼마 안 된다. 어떤 이야기든 현실에서 겪기 어려워서 보는 건지도. 작가는 무서운 이야기로 나타내고 싶은 게 있는 걸까. 어쩌면 그건 그것을 읽는 사람이 멋대로 생각하는 건지도. 이건 딱히 생각나는 건 없다. 여러가지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알 수 있지만, 그게 이어지지 않게 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곳에 가지 않는 것밖에는. 미쓰다 신조가 쓰는 무서운 이야기는 거의 이럴까. 다른 것도 보아야 좀 알 텐데.

 

눈에 보이지 않는 건 사람한테 나쁜 짓을 할 수 없다. 보이는 건 할 수 있을지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지만, 사람 마음을 잘 살펴야 한다. 한을 남기지 않도록. 죽을 때는 모든 일이 부질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이 겪은 일을 잊지 못할지도 모른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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