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夜行 (文庫)
히가시노 게이고 / 集英社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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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에 우연히 이 책과 같은 제목 일본 드라마를 보았다. 그게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알았을 것 같다. 그 드라마를 보고 얼마 뒤에 책 《환야》를 봤으니까. 영상을 보고 그것을 잘 만들었는지 못 만들었는지 잘 아는 건 아니다. 괜찮을 때도 있고 별로일 때도 있을 뿐이다. 그래도 드라마 <백야행>은 괜찮았다(우리나라에서 만든 영화는 어땠을까). 그때 바로 책을 안 본 건 드라마가 인상 깊어서였을지도. 이 책을 보면서 드라마 안 봤다면 더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를 보고 시간이 흘렀지만 기억하는 것도 있어서다. 책을 본 다음에 드라마 보는 건 괜찮을 것 같다. 책에 없는 게 드라마에는 조금 나오니까. 책이나 드라마 가운데서 하나만 봐도 문제없겠다. 그러면서 나는 시간 차이를 두고 둘을 다 봤구나. 언젠가 책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권으로 나뉘어서 나왔지만 일본에서는 한권으로 나왔다. 지금까지 본 히가시노 게이고 책에서 가장 두껍다고 생각했는데, 《환야》도 그리 짧지 않다. 《환야》 읽었지만 생각나는 게 얼마 없기도 하다. 왜 그럴까. 그게 좀 생각나면 같이 이야기 해도 좋을 텐데. 하나만 말한다면 둘 다 제목에 ‘밤’이 들어간다. 보통 사람처럼 낮을 살 수 없는 사람 그리고 나쁜 여자.

 

책 《환야》를 보고 그것과 관계있는 글이 없을까 찾아본 적 있다. 아니 그 책 때문은 아니었을지도. 한때 인터넷에서 일본 작가 인터뷰 같은 걸 찾아보았다. 일본말을 우리말로 옮겨볼까 하고. 그것도 있지만 일본 작가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그때 히가시노 게이고도 찾아봤는데 그게 《환야》와 관계있었던 것 같다. 그런 글 찾기만 하고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 《환야》가 나왔을 때 히가시노 게이고가 한 짧은 인터뷰 글은 조금 봤다. 거기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백야행’과 ‘환야’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 나쁜 여자 이야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스칼렛 같은. 그런데 스칼렛이 그렇게 나쁜가. 스칼렛 알지만 책은 제대로 못 봤다. ebs 라디오 방송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읽을 때 잠깐 들었다. 그걸 듣고 느낀 스칼렛은 자기 마음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깨달았을 때는 늦어버린.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이 책 속에 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떤 두 사람을 잇는 중요한 실마리다. 드라마를 먼저 안 봤다면 그거 보고 놀랐을지도. 아니 그 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는 건 더 빨리 나왔구나. 어쩐지 이름도 말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이 책 맨 뒤에는 두 사람 이름이 쓰여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책을 많이 써서 우리나라에도 많이 나왔다. 어떻게 그렇게 많이 쓸까 싶다. 늘 쓸 게 떠오르는가보다. 하나를 쓰면서 거기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생각하고 쓰는 것 같다. 이야기가 이야기를 부르는 건가. 내가 만난 히가시노 게이고 책 가운데서 이건 다른 것과 많이 다르다. 형식이라고 할까, 아니 말하는 방법일까. 마음먹고 쓴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다른 것을 쉽게 썼다는 건 아니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도 그 사람 마음은 알기 어렵다. 그저 둘레 사람이 바라보는 것만 나온다(그 사람이 아닌 둘레 사람이 말하는 것을 보는 거 처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건 앞에서 말한 두 사람으로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장면은 하나도 없다. 두 사람이 남 모르게 연락한다는 건 알 수 있을지도, 이건 드라마를 봐서 안 것 같기도 하다. 왜 둘이 그렇게 됐는지는 거의 끝날 때쯤 알 수 있다. 그것도 두 사람이 말하는 게 아니고 여러가지 안 뒤에 형사 사사가키가 생각하는 거다. 다시 생각하니 가끔 아주 작은 실마리를 주기는 한다. 작가가 ‘의심해’ 하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건 내 생각일 뿐일지도.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 낸 사람 마음이 착하든 못됐든 좋아할 테니까. 사람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면 되돌아올 수 없는 걸까. 이건 선을 넘고 다시 돌아오지 못한 사람 이야기기도 하다.

