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구름도 조각낸 전깃줄

전깃줄 없는 넓은 하늘이 보고 싶다

 

 

 

 

 

 

일상에서 만나는 수수께끼

 

  일곱 가지 이야기   ななつのこ (1992)

  가노 도모코   박정임 옮김

  피니스아프리카에  2016년 04월 01일

 

 

 

 

 

 

 

 

 

 

 

 

 

책 제목이 《일곱 가지 이야기》고 책 속에 나오는 책 제목도 ‘일곱 가지 이야기’다. 여기에는 열네 가지 이야기가 담긴 것인가. 책 속에 나오는 ‘일곱 가지 이야기’와 이리에 고마코가 겪는 일이 아주 상관없지 않다. 고마코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일곱 가지 이야기’에서 읽은 이야기 하나를 떠올린다. 핏자국을 수박 주스라고 생각한 것을 듣는 <수박 주스의 눈물>에서는 ‘수박 귀신’을. 전시장에서 본 그림이 바뀌었다고 여긴 <모야이의 쥐>에서는 ‘금색 쥐’를 앨범을 보다 사진 한장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고 얼마 뒤 그 사진을 우편으로 받는 <사진 한장>에서는 ‘파란 하늘’을. 미군이 사는 땅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은 철망 앞 철쭉 사이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할머니를 보는 <버스 정류장>에서는 ‘하늘색 나비’를. 백화점 옥상에 있던 비닐로 만든 커다란 장난감 공룡이 태풍이 분 다음날 어린이집에 간 <1만 2천년 뒤 직녀성>에서는 ‘대숲이 불탔다, 대숲이 불탔다, 대숲이……’를. 무슨 꽃이든 하얀 색으로 칠하는 마유키를 만나는 <하얀 민들레>에서는 ‘내일 피는 꽃’을. 마지막 <일곱 가지 이야기>에서는 같은 제목 ‘일곱 가지 이야기’를 생각한다.

 

고마코가 읽은 책 ‘일곱 가지 이야기’에는 초등학생 남자아이 하야테가 나온다. 하야테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면 요양원에서 지내는 아야메한테 묻는다. 아야메라는 이름은 하야테가 지은 거로 처음 만났을 때 붓꽃 그림이 있는 옷을 입어서였다. 일본말로 붓꽃은 아야메다. 난 어렸을 때 이상한 일 별로 겪지 않은 것 같은데. 이상하다 해도 별로 관심 가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야테가 겪는 일과 고마코가 겪는 일은 같지 않지만 이어져 있기도 하다. 그래서였을까, 고마코는 ‘일곱 가지 이야기’를 쓴 작가 사에키 아야노한테 편지를 쓴다. 하야테한테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사람이 아야메인 것처럼 고마코한테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사람은 사에키 아야노다.

 

작가는 여러 사람이 되어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은 혼자 쓰는 거지만 글을 쓰면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과 다르지 않겠다. 이건 이야기 속 이야기까지 써야 한다니. 난 생각은 해도 복잡해서 못 쓰겠다 할지도. 아니 생각도 못하겠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책 이야기하다 쓰기를 말하다니. 고마코가 읽은 ‘일곱 가지 이야기’는 어린이가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는 거다. 고마코가 겪는 일도 그것과 동떨어진 건 아니기도 하다. 고마코가 겪는 일은 다른 사람 형편이나 마음을 살펴보아야 한다. 거기에 잘 맞아 떨어지는 건 <하얀 민들레>라고 해야겠다. 어른은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르게 그림을 색칠하면 이상하게 본다. 그림은 상상으로 그리기도 하는 건데, 왜 정해진 색을 칠해야 할까. 어른(선생님)은 못 봤다 해도 아이는 봤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나도 아직 본 적 없지만 하얀 민들레는 진짜 있다. 일본에도 드물게 하얀 민들레가 피는 곳이 있는가 보다. 노란색보다 예쁠 것 같다. 우리나라에 하얀 민들레 많았다는 말 어디선가 들었는데 내가 사는 곳에는 없다. 아이가 하는 행동에는 까닭이 있다(이건 아이만 그런 건 아니겠다). 여기 나온 선생님은 아이를 가르친 지 얼마 안 되어서 잘 모르는 걸지도. 선생님뿐 아니라 어른은 아이한테 자기 생각만 밀어붙이지 않으면 좋겠다.

 

하야테가 나오는 이야기에서는 ‘파란 하늘’이 좋다. 아픈 할머니가 하늘을 볼 수 있도록 하늘을 그리는 아이가 나온다. 할머니도 아이들한테 좋은 말을 한다. 하늘색이 파랗기만 한 건 아니다고. 일상을 다르게 보면 수수께끼가 보일지도 모르겠다. 난 생각해 본 적 없지만, 달이 자신을 자꾸만 따라온다고 말한 게 생각난다. 이건 수수께끼와는 다를까. 중간 넘었을 때 하나 생각한 게 있는데 맞았다. 고마코와 편지를 나눈 작가 일이다. 거기에는 조금 슬픈 이야기가 있었다. 슬프면서도 따듯하다고 해야겠다. 이 책에 담긴 감정도 이것과 다르지 않다. 앞에서 일상을 다르게 보면 수수께끼가 보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는데, 자세하게 보고 덧붙여야겠다. 이건 수수께끼를 풀 열쇠를 찾을 방법일까.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 일도 있을지도 모를 텐데. 풀지 않고 덮어두는 게 나은 것도 있다고 말할 때도 가끔 있다. 어느 게 옳은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때그때 다르겠지. 덮어두는 이야기를 보면 뭔가 껄끄러움이 남는다. 난 밝히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가보다. 그렇다 해도 모르고 지나는 일도 있을 거다. 그게 중요하지 않고 풀어야겠다 생각하지 않아서겠지. 여기에서도 확인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다. 사건이 아닌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수께끼니까.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