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사라지지 않기를

 

  세상의 나무 : 겨울눈에서 스트라디바리까지, 나무의 모든 것

  라인하르트 오스테로트   모이디 크레치만 그림   이수영 옮김

  돌베개  2015년 01월 26일

 

 

 

 

 

 

 

 

 

 

 

 

우리가 생활하는 데 나무는 아주 많이 쓰인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 못했는데 책을 보다보니 그렇구나 했다. 가장 많이 쓰인 건 가구다. 집 안을 한번 둘러보라 나무로 만든 가구가 많이 보일 거다. 책이 된 종이도 나무로 만들었다. 나무로 만든 책장에 나무로 만든 종이책을 꽂는다니 재미있다. 책 제목이 《세상의 나무》여서 조금 기대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것보다 이 책 볼 때 졸려서 제대로 못 보기도 했다(이런 변명을). 어쩌면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이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 본 것보다 본 게 좀 낫겠지. 집중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책이 두껍지 않아서 많은 게 실리지 않았으리하고 짐작했다. 책을 보기로 한 건 제목에 ‘나무’라는 말이 들어가서다. 평소에 나무를 알고 싶다 생각했지만 책은 거의 못 봤다. 어떤 책을 보아야 하는지도 몰랐다. 앞으로 ‘나무’라는 말이 들어가는 책을 볼까 잠시 생각했는데 정말 볼지, 생각으로만 그칠지. 이것도 기회가 와야 볼 것 같다. 며칠전에 다른 쪽 책을 가끔 봐야겠다 생각해서. 그것도 잘 모르는 거여서 무엇을 먼저 봐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은 언제부터 나무로 집을 지었을까. 불을 피우고 땔감으로 쓴 게 먼저일까 비 바람 동물을 피하기 위해 집을 지은 게 먼저일까. 우리나라는 흙집, 나무집 두가지를 지었을까. 흙집이라고 해도 짚 같은 것을 넣고 기둥은 나무였을 것 같다. 우리나라 옛날에는 나무로만 집을 지었을까. 모든 것을 다 나무로 짓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앞에서도 말했는데). 바닥은 흙, 벽도 흙으로 발랐을지도. 조선시대에 큰불이 난 적이 있는 걸 보면 나무가 많이 쓰인 것 같기도 하다. 알프스에서는 통나무집을 지었다. 이런 집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할지도. 나무집은 숨을 쉬어서 곰팡이를 막는다. 젖었다 마를 때는 소리를 낸다고 한다. 그런 소리 밤에 들으면 좀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장마가 가고 더운 여름이 오자 소리가 났다는 말을 소설에서 봤는데. 그 소설 속 나무집은 겨울에는 춥고 장마철에는 곰팡이도 피었다. 통나무집이 아니어서 그랬을지도. 집을 나무로 지으면 좋겠지만 그런 집 비싸지 않을까. 이런 생각부터 하다니.

 

나무는 집을 짓는 재료로 쓰기도 하고, 의자와 책상 같은 가구, 배, 악기도 만든다. 조각과 판화도 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연료일까. 마루로 연료를 만들려면 거기에 높은 열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무엇으로 얻지. 나무 연료를 얻기 위해 다른 것으로 열을 내다니. 어쩌면 더는 쓰지 않는 나무를 태웠을지도. 자연에서 나는 나무를 써서 가구를 만들기도 하지만, 나무 판을 만들기도 한다. 그것을 파티클보드라고 한다. 버리는 나무 찌꺼기를 쓸 방법을 찾아낸 건 좋은데, 이제는 찌꺼기보다 멀쩡한 나무를 갈아서 만드는 것 같다. 다시 보니 통나무, 톱밥과 대팻밥, 나무 부스러기와 나뭇조각들로 만든다. 나무는 물에 뜬다. 사람은 나무로 배를 만들어서 바다를 건넜다. 나무로 배 만드는 이야기를 보니 <원피스>가 생각났다. 거기에 나오는 배는 거의 나무로 만들었다. 루피와 동료들이 처음 탄 배는 더는 탈 수 없게 되고, 프랑키가 새로운 배를 만들었다. 나무는 전설의 나무 아담이던가. 그러고 보니 혼자 바다에 나가려고(해적이 되기 위해) 배를 만드는 사람도 나왔는데. 배는 바닷가 가까운 곳이 아닌 산에 있었다. 그 배를 만든 사람은 배를 바다에 띄워 루피와 동료들을 도왔다. 그 뒤에 바다에 나가지 못한 것 같지만, 바다에 배를 띄운 것만으로도 멋진 일이다.

