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걸린 오선에

어떤 음표를 그려 넣을까

더위를 식혀줄 가락이면 좋겠지

너한테도 들리기를

 

 

 

 

 

 

 

 

 

“비둘기 씨들 더운데 거기서 뭐 해요.”

 

“뭐 하긴, 햇볕 쬐고 사람 세상도 구경해.”

 

“재미있어요.”

 

“나름대로.”

 

 

 

 

 

 

 

삶을 그리다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이소영

  홍익출판사  2016년 04월 07일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옛날에 그림을 그린 몇몇 사람은 살아있을 때 그림이 잘 팔리지 않거나 무척 가난해서 일찍 죽었다. 지금도 그림을 그리려면 돈이 많이 들고 먹고살기 힘들다고 한다. 오래전에 그림 그린 사람 이름은 조금 알아도 지금 사람은 잘 모른다. 그림 그리고 사는 사람이 적지 않을 텐데. 그것도 관심을 가져야 알지도 모르겠다. 미술 쪽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런 걸 잘 알겠지. 보통 사람이 고전음악을 잘 모르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림은 그것을 그린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더 알려지는 걸까. 다 그런 건 아닐 테지만, 어쩐지 그럴 때가 더 많은 듯하다. 그저 내가 생각하는 것이지 늘 그런 건 아닐 거다. 그림 그린 사람이 살아있을 때 많은 사람이 좋아한 그림도 있을 거다. 모지스 할머니 그림도 그렇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할머니’라고 하다니. 어린이책 그림과 뜰을 가꾸고 산 타샤 튜더도 할머니라고 한 것 같다. 이건 미국 사람이 붙인 것이기도 하다. 누구나 처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닌데. 쓸데없는 생각을 잠깐 했다.

 

내가 어렸을 때 여기저기에 낙서한 적이 있는지 생각나지 않는데 그림 그리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방학숙제에 그림 그리기가 있었는데 그거 하기 힘들었다. 내가 그림 그리는 것에 관심 갖지 않은 건 그림책 같은 걸 거의 안 봐서일지도. 많이 봐야 그리고 싶을 테니까. 어렸을 때부터는 아니지만, 글은 많이 보다보니 쓰고 싶기도 했다. 그림은 보는 것만 해도 괜찮고 좋아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사람 없지 않겠지만, 미국 사람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일흔다섯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일흔다섯에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모지스는 1860년에 태어났다. 십남매에서 셋째로 집은 가난했다. 어렸을 때는 다른 집에서 가정부로 일했다. 결혼을 하고는 농장일과 집안일을 하고 밤에는 수를 놓았다. 모지스는 어렸을 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림을 그릴 수 없어서 수를 놓은 거다. 칠십대에 관절염 때문에 수를 놓기 힘들었다. 그때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 수 놓기보다는 나았나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게 아닌가 싶다.

 

누군가 꿈 같은 일을 하면 자신도 그런 꿈을 꾼다. 일흔다섯에 그림을 그린 모지스를 보고 꿈을 갖는 사람도 있겠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고 한다. 잘되지 않아도 좋아하는 걸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면 좋지 않을까. 이 글을 쓴 사람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한다. 그림과 그림 그린 사람 그리고 자기 삶을 함께 풀어쓰기. 그림을 말하는 책 많이 못 봤지만, 난 쉽게 쓴 글이 좋다. 그림을 보는 방법은 정해진 건 아닐 거다. 난 그림을 봐도 마음에 들면 ‘좋다’고밖에 말 못하겠지만. 그림도 보고 보고 또 보면 무엇인가 말해줄지도. 그런 경험은 없다. 그림을 오래 본 적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그림에는 시간을 담아둔다. 그것도 짧은 순간이다. 모지스가 그림에 담은 건 기억이다. 기억은 삶이다. 농장에서 일하는 것이나 집안일(빨래를 끝내고 빨랫줄에 넌), 잔치가 벌어졌을 때를 그리기도 했다. 그림에 자연이 담겨있어서 보면 편안하다. 마을 사람이나 아이들 모습도 보인다. 모지스 그림은 구석구석 보아야 한다. 글도 일상이 담긴 글이 공감이 잘되듯 그림도 다르지 않겠지. 그림도 마음 편안하게 해주는 게 좋다. 아니 무엇을 그리고 쓰든 진정성이 있어야 다른 사람도 그걸 느낀다.

 

추억은 그렇게 별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면 그게 추억이 된다. 모지스는 그런 추억을 되새기고 그림으로 그렸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지만 그 시절을 떠올릴 수는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난 별거 없다. 거의 혼자 지내서. 그러면 자연을 만나면 괜찮을까. 모지스 그림은 엽서나 우표로 만들고 성탄절 카드로도 만들었다. 눈 내린 풍경은 성탄절 카드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지스는 일흔다섯에서 백하나까지 그림 1600여점을 남겼다. 늦게 시작했는데도 그렇게 하다니 대단하다. 그림 그리는 걸 즐겨서 그랬겠지. 좋아하는 건 즐겁게 해야 한다. 하다가 막힐 때도 있겠지만, 그때를 넘기면 나아지겠지.

 

오래 사는 요즘 사람, 나이를 먹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할까. 이제와서 하면 뭐 하나 하는 생각으로 하지 않는 사람이 많겠지. 잘 못해도 좋아한다면 해 보는 게 좋겠다. 나도 그래야 할 텐데.

 

 

 

희선

 

 

 

 

 

언덕 위 느보 산 Mt.Nebo on the Hill │ 1940

 

 

 

 

마을 잔치 Country Fair │ 1950 │ 캔버스에 유채│ 89×114cm │ 개인소장

 

 

 

 

봄날 Spring Time │ 1953 │ 메이소나이트에 유채 │ 46×60cm │ 모지스할머니재단

 

 

 

 

무지개 The rainbow │ 1961 │  나무에 유채 │ 41×61cm │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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