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는 오월을 밝히는

하얗고 푸른 빛이 있다네

 

 

 

 

 

 

 

오랜만에 만난 나츠메

 

  

   *책 배경으로 쓴 그림은 예전에도 썼다. <나츠메 우인장> 5기 가을에 한다고 한다.

 

 

나츠메 우인장 20

미도리카와 유키

白泉社  2016년 04월 05일

 

 

 

오랜만에 나츠메를 만났다. 아직 지난번에 만나고 한해가 다 되지 않았지만, 거의 한해 만에 만난 것 같다. 지난 19권이 나온 건 지난해 오월이고 이번 것은 올해 사월에 나왔다. 한해 만에 본 것 같은 느낌이 아주 틀린 건 아니다. 지난해에는 책이 나온 오월에 보고, 지금도 오월이다. 19권에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그걸 다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다. 만화속 시간이 조금씩 흐르기는 하지만 이야기는 한화나 길면 두화로 끝난다. 이어지는 이야기였다면 조금 생각났을까. 나중에 예전에 쓴 걸 한번 읽어봐야겠다. 그걸 보면 조금 생각나겠지. 지난번에 본 것보다 지금까지 본 것에서 이것저것 떠오를듯 말듯하다. 20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올해 일월부터였던가. 왜 안 나올까 했다. <라라> 2015년 7, 9, 11월호와 2016년 1월호에 연재한 것인데 일월에 나오기를 기다렸다니. 그러고 보니 이것은 이번에야 봤다. 전에는 이런 건 안 보고, 다음권이 언제쯤 나온다는 것만 봤다. 잠깐 <라라>라는 만화잡지를 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만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렇게 책으로 보는 게 낫겠지.

 

시간이 흘러도 나는 <나츠메 우인장>이 어떤 건지 알지만, 모르는 사람도 있겠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도 이 말 했구나. 여기에는 요괴가 나오지만 무서운 건 아니다. 요괴도 사람처럼 착한 요괴가 있고 자신만 생각하는 요괴도 있다. 요괴가 나오지만 모든 사람이 요괴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볼 수 있는 사람은 적다. 나츠메는 요괴를 볼 수 있다. 그것 때문에 어렸을 때 힘들었다. 지금 사는 곳에 오고는 야옹 선생을 비롯해 친구도 사귀었다. 나츠메처럼 요괴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요괴가 있고 나츠메가 요괴를 볼 수 있다는 걸 아는 친구도 있다. 첫번째 이야기에는 나츠메 비밀을 아는 타키와 타누마가 나온다. 나츠메는 요괴를 볼 수 있어서 요괴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기도 한다. 나츠메는 야옹 선생과 어딘가에 가다가 항아리를 뒤집어 쓴 요괴를 만난다. 요괴가 본래 그 모습인가 했는데, 요괴는 나츠메한테 항아리를 벗겨달라고 한다. 나츠메가 항아리를 벗겨주자 보답하겠다고 하고는 나츠메를 어린이로 만들었다. 그 요괴 이름은 쓰키히구이(つきひぐい 月日食い)다. 처음에 히라가나로만 쓰인 걸 봤을 때는 몰랐는데 한자를 잘 생각하니 이름이 ‘세월을 먹다’는 뜻이었다. 어떤 일 때문에 어린 모습이 되면 지금까지 일을 다 기억하고,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나츠메는 기억이 다 없어졌다. 야옹 선생은 기억도 없는 나츠메를 어떻게 해야 하나 했다. 그때 타키와 타누마가 나타나서 나츠메를 타누마 집에 맡기고 야옹 선생은 요괴(쓰키히구이)를 찾으러 갔다. 어린 나츠메는 지금 나츠메와 달리 불안하게 보였다. 나츠메는 야옹 선생이나 타키와 타누마가 자신을 놀리는 게 아니고 진짜 친구라면 좋겠다. 말했다.

 

나츠메 어린 시절 이야기가 가끔 나왔다. 그때 나츠메는 사람과 잘 사귀지 못했다. 친척은 나츠메가 아무것도 없는 곳을 보고 이상한 말을 하면 관심을 끌려는 거다 여겼다. 자신한테만 뭔가 보이면 그것을 제대로 말하기 어렵겠다. 말해도 믿지 않겠지. 나츠메는 잠깐 어린이가 되었지만 다행하게도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젊은 모습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게 있다면 그걸 찾으려는 사람도 있겠지. 츠키히구이를 찾으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어린 모습이 되는 건 괜찮다 해도 기억이 없어지는 건 안 좋을 것 같다. 시간을 쌓고 살아가는 게 사람이겠지. 시간이 많이 흘러도 자기 일을 하는 요괴도 있다. 나츠메와 학교 아이들은 2박 3일 동안 함께 공부하러 산에 갔다. 그곳에는 가면이 세개 있는 사당이 있는데 이름은 ‘가면 네개 무덤(四っ面塚)’이다. 다른 사람은 가면을 세개밖에 못 보았는데, 나츠메는 네개를 보았다. 그날밤 비가 내리고 다음날 나츠메는 공부하러 가면서 작은 배안에서 강물속에 얼굴을 넣은 사람을 보고, 공부를 가르치려고 온 선생님 얼굴에 가면이 있는 걸 본다. 가면이 친구 얼굴로 옮기자 나츠메는 가면한테 거기에서 떨어지라고 한다. 가면은 미안하다고 말하고 사라진다. 가면은 나쁜 요괴가 아니었다. 오래전에 산신을 지키던 요괴가 넷이었는데, 넷에서 셋은 힘이 다해 가면만 남겨두었다. 하나는 아직도 그곳에서 산신을 지켰다. 나츠메는 작은 배 안에서 강물속을 보는 건 산신으로 비에 떠내려온 무언가를 찾는 건가보다 생각했다. 가면은 그걸 돕는 거고. 산신은 오래전에 좋아한 사람이 준 비녀를 찾으려는 거였다. 말은 나누지 않았지만 나츠메는 하나 남은 가면요괴를 도와주었다. 홀로 그곳에 남아서 산신을 지키다니. 나츠메는 그게 좋아 보인 거겠지.