 

나무로 만든 악기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건 바이올린이라고 한다. 악기를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누굴까. 갑자기 이런 생각을. 처음에는 그저 두드리지 않았을까. 악기라는 것을 만들어낸 사람 대단하다 생각한다. 그게 없었다면 좋은 음악이 많이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이올린에서 가장 잘 알려지고 비싼 건 스트라디바리다. 첼로와 비올라도 있다. 그것과 같은 것을 만들려고 하고 곰팡이로 더 나은 소리가 나는 것을 만들었다고 한다. 나무로 만든 것 가운데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진 것은 종이(책)일 듯하다. 컴퓨터를 쓰게 돼서 종이를 별로 쓰지 않으리라고 여겼는데, 어쩌면 더 많이 쓸지도 모르겠다. 종이는 한번만 쓰고 그냥 버릴 게 아니고 다시 살려 써야 한다. 그것을 만드는 데도 열이 많아야겠구나. 지금도 어느 정도는 다시 살려 쓰겠지. 세계 숲은 많이 죽었다. 나무를 베고 그 땅에 동물한테 먹일 것을 키운다. 나무를 베면 다시 그곳에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나무도 하나가 아닌 여러가지를 심어야 한다. 숲이 없어지면 지구온난화가 더 심해지겠지. 그것 때문에 사라지는 나무도 있다. 아프리카에서 자라는 나무는 불법으로 거래 되기도 한단다. 사람이 살기 위해 숲을 지켜야 한다. 그렇게 하면 사람뿐 아니라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한테 좋을 거다.

 

나무가 어디에 쓰이는지, 나무로 알 수 있는 이야기도 있고, 길에서 주운 오래된 수납장을 고치는 이야기도 있다. 나는 책장 만드는 거 배워보고 싶기도 하다. 고치는 거하고 만드는 건 조금 다르구나. 오래된 가구 버리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식으로 고치는 것도 괜찮겠다. 오래돼서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도 있고, 오래 쓰면 버려야 하는 것도 있다. 뭐든 시간이 흐르면 좋아지는 게 많으면 좋을 텐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사람과 사는 나무

 

  서울 사는 나무

  장세이

  목수책방  2015년 05월 10일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았을 때 나무는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까. 산에는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아 나무와 동물이 많이 살았겠지. 사람이 늘어나고 산에 사는 동물은 많이 줄어들었다. 이때 나무도 많이 베었겠지. 나무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한테도 이것저것 준다. 이것저것이라고 했는데, 그게 뭔지 뚜렷하게 말하기 어렵다. 먹이나 살 곳을 주지 않을까. 사람은 나무로 여러가지를 만든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있지 않은가. 나무가 잘리고 남은 밑둥은 사람이 쉬게 해주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나무가 어느 정도나 있고 얼마나 사라졌을까. 우리나라 전체를 말하면 다 알기 어려울까. 《한국의 나무》(김진석 · 김태영, 돌베개)도 있던데 그 책을 보면 조금 알 수 있을까. 한번 보고 싶다 생각만 하고 아직도 못 보았다. 알았을 때 봐야 하는데 그러기보다 미뤄서. ‘한국의 나무’에는 훨씬 더 많은 나무가 나올 것 같다. 세상에는 사람도 많지만 나무도 많을 듯하다. 나무가 있어서 사람이 어떻게든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건 좀 지나친 생각일까. 나무가 많으면 공기가 좋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나무가 많은 산은 평지보다 온도가 낮다. 도시에 나무가 많으면 여름에 아주 덥지 않겠지. 도시는 나무 심을 곳이 그리 많지 않을지도. 언제가부터 건물 지붕을 뜰처럼 꾸미기도 했다. 말만 들었지 본 적은 없다. 서울에 그런 곳 많이 있을까.