 

두 사람에서 한 사람은 상대를 좋아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그 마음이 덜한 듯하다. 아니 아무도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 같다. 그러니 가져도 가져도 더 가지려고 하지. 어릴 때 안 좋은 일을 겪었다고 사람이 다 그렇게 될까(예전에 비슷한 이야기 봤구나). 본성이 그런 걸지도. 뇌과학 책을 보니 사람은 엄마 배 속에 생겼을 때 많은 게 정해진다고 한다. 그런 말 봤지만 자라는 환경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싶다. 뇌과학 책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그것을 안 봤다면 자란 환경 때문에 그렇게 됐나보다 생각했을 거다. 거기에서 벗어나고 나은 데서 살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괜찮아지지 않아서 본성이 그런 걸까 한 거다. 두 사람 일을 누군가 바로 알았다면 많이 달라졌을지도. 형사 사사가키도 오래전에 나쁜 싹을 자르지 못한 것을 아쉽게 여겼다. 진작에 누군가 알았다면 이런 이야기가 안 됐겠다. 소설은 그런 것을 이야기 해야 하는 건지도. 현실에서는 어떤 생각을 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때가 많다.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을 소설에서 보고 그 길로 가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할까. 그것보다 그러지 않아야겠다. 생각할 때가 많구나.

 

뇌과학이 떠올랐지만, 사람 마음은 쉽게 부서지고 한번 부서지면 본래대로 돌아가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왜 여자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 알려고 하는구나. 남자는 여자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로 무슨 일이든 했다. 남자는 유령 같은 사람이 되었다. 밝은 곳에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남자는 낮에 여자와 손을 잡고 걷고 싶어했는데 여자한테도 그런 마음 있었을까. 자기 앞을 가로막는 사람은 내버려두지 않는 여자여도 믿고 싶다, R&Y에 담은 마음만은. 모든 게 거짓이어도 그것 하나만은 참된 것이기를 바란다. 그게 아무것도 아니면 남자가 아주 불쌍하잖아.

 

 

해가 뜬 길을 너와 함께 걸을 수 없다 해도

네가 있다면 괜찮아 (R)

 

너 없이 나홀로

하얀 밤길을 걸을 수 있을까 (Y)

 

 

조금 유치해 보이는 말을 했다. 마지막에 여자는 슬퍼했을까. 별로 슬퍼하지 않았을 것 같다. 아니 겉은 그렇게 보여도 마음속은 울고 있었다고 할지도. 이것은 내 멋대로 생각하는 거구나. 여기에 담긴 시간은 짧지 않다. 열아홉해다. 처음부터 여자 남자가 아니었다. 둘은 여자아이 남자아이였다. 둘이 아이였을 때 가까이에 좋은 어른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싶다. 그저 둘뿐이어서. 이 말은 안 하는 게 나았을지도. 별로 생각나는 거 없는데 더 써야 해 하는 마음으로 썼다. 때는 1973년에서 1992년까지인가. 《환야》는 여기 나온 때보다 뒤다. 여자는 모든 것을 숨기고 《환야》로 넘어간 건지도. 조금 다르게 보이지만. 같은 사람이기보다 조금 비슷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백야행’과 ‘환야’에 나오는 여자가 바라는 건 같다. 그것으로 정말 괜찮은 걸까. 하나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부서지고 텅 빈 마음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몰라서였을지도. 이렇게 생각하니 여자가 조금 안됐구나. 평범하게 살 수 없었으니 말이다.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지도 못했다. 앞으로도 죽 그렇게 살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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