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의 수수께끼 - 제3회 창비청소년도서상 교양 기획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고 9
안소정 지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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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가 그린 <세한도>에는 먼저 우정이 담겨있습니다. 솔직히 이것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제주도에 유배 가 있던 김정희가 누군가한테 그려준 그림이라는 것밖에는요. 그림을 그린 배경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언젠가 다른 책에서 읽어본 적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이제는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김정희는 올곧은 성격 탓에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아홉해 가까이 귀양살이를 했습니다. 그때 추사체를 완성했다고도 하죠. 섬이고 집 바깥에 나갈 수 없었던 김정희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얼마 없었겠군요. 글씨를 쓰거나 책을 읽는 것밖에는. 하지만 그곳에 책이 많지는 않았겠죠. 김정희 제자 이상적은 중국에서 어렵게 구한 책을 보내주었습니다. 어느 해에는 백이십 권이었다는군요. 김정희는 그런 이상적한테 감격하여, 이상적의 마음을 한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하더군요. 추운 한겨울을 그렸지만 그림은 따듯하게 보인다고 하는군요. 그저 제자한테 그려준 그림인데 지금은 이게 우리나라 보물이군요. 김정희는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할지. 한사람한테 그려준 것이라 할지라도 지금까지 남아서 우리가 볼 수 있다는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군요. 일본사람이 가지고 있었던 때도 있었는데.

 

이 책 《세한도의 수수께끼》는 중학교 2학년 여자아이 은진주와 수학 선생 나윤기가 <세한도>를 둘러싸고 일어난 일을 해결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아니 조선시대에 썼던 도량형을 비롯해 동양 수학에 대해 말합니다. 제가 수학을 잘 모르는데 수학이라니……. 세종대왕은 과학뿐 아니라 수학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과학과 수학은 뗄 수 없는 것이군요. 그러면 수학과 미술은 어떨까요. 서양에는 황금비가 있다고. 이게 여기저기에 많이 쓰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책도 황금비라고. 우리나라는 금강비를 많이 썼다고 하더군요. 금강비라는 이름은 다이아몬드를 말하는 금강석에서 따왔는데, 황금비에 견주어 최고라는 뜻으로 붙였을 거다고 합니다. A4 종이가 금강비를 쓰고 있다는군요. <세한도>에는 수학이 들어있고, 금강비도 있다고 합니다. 그림뿐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유산에도 금강비가 많이 쓰였답니다. 하긴 건축에도 수학이 쓰이죠. 수학 하면 저는 여전히 숫자만 생각하는데, 수학을 잘 아는 사람은 건물이나 물건을 보면 무엇이 쓰였는지 알 것 같기도 하군요.

 

피타고라스의 정리보다 먼저 쓰인 구가현의 정리도 있더군요. 동양에서 먼저 쓰인 게 있지만, 지금은 피타고라스의 정리라는 이름으로 널리 쓰이고 있죠. 수학을 이용한 암호도 나옵니다. 이것은 수학을 알아야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오는 사람이 수학 선생이군요. 진주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잘 그리기도 합니다. 나윤기와 진주가 <세한도>를 그려서 주고받은 김정희와 이상적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군요. 나윤기와 진주가 아주 친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는 같으니까요. <세한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다가 우리나라 유물(진짜 <세한도>도)을 일본으로 빼돌리려는 것이 나옵니다. <세한도>에는 보물의 비밀이 있다는 말 때문에. 한사람이 죽기는 했는데 뜻밖에 일은 쉽게 빨리 해결됩니다. 그 부분은 빨리 끝내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인지도 모르죠.

 

수학을 공부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동양 수학을 조금 아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양 것이 모두 다 좋은 것은 아니죠.

 

 

 

희선

 

 

 

 

☆―

 

“자는 도량형의 가장 기본이야. 그리고 도량형이 올발라야 나라가 바로 서고 사회가 안정되었거든. 자를 내렸던 데는 올바른 도량형으로 사회를 안정되게 하려는 뜻이 숨어 있는 셈이야.”  (45쪽)

 

 

“피리는 미세한 길이 차이에도 소리가 달라지는 아주 예민한 악기거든. 정밀하게 만든 피리를 이용하면 그만큼 자도 정밀해지는 거야. 이렇게 세종 때 만들어진 도량형은 1900년대에 새로운 도량형이 나올 때까지 거의 오백 년 동안이나 쓰이게 됐어.”

 

“정밀하게 만든 자를 온 나라에서 똑같이 써야 나라가 안정된다는 거죠. 그래서 지방 관료들이 부임할 때 자를 내린 거고요.”

 

“그렇지. 암행어사한테 자를 준 것도 마찬가지야. 백성들이 소작료나 세금을 낼 때 또는 장사를 할 때 억울한 일이 없게끔 올바른 잣대로 잘 살피라는 뜻이지.”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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