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쉬나메 - 신라 공주와 페르시아 왕자의 사랑
배유안 지음, 강산 그림, 이희수 원작.자문 / 한솔수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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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라는 나라가 있기까지 이 땅에는 많은 나라가 서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한국’이 몇백년 몇천년 뒤에도 한국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 이름이 바뀐다고 해도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겠지. 누군가 이곳에 와서 나라를 빼앗고 여기 사는 사람들을 모두 다른 나라로 쫓아내지 않는 한. 이것은 조금 무서운 생각이구나. 한 나라를 다스리려고 하는 사람한테는 그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아주 넓은 땅에서 혼자 살아가고 싶다고 하지 않는다면. 이런 생각까지 하다니. 자기가 사는 나라 역사를 배우는 건 옛 사람한테서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겠지. 우리는 역사에서 좋은 것은 본 받고, 안 좋은 것은 왜 안 좋은지 생각한다. 우리나라 역사를 잘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 학교에서 조금 배운 것밖에 모른다. 그것도 오래돼서 거의 잊어버렸다. 학교 다닐 때 국사 시간 별로 안 좋아했다. 나라가 서고 스러진 연도, 왕이나 중요한 사람 이름, 법(제도) 그런 것을 외우게 하고 시험에는 그런 것만 나왔다. 지금은 학교에서 우리 역사 어떻게 가르칠까.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책을 잘 찾아서 보지 않는다. 우연히 소설을 보면 거기에서 조금 배우기도 한다. 역사책보다 소설이 더 재미있고, 소설에는 딱딱한 이야기보다 사람 이야기가 적혀 있어서 그게 좋은 건지도. 이렇게 말했지만 역사 소설도 그렇게 많이 본 건 아니다. 그때는 이런 생각을 한다. 역사 배경을 잘 모르는데, 하는. 다행이라 할 수 있는 건 책을 보기 전에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는 거다.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책 보기 전에 한 적도 있을지도). 이런 말을 하다보니 내가 역사책을 보고 별로 상상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 있는 글만 보고 그때 사람이 어떻게 살았을까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 것을 상상하고 역사 시간을 보낸 사람은 역사를 좋아했을 것 같다. 학교에서 역사를 재미있게 가르쳐주지 않는 것만 탓할 수 없겠다. 상상력 없었던 나를 탓해야겠다. 어릴 때 책을 거의 읽지 않아서 그런 건지도. 역사에서 책읽기 이야기를 했구나. 아주 상관없지 않을 듯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책이 많다. 어린이가 볼 만한 책도. 거기에는 우리나라 역사를 바탕으로 쓴 이야기도 많을 거다.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 이야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읽어보는 것과 안 읽어보는 것은 차이가 나지 않을까.

 