 

서울 하면 어쩐지 나무와 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겠지. 서울에도 사람이 살고 나무 같은 식물이 살 테니까. 길가나 산, 공원, 궁궐에 말이다. 세 곳에 사는 나무를 이야기한다. 종류는 더 있겠지만 서른두가지를 말한다. 아는 나무도 있고 모르는 나무도 있다. 서울에 산다면 이 책에 나온 나무를 보러 가는 것도 재미있겠다. 칡은 없으려나. 옛날 사람이 칡뿌리를 캐먹기도 해서 보통 나무처럼 생긴 건지 알았는데 칡은 덩굴식물이다. 담을 다 덮은 사진속 칡덩굴은 얼마 뒤 사라졌다. 그렇다고 해도 뿌리까지 없애기는 어렵다고 한다. 산에서는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햇빛을 가린다. 이런 칡 안 좋게 생각해야 할까. 어느 건물에는 벽을 덮은 담쟁이가 있다. 담쟁이는 괜찮은가. 무엇인가를 감고 올라 여름에 햇빛을 막아주는 것도 있다. 그것은 등나무다. 무주에는 등나무로 만든 운동장도 있다. 식물에 따라 보기에 좋은 것도 있고 사람한테 도움을 주기도 하겠지. 칡은 다른 나무가 자라는 것을 어렵게 하지만 사람한테는 여러가지 도움을 주었다. 먹을 게 없던 때 뿌리를 캐먹고 지금은 냉면이나 차와 엿을 만든다. 서울 사람들은 벚꽃을 보러 여의도로 많이 가겠지. 벚꽃은 여의도에만 있는 게 아닐 텐데. 정독도서관에는 멋진 벗나무가 있다. 내가 가 본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했구나.

 

나무는 그대로 자라게 하는 게 좋을까 정리해주는 게 좋을까. 이런 말을 했지만 그건 나도 잘 모른다. 자연에서 자라는 나무는 멋대로 자라지만, 사람과 가까이에서 자라는 나무는 가지치기를 하기도 한다. 길가에 심은 나무는 더하다. 자른다고 죽는 건 아니지만 어느 만큼 자라면 자른다. 잘랐을 때 모습을 보면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는 곳에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게 동백나무로 바뀌었다. 왜 동백이 된 걸까. 언젠가 이것이 시 나무라고 한 말을 본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건 대체 누가 정하는 걸까. 나는 지금까지 플라타너스라고 생각했는데 양버즘나무라고 한단다. 버즘나무라는 말은 알고 있었구나. 서울에 개나리가 핀 것을 말해주는 건, 서울기상관측소 앞마당에 있는 개나리다. 그런 것도 재미있구나. 다른 곳에 눈이 와도 서울기상관측소에 오지 않으면 첫눈이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은 뭐든 기준, 표준 이런 것을 정해둔다. 그것 때문에 놓치는 것도 많지 않을까 싶다. 아주 오래전 사람은 자연(하늘 바람 같은)을 보고 느낌으로 날씨를 알았을 것 같다(동물은 자연재해를 잘 감지하기도 한다). 그건 과학이 아니다 할지도 모르겠지만, 과학 때문에 기준이 생긴 걸까.

