往復書簡 (文庫)
미나토 가나에 지음 / 幻冬舍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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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서간

 

 

 

편지 형식으로 쓰인 소설이 ‘왕복서간’이 처음은 아닐 겁니다. 옛날 사람들 작가, 화가, 음악가 같은 사람이 누군가와 나눈 편지를 모아서 내는 책도 있지만, 이것은 소설과 조금 다르기도 합니다. 소설은 많은 사람이 공감하도록 쓰지만 편지는 그것을 받는 한 사람만을 생각하고 쓰죠. 그래도 다른 사람이 쓴 편지를 보는 게 아주 재미없지는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옛날 사람이 쓴 편지에는 답장이 함께 실려 있지 않아서 그것을 받은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이 쓴 편지만 책으로 나오잖아요. 그런 편지글을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편지를 쓴 사람 마음뿐입니다. 소설에서는 편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입니다. 다른 소설도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하니 소설이라고 해서 다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아니군요. 편지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기만 할 때도 있습니다. ‘왕복서간’에서는 제목 그대로 편지를 주고받습니다. 그 편지를 보고 우리는 그 사람들한테 있었던 일을 알 수 있어요.

 

미나토 가나에 소설은 《고백》을 가장 처음 만나보았습니다. 충격스러운 소설이라고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그때 그냥 본 듯합니다. 이런 소설을 본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거든요. 그 소설을 보며, 사람들이 자기 처지만을 내세우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뒤에 본 것에도 그런 점이 보이더군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마 조금씩 바뀌었을 텐데 제가 그것을 바로 느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것은 본 지 좀 됐으니 내버려두겠습니다. 제가 작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까요. 여기에도 그런 말이 있지만, 정말 편지로는 더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얼굴 보고 말하는 것보다는 글로 말할 때 더 솔직해지는 것 같기는 합니다. 그리고 말로는 할 수 없는 것도 글로는 쓸 수 있지요. 하지만 더 솔직해진다고는 할 수 없을 듯합니다. 하긴 자기 마음을 다 드러내고 사는 사람은 없겠습니다. 시간이 흘러서는 지난날 어땠는지 말하게 될까요. <10년 뒤의 졸업문집>에서는 고등학생 때 일을 말하더군요. 다른 사람이 보는 것과 자신이 생각하는 게 다르게 보였습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실제와는 다르게 안 좋게 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보다 더 좋게 볼 때가 많은 듯합니다. 아니, 여기에는 두가지가 다 나왔군요.

 