 

중급 요괴한테 이끌려서 먼 곳에 간 나츠메는 그곳에서 허수아비 무리를 본다. 그건 요괴였다. 그날 나츠메는 허수아비가 낫을 들고 어떤 집에 들어가는 꿈을 꾼다. 그 집 사람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찾아간다. 거기에서 오랜만에 나토리를 만난다. 나토리는 그 집 사람이 집안이 이상하다고 일을 부탁해서 온 거였다. 나츠메가 들은 허수아비 말이 무슨 뜻인지 알만 한 사람을 찾아간다. 요리시마라는 사람은 마토바 집안만큼 힘이 있는데 지금은 요괴 물리치는 일을 그만두었다. 요리시마는 잠깐 스쳐가는 사람일까. 허수아비는 힘을 가진 사람이 만들면 요괴가 되기도 한다. 추수가 끝나고 할 일을 마친 허수아비는 갈 곳도 돌아갈 곳도 없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면 그 집 사람과 열흘 동안 싸운다. 실제 싸우는 건 아니고 사람 꿈속에서 겁을 주는가보다. 사람이 무서워서 집을 나가면 허수아비가 이기는 거고, 열흘 동안 사람이 집을 떠나지 않으면 사람이 이기는 거다. 사람이 일부러 요괴가 되게 허수아비를 만드는 건 아닐 텐데. 나츠메는 할머니 레이코가 심심풀이로 요괴와 싸우고 많은 요괴를 우인장으로 묶어둔 건 아닐까 한다. 레이코는 왜 그렇게 했을까. 예전에는 친구로 생각한 건 아닐까 했는데, 레이코는 요괴와 싸우고 이기면 종이에 이름을 쓰게 하고 그 뒤로 부르지 않았다. 나쁜 마음으로 한 건 아닐 테지만, 레이코가 왜 그랬는지 언젠가 알 수 있을까. 나츠메를 닮은 남자가 누군지는 언제 나올지.

 

많은 것을 하고 여러가지를 바라는 사람보다 지루해 보이지만 단순한 요괴 삶이 더 나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말하지만 난 요괴가 어떻게 사는지 잘 모른다. 나츠메가 만나는 요괴를 보고 아는 것뿐이다. 내 삶도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구나. 나츠메는 토코 아주머니를 위해 꽃밭을 만들려고 하는데, 꽃밭 둘레에 쌓은 돌을 누가 가져갔다. 그건 사람이 아닌 요괴 짓이었다. 밤에 나츠메는 나무 뒤에 숨어서 기다리다 요괴를 붙잡았다. 요괴는 나츠메한테 돌을 나눠달라고 하고 힘을 빌려달라 한다. 다섯 요괴는 나무 상자 안 사당에 신 시다히메가 찾아올 날이 다가와서 사당을 고치고 깨끗하게 하려 했지만 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그것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사람이 없었다. 나츠메는 그 일을 도와준다. 꽃밭도 만들고. 나츠메가 가진 힘으로 ‘짠’ 하고 깨끗해지려나 했는데, 깃털로 먼지를 털고 문은 돌을 간 흰가루를 물에 개서 칠했다. 그렇게 한 것만으로도 요괴들은 기뻐했다. 시다히메도 기뻐하길 바랐다. 나츠메가 잠든 밤 신 시다히메가 찾아왔다. 그곳은 상자 속 사당 안이었다. 야옹 선생과 요괴들도 있었다. 뜰에 있는 나무에 꽃이 피었다. 나츠메가 요괴 때문에 안 좋은 일을 겪기도 하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걸 본다. 상자 속 사당도 그렇겠지.

 

 

  

  

 

 

 

이번 이야기는 다 잔잔하다. <나츠메 우인장>에는 잔잔하지 않은 게 없기는 하다. 남과 다른 것 때문에 괴로운 일도 있지만, 괴로운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나츠메도 그걸 알겠지. 요괴가 보이니 도울 수밖에 없다. 짧게 만나서 아쉬워하지만. 요괴는 사람 마음과 다르게 멋대로 왔다가 멋대로 간다. 그것 때문에 나츠메가 마음 아파한 적도 있지만, 이젠 그 일에 조금 익숙해진 것 같다. 익숙해졌다기보다 나츠메 곁에 남아 있는 게 있어서겠지. 야옹 선생과 친구.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