 

서울에 마로니에 공원이 있는데, 마로니에는 가시칠엽수다. 마로니에 공원에는 가시칠엽수보다 일본칠엽수가 더 많다고 한다. 가시칠엽수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칠엽수가 뭔지 몰랐는데, 이것은 작은 잎 일곱 장이 모여 한 잎이 되는 거다. 본 적 있을까. 산에 나무를 많이 심는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나무마다 어떻게 자라는지 알고 심어야 한다. 안산시와 안산(산 이름)은 다른 곳이겠지. 이런 말을 하다니. 내가 서울에 살지 않고 아는 게 없어서. 예전에 안산에 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다른 건 생각 안 하고 그냥 심었다. 그런 일 다시는 없어야 할 텐데.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는 나무를 그냥 심은 것 같은데. 나무가 아니고 씨앗이구나. 나무에도 씨앗이 생기는데 씨앗이 싹을 틔우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땅에 떨어진 씨앗은 새나 작은 동물 먹이가 되고 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싹이 하나도 나지 않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떤 나무는 열두그루가 한그루처럼 자랐다(경희궁 느티나무). 그런 나무를 연리지라고 한다. 그것은 같은 나무여야 한다. 종류가 다른 나무가 한 곳에서 자라는 것은 혼인목이다(창경궁 느티나무와 회화나무). 연리지는 한 나무가 되지만 혼인목은 한 나무가 되지 않는다. 그런 것도 있다니 신기하다.

 

우리나라에는 소나무가 많았다. 지금도 소나무 많겠지만 많이 죽기도 했다. 일본에서 수입한 나무에 있던 재선충이 소나무를 죽였다. 재선충 없애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없애서 우리나라 소나무가 없어지는 걸 막았으면 좋겠다. 구상나무는 제주도 한라산에서 자라는데 지구온난화 때문에 없어질 위기에 놓여있다고 들었다. 지리산에도 있는가보다. 그런 나무가 서울에서 산다니. 나무가 환경에 적응해서 다른 곳에서도 산다면 좋을 텐데(이 생각은 이 책을 쓴 사람도 했다). 구상나무를 개량해서 다른 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 나무로 쓴다. 그것을 우리는 다시 산다. 그런 일이 나무에 한한 건 아니다. 도시인 서울에서도 이런저런 나무가 사람과 함께 산다. 사람이 나무를 아끼고 살면 좋겠다. 아무 말 안 한다고 함부로 다루지 않기를.

 

 

 

 

☆―

 

내 것만이 옳고 내 것만이 더 낫다고 그것을 내세우는 순간, 상대는 상처를 입습니다. 자신만을 위한 언행은 결국 칼이 되는 법이니까요. 그게 되풀이 되면 어느 날엔가는 텅 빈 옆자리를 보게 될지도 모를 테고도. 부딪히면 비껴가고, 비껴가지 못하면 아예 내 가지를 꺾어야 합니다. 그것이 다른 종 두 사람이 한데서 살아갈 수 있는 길 아닐런지요. 하니 명심하십시오. “내 가지를 꺾어라!”  (333쪽)

 

 

 

 

 

 

 

소설 잘 읽어내고 그 느낌을 쓰고 싶다

 

 

 

 

지난달에 친구님이 쓴 글을 보고 이 소설잡지 <악스트>를 알았어. 나는 한글로 썼지만 책 제목에 쓰인 건 ‘Axt’였어. 이 말은 영어가 아니고 독일말인가봐. 카프카가 쓴 말로 도끼를 나타내. 난 카프카가 한 말 안 지 얼마 안 됐어. 카프카는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는 말을 했더군. 카프카를 잘 알고 소설 많이 본 사람은 이 말 벌써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 카프카 학교 다닐 때 잠깐 들어봤지만 소설은 본 적 없어. 몇해 전에 평전을 보고 카프카가 어땠다는 걸 조금 알았어. 그 뒤에도 소설 못 봤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뜻 보지 못한 거야. 이것을 보다보면 언젠가 카프카 소설도 볼 날이 올지. 그건 나도 모르겠어. 카프카 소설뿐 아니라 어려운 소설은 잘 안 보기도 해. 내가 가장 많이 보는 게 소설이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예전에는 잘 몰라도 보기는 했는데, 책을 보고 뭔가 써야 한다고 생각한 뒤로는 어려운 건 피하게 됐어. 이런 말 처음 하는 건 아니군.