고등학생 일 때는 그 안에서만 생각하지 않나 싶습니다. 고등학교를 나오고 본래 살던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간다면 세계가 좀더 넓어지겠지요. 그렇다고 학생일 때가 안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때는 그때만 할 수 있는 게 있겠지요. 방송부 친구들 이야기를 하는 게 부럽기도 했습니다. 조금 잘못 안 것도 있지만. 시간이 흘러서 편지로 이야기를 해서 그때 그랬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그것을 안다고 해도 지금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요. 방송부 친구들에서 아주 안 좋게 된 사람은 없습니다. 잠시 힘든 일이 있었던 사람은 있지만. 그게 사고일까 사건일까를 알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알려고 하는 겁니다’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군요. 뒤에 나오는 <이십년 뒤의 숙제> <십오년 뒤의 보충수업>도 처음 받은 인상과는 다르게 끝나는군요. 편지를 쓰는 게 한가지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십년 뒤의 숙제>에서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분이 한 제자한테 이십년 전에 사고를 겪은 아이 여섯이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부탁합니다. 제자는 여섯 사람을 만난 일을 선생님한테 편지로 알려줍니다. 같은 사고를 겪어도 어디에 있었느냐에 따라 생각이 다르기도 하더군요. 같은 곳에 있어도 다르게 기억하기도 하지요.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사고라 해도 그곳에 있었던 사람은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갈 듯합니다. 사고가 없었다면 그날 일은 좋은 추억이 되었을 텐데요. 누군가는 그날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 때문에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좋은 일만 기억하면 좋을 테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여섯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기도 했겠지만, 그 일로 아직도 괴로워하는 아이가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자한테 편지를 쓴 겁니다. 사고 때문에 가장 괴로웠던 사람은 선생님이었을 텐데 말이에요. 선생님은 그때 남편과 배 속 아이까지 잃었거든요. 그래도 선생님은 남편과 살았던 추억이 있어서 지금까지 살았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십오년 뒤의 보충수업>은 처음에는 연애편지처럼 보이더군요. 두 사람은 중학생 때부터 사귀었고, 사귄 지 거의 열다섯해가 되었답니다. 나가타 준이치가 국제자원봉사대에 지원해서 두해 동안 먼 나라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먼 나라에 가도 전자편지는 쓸 수 있겠지요. 하지만 마리코는 준이치한테 가고 오는 데 오래 걸리는 편지를 씁니다. 고모와 고모부가 사귈 때 쓴 편지를 마리코가 부러워했거든요. 처음에는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데 시간이 갈수록 두 사람이 중학생 때 있었던 일을 말합니다. 그동안 두 사람은 그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했거든요. 마리코는 그때 기억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준이치와 편지를 나누다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준이치는 마리코를 위해서 거짓말을 하고. 그때 저는 그게 진짜인가 했습니다. 마리코가 다시 편지를 써서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미나토 가나에 소설 ‘n을 위하여’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소설은 벌써 일어나버린 일을 이야기합니다. 그것을 보는 사람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겠지요. 소설은 그런 노릇을 하는 게 아닌가 싶군요.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막아주는. 모든 일을 다 막을 수는 없지만, 막을 수 있는 것도 있지요. 이렇게 말을 했지만 마지막 이야기도 좋게 끝납니다.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거기에 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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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4-03-04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편지'하면 일단 '펜으로 글을 쓰는 것', 이 생각부터 나거든요. 요새는 그런 경우가 잘 없지만, 예전에 컴퓨터를 쓸 수 없어서 펜으로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는 쉽게 고칠 수가 없으니까 문장을 미리 머리 속으로 여러번 생각해보면서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보면 컴퓨터라는 게 참 글을 쓰는 행위를 많이 바꿔놓은 것 같아요. 분명히 편리하기도 하지만, 문장을 확실히 너무 쉽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요새는 정말 펜으로 문장을 쓴다는 것은 말 그대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때 뿐이겠지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씨를 보기 좋게 쓰려고, 혹은 맞는 문장을 쓰려고 공을 들이는 행위..그런 것들도 편지의 총체일텐데, 그런 총체를 맛본지도 상당히 오래전 일인 것 같습니다.

희선 2014-03-04 23:19   좋아요 0 | URL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볼테르(이름만 압니다^^)는 평생 쓴 편지가 4만통 정도 된다는군요 누구한테 무슨 말을 그렇게 썼을까요(이 말 방송에도 나왔습니다) 저는 여전히 씁니다 잠시 손으로 무언가를 거의 안 쓸 때도 있었는데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그때 쓰게 된 것은 편지예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이런저런 할 말이 많았는데 지금은 별로 없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친구한테 편지를 썼는데, 말로 해도 되는 것을 편지에 쓰려고 말 안 했습니다 좀 우습죠 제가 편지를 쓰는 것은 말을 잘 못해서기도 합니다

그렇게 책을 많이 본 것은 아닌데, 예전 사람들은 편지를 자주 주고받더군요 그런 모습을 보니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많지는 않아도 저도 몇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습니다(자랑^^) 맥거핀 님하고는 다른 말을 했네요 ‘맞아 맞아 나도 그래’ 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는데...^^

예전에 잠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아주 싫어한 시인 에밀리 디킨슨(이 사람도 이름만 아는)이 지금 시대에 살았다면 인터넷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니 어쩌면 에밀리 디킨슨은 혼자여도 그렇게 외로워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군요

어제 인터넷 연결이 안 돼서 컴퓨터를 쓰지 못했는데, 제가 컴퓨터 쓰는 게 인터넷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컴퓨터를 켜도 할 게 없더군요 음악을 들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도 오래 보고 있던 책을 많이 봤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