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 나를 만든 세계문학고전 독법
구본형.박미옥.정재엽 지음 / 생각정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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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에서 말하는 책 가운데서 제가 본 적 있는 것은 네 권뿐입니다. 한두 권 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한 권은 조금 본 적 있고, 한 권은 책보다는 그냥 아는 이야기니까요. 이렇게 해서라도 더 안다고 말하고 싶은가 봅니다. 책 이야기가 있는 책을 볼 때는 제가 본 책이 거의 없을 때가 더 많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제가 그런 책을 자주 만나본 것은 아니군요. 사람마다 좋아하는 책이 다르기도 하지요. 여기에서는 고전만 소개하고 있습니다. ‘나를 만드는 세계문학고전 읽는 법’이라는 말도 있군요. 여기에 나오는 책은 EBS 라디오 <고전읽기>에서 읽어주기도 했습니다. 전에 저도 방송을 들었습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들은 것은 아니고 들을 수 있을 때 들었습니다. 그래서 구본형 님이 방송을 그만두었을 때 조금 아쉬웠습니다. 언젠가 건강해지면 다시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날은 오지 않겠군요. 방송을 그만두기 전에 잠깐 쉬었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때 구본형 님이 암수술을 했던가 봅니다. 라디오 방송에서 그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는 분은 아니지만 라디오 방송을 들어서 구본형 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그렇잖아요.

 

구본형 님이 라디오 방송을 하던 것을 들은 지 한해 넘게 지나서 그때 구본형 님이 어땠는지 거의 잊어버렸습니다. 단 하나 생각나는 것은 그렇게 몸이 안 좋았는데도 하고 싶은 일이 아직 많다고 한 거예요. 세상을 떠나서 하고 싶은 거 못하게 되어서 아쉽겠구나 했습니다. 하지만 사는 동안 즐거웠을 거예요. 긴 시간은 아니더라도 구본형 님이 하고 싶은 것을 했으니까요. 저는 별로 못 만났는데 책도 많이 남기셨지요. 그렇게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 석가의 마지막 가르침이 나옵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신을 의지해라. 또한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에 의지해라. 모든 것은 덧없으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해라(자등명법등명 自燈明法燈明). (403쪽)’ 좋은 말 같기도 하면서 고개가 갸우뚱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의지하고 진리를 의지하라고 해서. 나쁜 말은 아니지만 조금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자신도 의심하고 진리도 의심해야 하니까요. 모든 것은 덧없는데 왜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해야 할까 잠깐 생각했습니다. 덧없이 사라지니까 오늘을 잘 살아야 하는 거겠지요. 얼마전에는 ‘적당히 사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쪽이 더 좋아요. 뭐든 뜨거운 마음으로 해도 좋겠지만, 힘 빼고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그래도 열심히 하는 사람 보면 부럽습니다. 저는 그렇게 못하니까요. 구본형 님도 뜨거운 마음으로 살다가 갔겠지요.

 

몇 해 동안 책을 보면서 고전은 거의 안 보았습니다. 제가 좀 삐딱해요. 남들이 해야 해 하면 하기 싫어요. 인문도 마찬가집니다. 그런 말이 없었으면 편하게 보았을지도 모르는데. 제가 앞에서 본 적 있다고 한 책은 고전을 보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기 전이에요. 어쩌면 그때도 그런 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지금 나오는 책이라고 해서 고전보다 못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고전이 있어서 여전히 책이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전을 보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요. 오래전 사람과 지금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달라도 꿈꾸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살아가는 것은 같잖아요. 오래전 책을 보고 ‘그때도 이랬어’ 하지요. 그리스비극 《오이디푸스 왕》은 지금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을 만한 겁니다. 실제 책뿐 아니고 여러가지로 나오기도 했군요. 그런데 정해진 운명은 바뀌지 않을까요. 오이디푸스와 부모가 운명을 바꾸기 위해 한 일은 다시 그 운명으로 이끌었잖아요. 피했기 때문일지도. 나중에 오이디푸스는 운명을 피하지 않고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태어났다고 합니다. 자기 어머니와 결혼했다는 것을 안 오이디푸스가 자기 눈을 찌르고 어둠에 갇혔을 때, 오이디푸스는 새롭게 인간의 본질을 이해했답니다. 저도 잘 모르고 이런 말을 했군요. 말을 꺼냈는데 어떻게 이어야 할지 몰라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을 때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기도 할 것 같아요. 이 책 속에 나오는 것만 보기보다는 전체를 보면 좀더 알 수 있을지도. 언제 볼지 모르겠군요.