 

‘Axt’라는 말을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읽는 걸까 하고, 영어라고 생각한 듯해. 책소개를 보니 책값이 싸고 읽어볼 만한 글도 있는 것 같아서 한번 보기로 했어. 문예지 같은 건 소설책 만한 크기여서 이것도 그렇지 않을까 했는데, 받아보니 크더군. 잡지 크기야. 그러고 보니 이것을 소설잡지라고 하는군. 문예지에는 소설뿐 아니라 여러가지 글이 담겨있지만, 여기에는 오로지 소설과 소설 이야기만 담겨있어. 아니 소설이 아닌 것이 아주 없는 건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건 내가 이것을 봤다는 말이군. 내가 읽는 책 목록을 쓰는 수첩에 이것을 쓸까말까 하다가 썼어. 그렇게 쓰니까 처음부터 죽 읽어가더군. 쪽수가 얼마 안 되니 이틀 동안 죽 보면 다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어. 지금까지 나는 잡지 별로 안 봤는데, 예전에 PAPER만 좀 오래 봤군. PAPER는 그냥 보기만 했지만, 이것은 다 보고 뭔가 남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했어. 값에 견주어 잘 만들어진 책이야. 이렇게 싸게 팔아서 남는 게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러다 시간이 흘러서 비싸지는 거 아닐까. PAPER도 처음에는 그냥 주는 거였다가 값이 붙고 시간이 흘러서 값이 오르기도 했어. 그때 잡지 만드는 거 그렇게 쉽지 않다는 걸 듣기도 했군. 많은 잡지가 나오지만 오래 가는 잡지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이건 다른 건 없고 소설 이야기만 해서 사람들이 더 안 보는 거 아닐지. 이제 첫번째가 나왔는데 이런 말을 했군.

 

우리나라 소설 이야기만 있을까 했는데, 그게 그렇지도 않아. 우리나라 소설과 다른 나라 소설을 읽고 글을 썼더군. 나도 그런 것을 쓰니 작가는 그런 글을 어떻게 쓸까 하는 생각으로 봤어. 그것을 보니 내가 쓰는 걸 글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작가가 쓰는 것처럼 쓸 수 없을 듯해. 그것도 뭔가 알아야 그렇게 쓰지. 나는 비평을 어떻게 쓰는지 잘 몰라. 비평 이론이라고 할까. 그런 거 말이야. 그런 것도 책이 있을 텐데 거의 못 봤어. 그런 거 몰라도 내 느낌을 좀더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책을 잘 못 봐서 그런지 그렇게 못할 때가 더 많아. 예전에도 생각했지만 책을 잘 읽어내야 뭔가 쓸 수 있겠다 싶어.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보고,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것도 괜찮지. 요즘 시를 많이 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데, 시뿐 아니라 소설도 좋다고 봐. 이런 말이 아주 없는 건 아니군. 소설도 고전을 보라고 하는군. 여기에도 고전을 보고 쓴 글이 있어. 《클레브 공작부인》(라파예트 부인)이야. 이 책을 보고 글을 쓴 사람은 이 소설을 프랑스말로 보면 더 좋다고 하더군. 영어도 잘 모르는데 프랑스말이라니. 고등학교 다닐 때 제2외국어로 배웠는데, 처음에는 재미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재미가 떨어졌어. 이건 영어도 마찬가지군. 난 아무래도 꼬부랑말은 잘 익히지 못하는가봐. 아니 자주 들으면 조금 익숙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일본말은 자주 듣지만 다른 나라 말은 자주 못 듣는군.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겠지.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말 잘 아는 사람이 우리말로 잘 옮겨주겠지.

