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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 한정원의 8월 ㅣ 시의적절 8
한정원 지음 / 난다 / 2024년 8월
평점 :

어느 철이든 한번 가면 또 온다. 한해가 지나면 말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건 많이 반가워하는데, 여름을 반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주 없지는 않을 거다. 어릴 때 난 여름을 좋게 여기기도 했는데. 지금은 여름 좋지도 싫지도 않다. 한정원은 여름을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다 했다. 이렇게라도 말하다니. 난 네번째로 좋아한다고도 말하지 못한다. 여름 별로다. 앞에서 좋지도 싫지도 않다고 했으면서 별로다 하다니. 지난 2024년 여름, 그것도 8월은 더 안 좋았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무슨 일 있었던가. 무척 안 좋았지. 2024년 8월뿐 아니라 2020년 8월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2024) 팔월에 이 책을 사고 그때 바로 못 봤다. ‘시의적절’이라는 걸로 나오는 책으로 시인이 한권씩 낸다. 일월에 나온 책은 일월이 아닌 십이월이나 그전에 쓴 거겠지. 이것도 칠월이나 그전에 하나씩 써두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팔월에 나오는 책에 실을 글을 칠월에 쓰면 좀 늦겠다. 칠월보다 더 일찍 썼겠다. 팔월을 생각하고. 더운 여름이 오지 않았을 때부터 팔월을 생각했을 것 같다. 난 팔월이 지나고 해도 넘어간 다음에 만났구나. 이렇게 달이나 날짜가 있는 책은 시간이 지난 다음엔 보기 어려울지도. 아니 시간이 지나서 편하게 볼지도.
책이 나오고 시간이 지나고 봐도 책에 실린 게 팔월이어서 그런지 팔월을 생각하기도 했다. 좋은 기억은 없다. 꽤 예전 팔월에는 물난리가 나기도 했으니. 내 어찌 팔월을 좋게 여기리(좀 예스러운 말투구나). 한정원은 여름에 몸이 안 좋았나 보다. 그게 팔월이었을까. 코로나19를 심하게 앓은 듯하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한정원이 다른 사람 개 산책을 시켰나 보다. 처음엔 좀 힘들었지만, 갈수록 나아졌다고. 자신이 개를 구하려 했는데, 개가 자신을 구했다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한정원은 고양이와 사는가 보다. 난 다른 사람 개가 힘들어 보인다고 해서 산책을 시키겠다고 말하지 못할 거다. 한정원은 그런 말을 했구나. 그 일이 있어서 아픈데도 일어났다고.
한국에서 개인이 사자를 기르기도 했나 보다. 그런 거 법을 어기는 거 아닌가. 개나 고양이도 아니고 사자라니. 사자는 넓은 곳을 뛰어다녀야 할 텐데. 동물을 보여주고 돈을 버는 일을 한 건지. 그럴지도. 그 사자는 딱 한번 철창문이 열려서 밖으로 나갔다. 그건 사람이 잘못한 건데. 사자는 나무 그늘에서 잠을 잤는데 총으로 쏘아서 죽였단다. 마취시켜서 옮기지 않고 죽이다니. 전에 얼룩말인가가 어딘가에서 달아났다는 기사 본 것 같기도 하다. 얼룩말은 죽이지 않았겠지. 예전에는 동물원 별 생각 안 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곳이 있어야 하나 생각하게 됐다. 동물은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데. 수족관에 가둔 물고기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곳에 그런 곳이 없어서기도 하지만, 그런 걸 보러 간 적 없어서 다행이다.
여름엔 비가 무섭게 쏟아진다. 장마는 칠월인데 비는 팔월에도 온다. 장마가 끝난다 해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이건 언제까지 이어질까. 나도 걱정 안 하고 싶은데. 비가 무섭게 쏟아져도 빗물이 차오르지 않고 잘 빠지기를 바란다. 그걸 잘 해주면 좋을 텐데. 다른 도움보다 그걸 더 바란다. 내가 도움 받아야 할 일은 없지만. 조금 가난해서 말이지. 가난한 사람은 낮은 곳에 산다. 비가 많이 오면 낮은 곳은 물에 잠기고 만다. 조금 슬프구나. 가난한 사람은 겨울을 나는 것도 힘들지만, 여름을 나는 것도 힘들겠다. 갈수록 여름이 더 힘들어질지도.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