우리가 고구려, 백제, 신라 세 나라로 나뉘었을 때 어디나 세 나라를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 나라가 친하게 지낸 적도 있었을 텐데. 나라를 하나로 만들려고 한 것은 나라를 크게 만들기 위해서였을까. 이런 생각밖에 안 드는구나. 본래 한 나라였기 때문인 것도 있었겠지. 그때 사람 진짜 마음은 어떤 거였을까. 세 나라를 하나로 통일한 곳은 신라다. 그때 힘을 많이 쓴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김유신이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책 제목인 ‘쿠쉬나메’는 페르시아 대서사시다. 신라와 페르시아를 잇기 어렵지만, 신라가 통일신라가 되기 전에 나라를 잃은 페르시아 왕자가 신라에 온 이야기가 쿠쉬나메에 적혀있다고 한다. 그것이 알려진 것은 2010년이다. 우리뿐 아니라 옛날에 페르시아였던 이란도 모르는 역사가 깨어났다. 쿠쉬나메에는 신라 공주가 페르시아에 가서 페르시아 영웅 페리둔을 낳았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나라를 잃고 신라에 와 도움을 받은 왕자는 아비틴이고 아비틴과 결혼하는 공주는 프라랑이다. 신라 태종무열왕 자식 가운데 이름이 프라랑인 사람이 있었는지 찾아봤지만 나오지 않았다. 원효대사와 결혼해서 설총을 낳은 요석 공주는 나왔는데. 태종무열왕 이름은 김춘추다. 딸 이름을 프라랑이라 지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어쩌면 쿠쉬나메에 프라랑이라 적혀 있는 건지도. 신라에서는 그 기록을 남겨두지 않은 건가 보다. 아니면 우리가 그것을 찾아내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시간이 좀 지나서 다른 책을 봤는데, 우리나라가 한자를 받아들여서 한자 때문에 성이 중국식으로 바뀌고, 글을 쓸 때도 한자를 우리말식으로 썼다고 한다. 오래전 기록이 지금까지 남아 있지 않은 게 안타깝다. 신라에서 향찰로 쓴 향가도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고 그것을 해석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아주 먼 옛날 신라 공주는 외국 사람과 결혼하고 자신이 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다니. 식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많이 슬펐을 것 같다. 가까운 곳이라면 가끔 만날 테지만, 페르시아는 아주 먼 곳이어서 두번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그런 용기를 내다니 대단하다. 공주와 자기 아들을 결혼시켜서 무엇인가 이루려고 한 사람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한 거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프라랑도 아비틴을 좋아했다. 작가가 상상으로 썼다 해도 진짜 그랬으리라고 생각한다. 억지로 다른 나라에 가서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도 있지만(원나라 기황후, 잘 모르는데 생각났다). 우리나라에는 대단한 여성이 많은 듯하다. 프라랑은 공주로서 페르시아 왕자와 결혼한 거지만. 페르시아로 가고 몇해 뒤 아비틴은 죽는다. 프라랑은 페리둔을 지키고 키웠다. 그 이야기는 짧게 나오지만, 그 시간 그리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아비틴과 프라랑 아들 페리둔은 페르시아 왕이 되고 신라를 도와 당을 물리쳤다. 신라가 고구려, 백제와 싸울 때 당나라한테 도움을 받는다. 당나라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신라를 도와준 건 아니었다. 나중에 신라는 당나라 때문에 골치를 썩였다. 이때 페르시아가 도움을 주었나보다. 이것도 우리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거나 찾지 못한 것 같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은 알지만, 자신이 살지 못한 시간은 모른다. 그것을 알게 해 주는 게 역사다. 역사는 바뀌지 않지만 그 안에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것은 많을 거다. 페르시아 대서사시 쿠쉬나메에 적힌 신라와 페르시아 관계를 찾아낼 수도 있고, 오래전에는 밝힐 수 없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있는 것도 있을 거다. 그것을 먼저 알게 되면 많은 사람한테 알려주면 좋겠다. 무엇인가 찾아내도 그것을 바로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진짠지 가짠지 증명해야 할 테니까. 우리가 몰랐던 역사를 새로 아는 건 즐거운 일이다. 역사학자가 새로운 것을 많이 밝혀내면 좋겠다.

 

 

 

희선

 

 

 

 

☆―

 

“공주님은 신이 내린 운명을 믿으십니까?”

 

“글쎄요. 아직은 ‘이것이 운명이다’ 하는 것을 만나 보지 못해서요.”

 

“한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신라 땅에 와서 이렇게 시를 읊고 있으니 문득 운명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 조상 잠시드는 분명 까닭이 있어서 나를 이리로 이끄신 것 같습니다.”

 

“무슨 까닭인가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잠시드가 곧 알려주실 것입니다.”  (74쪽)

 

 

“페리둔을 감추어야 합니다. 나는 페리둔을 페르시아 왕으로 키울 것입니다. 그래서 아비틴의 한을 풀고 그가 하려던 일을 하게 할 것입니다. 운명이 나에게 맡긴 일을 해낼 것입니다.”  (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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