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거리에서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본 지금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슬프다, 우울하다, 화난다, 어이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작가는 ‘모든 일에는 흑백을 가릴 수 없는 면이 있기 마련이라, 100퍼센트 악도 100퍼센트 정의도 없다’ 고 했습니다(악을 말하고 선이 아닌 정의를 말했군요.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쩐지 이 말을 따라 글을 쓴 것 같습니다. 작가가 한 말 틀렸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보고 제가 생각한 것은 사람한테는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다였어요. 여기 나오는 사람은 거의 현실에서 달아나고 있습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다. 이것은 제가 그렇게 본 것이지 저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아이는 아직 어려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몰라서 다른 아이를 따라하고 아이들과 한 약속을 지켰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 부모는 자기 아이가 아니면 괜찮고, 자기 아이한테만 나쁜 일이 없기를 바랐습니다. 부모는 아이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고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이 흘러서 아이가 다시 웃는 일상을 살아가기를 바라더군요. 자기 아이한테 큰일이 없으면 어떤 일이 있었든 상관없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기 아이가 귀하면 남의 아이도 귀한 법인데 요즘은 이것을 잊어버리는 부모가 많은 듯합니다(자기 자식만 생각하는 부모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상한 말로 시작했군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하는 게 좋겠지요. 7월 1일 저녁무렵 구와바타 시립 제2중학교 교무실에 전화가 걸려옵니다. 전화를 한 사람은 2학년 B반 나구라 유이치 엄마였어요. 나구라가 아직 집에 오지 않았다고 했어요. 전화를 받은 국어교사 이지마 히로시는 학교 안을 둘러보다가 콘크리트 도랑에 머리를 부딪쳐 죽은 나구라를 찾아냅니다. 나구라는 죽었습니다. 운동부 아이들은 운동부실 지붕에서 옆 은행나뭇가지로 건너뛰는 일을 즐겼습니다. 나구라는 테니스부였어요. 이지마는 나구라가 운동부실 지붕에서 나뭇가지로 건너뛰다 떨어져 죽은 걸까 했어요. 경찰이 오고 신문 기자도 알게 되고 텔레비전 뉴스에도 나구라 유이치 일이 나왔습니다. 처음에 경찰은 나구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가 했어요. 어쩐지 경찰이 가장 처음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가 싶기도 하군요. 그런 게 처리하기에 편할지도 모르죠. 나구라 등에 꼬집힌 자국이 있는 것을 본 형사는 사고가 아닌 사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구라 유이치를 괴롭혔다고 생각되는 아이 넷(가네코 슈토, 후지타 가즈키, 사카이 에이스케, 이치카와 겐타)을 만납니다. 넷은 나구라와 같은 테니스부예요. 혹시 넷이 말을 맞출지도 몰라서 형사는 열네 살 이상과 열네 살 미만 아이들을 나누어서 잡아두었습니다. 같은 중학생인데 생일이 빠르고 늦고에 따라 나뉘다니. 다행이다 생각하는 부모, 억울하다 생각하는 부모가 있었어요.

 

