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스토리콜렉터 11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선영 옮김 / 북로드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는 별난 가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 세상이라기보다 책 속 세상이라고 해야겠군요. 어딘가에는 ‘추억을 파는 편의점’(무라야마 사키)이 있습니다. 꿈을 맡아주는 ‘좋은 꿈 하나 맡아드립니다’(고마쓰바라 히로코)에는 사람의 나쁜 꿈을 먹어주는 맥이 하는 꿈은행이 나옵니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일본동화군요. 우리나라에는 신기한 사진관이 나오는 동화가 있습니다. 그것은 ‘꿈을 찍는 사진관’(강소천)입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누군가를 꿈에서나마 보고, 사진사는 그것을 사진으로 담아줍니다. 제가 아는 것은 이 정도뿐이지만 더 있을 것 같기도 하군요. 책은 아니지만 이상한 가게가 나오는 게 하나 떠올랐습니다. 제목에 이상한(신기한)이 들어가는 ‘후시기공방증후군’입니다. 무엇인가 하나 소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들은 지 오래돼서 거의 잊어버렸습니다. 그저 후시기공방에 우연히 들어간 사람의 바람을 들어준다는 것밖에는. 그곳에 우연히 가게 되는 사람한테는 모두 아픔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앞에서 말한 동화 ‘추억을 파는 편의점’과 ‘꿈을 찍는 사진관’에 나오는 사람도 그렇군요. ‘좋은 꿈 하나 맡아드립니다’에 나온 악마의 부하도. 이번에 본 책에는 전당포가 나옵니다. 추억을 맡기면 돈을 준다는군요. 본래 제목도 ‘추억을 맡아드립니다’예요.

 

추억 전당포는 바닷가 절벽에 있는데, 마법사가 하는 곳으로 어른은 그곳을 볼 수 없고 갈 수도 없습니다. 마법사는 추억에 값을 매기고 아이한테 돈을 빌려줍니다. 아이가 스무살이 되기 전에 돈을 갚으면 추억을 돌려받지만, 돈을 갚지 않으면 그 추억은 마법사가 갖게 된답니다. 그리고 아이가 스무살이 되면 추억 전당포에 대한 것을 모두 잊는다고 합니다. 자신이 추억 전당포에 맡긴 추억도 모두 사라지겠군요. 추억을 맡기고 돈을 빌린 아이들 가운데서 스무살이 되기 전에 돈을 갚고 추억을 돌려받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추억이 돈이 된다고 하면 아마 아이들은 아주 좋아할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어른한테는 보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은 아이처럼 바로 ale지 않을 것이고 믿는다면 큰돈을 바랄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추억을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것일까요. 전당포이기 때문에 잠시 맡겨두는 것이기는 하지만. 맡겨둔다는 마음보다는 판다는 느낌이 더 크게 듭니다. 마법사는 사람이 아니어서 사람 감정을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이들 추억을 보며 사람을 알아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법사는 죽지 않는다고도 하더군요.

 

초등학생 하루토는 처음에 게임 소프트웨어를 사기 위해 추억 전당포에 갑니다. 하루토가 마법사한테 맡기는 추억은 모두 엄마와 관계있는 거였습니다. 하루토는 둘째로 엄마가 형 야마토만 많이 좋아하고 자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엄마한테 잔소리를 많이 들었거든요. 중학생 리사는 신문부로 추억 전당포를 하는 마법사를 취재합니다. 리사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추억을 맡기는 일에 반대합니다. 그것은 아니다고. 리사가 좋아하는 유키나리는 알츠하이머병인 증조할머니가 뺑소니 사고를 당해서 범인을 잡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마법사는 증조할머니의 추억을 맡을 수 없다고 합니다. 마법사는 유키나리가 말했을 때 그다음 일까지 알았거든요. 유키나리 말을 마법사가 들어주지 않은 것은 리사를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사가 슬퍼할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거든요. 마법사가 사람이 느끼는 기쁨이나 슬픔을 모른다고 했는데 그 말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른 사람 마음을 모르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루토는 오랫동안 추억 전당포에 다녔고, 리사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리사는 마법사를 친구로 만나러 다녔습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었거든요.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리사는 같은 반 아이 메이가 다른 반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메이에 대해서는 마법사가 가르쳐주었답니다. 메이가 괴롭힘 당하는 일을 날마다 마법사한테 맡겼거든요. 리사는 그런 일도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는 메이를 도와주고 친구가 됩니다.