 

작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 첫번째 작가는 천명관이야. 천명관 소설은 《고래》밖에 읽어보지 않았어. 이것을 본 지 오래돼서 거의 잊어버렸어. 재미있게 본 듯한데 다 알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이 사람이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는 것은 이 글을 보고 알았어. 예전에 그 말 많이 했을 텐데 나는 그런 것을 못 봤네. 어쩌면 그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닌데. 사람들이 시나리오 많이 썼으니 소설 쓰기 좋겠다는 말을 한다고 하더군. 나도 예전에 알았다면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예전보다 지금 좀더 넓게 보려고 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아직 멀었지만. 나이를 먹어서 좋아진 건 이거 하난가. 아니 늘 그런 것도 아니야. 여전히 마음이 좁아서 말이야. 또 샛길로 빠졌군. 문단이라는 게 썩 좋은 건 아닌 듯해. 그것도 꼭 회사 같아. 소설가는 좀더 자유롭게 자신이 쓰고 싶은 걸 써야 하지 않을까 싶거든. 선생님 눈치를 본다니. 그런 사람만 있는 건 아니겠지. 글만 써서 먹고 살려면 그럴 수밖에 없을까. 나도 잘 모르는데 이런 말을 했군. 그래도 자기 책을 낸 사람은 다 부러워. 내가 그런 걸 부러워하다니. 나는 책 같은 거 내지 못해도 뭔가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더 많아서 말이야. 쓰지 않고 생각만 하는군.

 

책 이야기하다 내 이야기로 흘렀군. 여기에는 단편소설도 있고 장편소설도 있어. 단편에서 인상 깊은 건 김경욱의 <양들의 역사>야. 살아남은 자의 슬픔. 아니 슬픔이라기보다 미안함일까. 엄청난 일을 겪고 살아남은 사람은 차라리 그때 죽는 게 나았다 생각할지도 모르겠어. 언젠가 장기 이식수술을 받은 사람은 두번째 삶을 받았으니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하면 부담스럽겠다고 여겼는데, 살아남은 사람도 비슷할 듯해. 자기 삶을 사는 게 좋겠지. 바라보는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면 더 좋을 듯해.

 

소설을 재미있게 보기를 바라는 뜻으로 이런 책을 만들었다고 해. 앞으로 소설 재미있게 보도록 해야겠어. 잘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재미있게 보는 게 더 중요하겠어.

 

 

 

 

돌아온 그림자

 

 

 

1

 

내게는 그림자가 없다. 날 때부터 그림자가 없었던 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발밑에서 그림자가 사라졌다. 언제 어디에서 없어진 건지 모르겠다. 아니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림자가 없다고 해도 사는 데 문제는 없다. 남들은 나한테 그림자가 있는지 없는지 별로 마음 쓰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그늘에서 그늘로 옮겨다녔다.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떤 만화에서는 누군가한테 그림자를 빼앗긴 사람이 햇빛을 쬐니 몸이 타서 사라졌다. 혹시 나도 그렇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시험해봤는데 아무 일 없었다. 그건 만화여서 그랬겠지.

 

 

 

2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그림자가 내게 돌아왔다. 아니 내 발밑에 있는 게 정말 내 그림자인지, 내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어쩐지 예전에 내 발밑에 있던 그림자와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다. 한번은 달이 뜬 밤 밖에 나갔더니 그림자가 멋대로 움직였다. 그림자는 나를 따라와야 하는데 내가 가려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다. 거기에 내가 이끌려 갈 뻔했는데 더 밝은 곳으로 가서 그림자가 보이지 않게 했더니 가만히 있었다. 그 뒤로 달이 뜬 밤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나도 남들처럼 햇빛을 쬐고 돌아다니고 싶으니 말이다. 아무리 남이 나한테 그림자가 있는지 없는지 마음 쓰지 않더라도 우연히 그림자 없는 사람을 보면 무서워할 거다. 내 그림자가 아니라 해도 낮에는 멋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내 그림자가 될지도 모른다. 잘 달래서 내 발밑에 붙어 있게 해야겠다.

 

 

 

3

 

어쩐지 내 진짜 그림자도 다른 사람 그림자가 되었을 것 같다. 아니면 예전에 끌려간 나무밑에 그대로 있을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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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8 1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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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9 0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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