학교에서는 집단 괴롭힘이 있었어요. 어쩌다 보니 네 아이가 드러났는데, 나구라를 괴롭힌 건 네 아이만이 아니었습니다. 반 아이들, 운동부, 테니스부……. 어떤 아이는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나구라가 따돌림 당하는 일을 괴로워하면 그만둘지 모르는데 힘들어하지 않아서 괴롭히게 된다고. 아이들한테 따돌림 당하고 괴롭힘 당해서 기분 좋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나구라가 분위기를 잘 못 읽지만 괴롭힘 당해서 마음 안 좋았을 거예요. 덮어놓고 나구라가 안됐다고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나구라는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하게 행동하기도 했습니다. 힘있는 아이한테는 꼼짝 못하고 자기보다 힘없는 아이한테는 분풀이를 하는 듯했습니다. 그 안에서도 여자아이한테. 중학생 무섭습니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사이여서 그런 걸까요.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어중간한 때. 고등학생도 다르지 않지만 중학생보다 덜 어중간할지도. 남자아이만 있을 때는 또 다르겠지요.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 게 확실하게 보이고, 그 폭력 안에 있으면 괜찮은 아이도 그 분위기에 휩쓸릴 수 있더군요. 나구라가 괴롭힘 당하는 걸 봐도 내 일이 아니니까 그냥 보기만 하고, 도와주었지만 아무 말 안 해서 괜히 도와주었다고 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도와줄 때는 상대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지 않는 게 가장 좋은데 말입니다. 아직 어려서 도움을 받은 상대가 ‘고맙다’고 말해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르죠. 어떤 아이는 좀 잘못 생각하고 있더군요.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자신이 모든 걸 뒤집어쓰면 된다고. 그 아이 괜찮기도 했지만 아주 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좀더 세게 말려야 하는데 겨우 한마디 하고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거든요. 어쩌면 이 책에 나온 사람들 현실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슬프고 씁쓸하군요. 세상에는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해도 저는 남을 생각하고 안 좋은 일을 막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여기 나온 아이들 아직 중학생이니 나이를 먹으면 달라질지도 모르죠.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 잘 사귀고 공부 잘하기를 바라겠지요. 요즘은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갈 때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 학교도 폭력에서 자유롭지 않으니까요.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집단 따돌림이 퍼지게 된 것인지. 아니, 이런 일은 오래전부터 있었을지도 모르죠. 다만 정도가 달랐을 뿐이겠지요. 요즘 아이들은 잔인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듯합니다. 이것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입시만을 생각하고 공부만 잘해라 해서일까요.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문제기도 하지만 부모가 학교에 아이를 맡겨두기만 하는 것도 문제가 아닐지. 나구라 엄마는 그 지역 큰 포목점 며느리로 아들을 낳아야 했어요. 처음과 세번째 아이는 배 속에서 죽고, 두번째인 나구라만 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러니 엄마는 나구라가 얼마나 소중하겠습니까. 소중하게 여기면 아이가 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기도 하죠. 엄마만이 아니고 할머니도 나구라를 옥이야 금이야 했습니다. 아이를 그렇게 키우는 것은 안 좋은 듯합니다. 그렇게 자라도 학교에 다니면서 아이들과 사귀면 세상을 알게 되는 아이도 있지만 나구라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요. 아쉬운 일입니다. 나구라가 좀더 다른 사람 마음을 아는 아이였다면 좋았을 텐데. 친구는 돈으로 사귈 수 있는 게 아닌데 나구라는 그것도 잘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나구라를 그런 아이구나 했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않고 따돌리고 괴롭혔군요.

 

누구 하나 잘못하지 않은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누구 하나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아, 그래서 ‘침묵의 거리에서’군요. 정말 말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은 하지 않고, 남이 알아도 상관없는 말을 하고 부모는 자기 아이만 생각하는군요. 책속에서 어떤 결론이 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생각하는 것은 우리 몫입니다. 저는 희망을 갖고 싶습니다. 부질없는 바람일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그래도 아이는 바뀔 수 있겠지요. 중학생이잖아요. 지금 말하지 않으면 평생 그 짐을 짊어져야 합니다. 그걸 깨달으면 좋을 텐데요.

 

 

 

희선

 

 

 

 

☆―

 

애초에 중학생이란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존재다. 이지마는 중학교 교사가 된 뒤로 날마다 그것을 실감했다. 어째선지 제 뜻과는 상관없는 일도 저지른다. 아이들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건 고립이다. 장단을 못 맞춘다거나, 따분하다는 말을 들을까 상식에서 벗어나고 만다. 연못에 뜬 물풀처럼 뿌리 없이 불안정하다. 덤으로 집안 분위기에 쉽게 잠식되고 휩쓸린다.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기 가장 어려운 나이대인 까닭에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는 일이 많다.  (1권, 226쪽)

 

 

 

기분 나쁜 장면을 봤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왕따가 된다는 건 저런 일을 당하는 것이다. 둘레가 모두 재미난 일처럼 바라본다.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외로움 속에서 그저 견디는 수밖에 없다. 만일 자신이 저 처지에 놓인다면…….  (2권, 33쪽)

 

 

겐타는 딱히 하고 싶지 않았지만 거절하면 분위기를 깰 것 같아서 꼬집었다. 에이스케도 말없이 따라했다.  (2권, 235쪽)

 

 

아이들은 목숨의 존엄성도, 삶의 뜻도, 사람 마음도, 자기 마음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2권, 28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