 

추억을 돈으로 바꾸는 일을 반대하던 리사도 한번 자신의 추억을 맡길 뻔합니다. 마법사는 언제나 추억을 맡지는 않는가 봅니다. 아니, 그것보다는 리사를 도와주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리사는 하야토가 맡긴 추억을 보고 메이 마음을 알고 싶어했습니다. 추억을 맡기려고 했다에서 왜 이런 이야기로 넘어갔나 하겠군요. 리사 남자친구 유키나리가 메이와 사귀고 싶어했거든요. 메이는 그런 일이 몇번 있었답니다. 그래서 친구와 멀어지고 괴롭힘 당하기도 했는데 또 그런 일이 일어난 거예요. 당연히 메이는 유키나리한테 다른 마음은 없었습니다. 리사는 친구를 믿고 싶지만 또 다른 마음도 들었지요. 유키나리가 한 말도 있고 메이를 괴롭히던 아이들도 비슷한 말을 했거든요. 결국 리사는 메이를 믿기로 했습니다. 그게 좋은 것이겠지요. 리사가 남자친구뿐 아니라 친한 친구도 잃을 뻔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엄마와 있었던 추억을 맡기던 하야토는 나중에 깨닫게 됩니다. 엄마가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일을 하야토가 알도록 해주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어서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했는데. 사람은 늘 그런 걸까요.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그전에 알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요.

 

추억을 맡기려는 아이들이 하려고 했던 것은 싫은 일에서 달아나는 거였습니다. 하루토는 엄마 잔소리에서, 메이는 아이들의 괴롭힘에서 그리고 리사는 친구를 믿지 못하는 마음에서. 어떤 일을 마주하지 않고 달아나면 그 일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아니, 해결하지 못한다 해도 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사람은 추억으로 살아간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늘 좋은 추억만 있지는 않겠지만, 안 좋은 것도 다 자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이런 말이 떠오르기도 하는군요. 추억을 잃는 것은 자신을 잃는 것과도 같다는. 기억이라고 해야 할지도. 기억과 추억은 조금 다르겠군요. 저는 마법사 마음도 알아주고 싶습니다. 죽지 않는 마법사는 아이들이 맡긴 추억으로 잠시나마 기쁨을 느끼지 않을까요. 마법사 자신이 추억을 만들어도 괜찮을 텐데 하는 생각이 지금 들었습니다. 아니, 마법사한테는 아이들이 추억 전당포에 찾아오는 것 자체가 추억이 되겠군요. 하지만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면 추억 전당포나 마법사에 대해서는 잊습니다. 어른은 환상보다 현실을 살아가니까요. 마법사는 그게 쓸쓸해서 아이가 스무살이 되면 추억 전당포를 잊게 하는 게 아닐까요. 그래도 리사는 추억 전당포에서 마법사를 만난 일을 잊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모두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살아간다면 좋겠습니다.

 

 

 

희선

 

 

 

 

☆―

 

“마법사님 사람을 얕봐서는 안 돼요.”

 

“그렇구나.”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보려고 하면 보이는 것도 있어요.”

 

마법사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는 친구예요. 5년, 10년, 분명 50년 뒤에도.”  (206쪽)

 

 

 

“사실은 더 쉽잖아.”

 

“네?”

 

“진정한 상대를 찾는 법.”

 

“쉽다니요?”

 

“추억이 되지 않는 사람. 그가 운명의 상대야.”

 

“추억이, 되지 않는다?”

 

“‘좋아했어’가 되지 않는 사람. 그 시절에는 좋았는데 하고 여기지 않는 상대. 몇 해가 지나도 좋아. 줄곧 지금 진행형. 그게 진정으로 소중한 사람.”

 

“그렇구나…….”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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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5 1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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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7 0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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