 

제가 본 것 가운데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도 있습니다. 그저 읽었고 제대로 알지는 못했습니다. 사랑은 주는 것이지 받는 게 아니라고 하네요. 자신을 모두 내주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는군요. 서로 주고받는 것도 좋겠지만 주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낀다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준만큼 받으려고 하지 않는 게 좋겠지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말할 때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베르테르가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그것은 실제 죽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죽지만 죽은 게 아니라니, 이런 생각을 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서는 몸을 버리고 영혼이 자유로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것과 조금 다르게 생각한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과 이뤄지지 않아서 괴로운 자신은 죽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자신으로 바뀌는 것은 아닐까였을지도. 지금의 자신을 버리고 다시 태어나는 거죠(이것은 오이디푸스가 그랬다고 했군요). 예전에는 베르테르가 사랑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안 좋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문학으로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죽을 만큼 누군가를 좋아해 본 사람 부럽군요.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가면 더 좋겠습니다. 사랑하라는 말을 쉽게도 하던데, 이때 주는 사랑을 하라는 말도 덧붙이면 낫겠습니다. 두 사람이 마음이 맞아서 서로 좋아하면 좋겠지만, 언제나 일이 그렇게 잘 돌아가지는 않거든요. 지금 생각하니 꼭 이성을 사랑해야 하는 것은 아니군요. 자연을, 세상을 사랑하는 것도 좋은 일이에요.

 

고전도 중요하지만 저는 어떤 책에서든 무엇인가 하나라도 배운다면 좋다고 봅니다. 책에 나온 거라 해도 모두 옳지는 않습니다. 그런 것도 잘 가려낼 수 있어야겠지요. 저도 아직 멀었습니다. 마음을 닦는다는 생각으로 책을 보려고도 하는데 쉽지 않네요. 마음을 닦는다고 해서 종교를 갖거나 명상책을 보아야 하는 건 아니죠. 제가 아직 고전을 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지는 않았군요. 언젠가 우연히 보는 날도 있겠지요. 책을 보고 생각하고 실천하고 살면 좋을 텐데, 실천은 잘 못하고 있습니다. 큰 일은 못해도 작은 일은 해야겠습니다. 좀더 넓은 마음으로 보기. 제 마음은 여전히 좁습니다. 앞에 넣으려다 넣지 못한 말, ‘나 자신을 좋아하기’도. 다른 것은 몰라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보고 싶기도 합니다. 예전에 한번 본 적 있는데 잊어버렸습니다. 신화는 한번이 아니고 여러번 보는 게 좋겠지요. 우리나라 신화 《삼국유사》도요.

 

 

 

*그냥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베르테르가 죽는 것은 실제 죽음이라기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자신이 죽는 것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위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된다고 했지만, 그렇게까지 안 되고 그만 좋아하는 거죠. 그것 또한 죽음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소설에서는 실제 죽지만, 현실에서는 다르게 보아도 괜찮지 않을지. 그런데 그때 사람들이 베르테르를 따라하기도 했다죠. 괴테 자신은 오래 살고 젊은 사람은 죽게 만들다니, 그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다른 것은 말하지 않고 베르테르가 죽은 일만 말하다니. 예전에 한번 읽어보기는 했는데 잘 생각나지 않아서예요.

 

 

 

희선

 

 

 

 

☆―

 

“교육은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을 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121쪽)

 

 

지나고 나면 삶은 꿈같은 것이다. 삶에는 정해진 아무런 목적이 없다. 삶의 목적이 단 하나 있다면 삶 자체다. 여행의 목적이 목적지에 닿는 것이 아니라 여행 자체인 것과 같다. 하지만 삶이 현실만으로 만들어졌다고 여기지 말자. 현실에 갇히면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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