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해피 브레드
미시마 유키코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나한테 없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먹을 것에 대한 추억이다. 사람한테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먹는 것인데, 나한테는 그에 대한 일이 없다. 사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까 말까 조금 망설였다. 제목에는 빵이 있지만, 그리고 커피도 있다. 커피와 빵 좋아하는 편이지만 아주 많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아무거나 내키는 대로이기 때문에. 내가 느껴본 적 없는 이야기를 보는 것은 그리 편한 일은 아니다. 이것은 질투인지도. 느껴본 적 없는 게 이것만 있는 것도 아닌데 조금 우습기도 하다. 쓰다보니 무엇이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꼭 가장 좋아하는 것을 정해둘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가장 좋아하는 것은 정하는 게 아니겠구나). 그래서 내가 쓰는 말은 ‘좋아하는 편’이다. 이렇게 말했지만, 여기에 나온 리에가 어렸을 때 좋아한 그림책이 있다는 것은 부럽다. 비록 이 세상에는 없는 마니를 만나고 싶어할지라도. 마지막에 마니는 리에 자신이라는 말을 미즈시마가 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앞으로도 모를지도.

 

앞에는 이런 말이 있다.

 

 

“중요한 건

네가 빛을 받고,

너는 또 누군가를 비춰준다는

사실이야.”  (8쪽)

 

 

뒤에는 이런 말이 있다.

 

 

눈물이 흘러나와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리에 씨는 리에 씨의 ‘마니’를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운명의 사람을 찾는다든가 하는, 그런 차원의 얘기가 아닙니다.

 

먼저 자기 자신한테 그 어떤 능력이 있을 것.

그리고 상대한테도 그 어떤 능력이 있을 것.

그런 두 사람이 함께 있음으로 누군가한테 도움이 되거나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는 것.

결코 ‘마니’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 자신이 ‘달’이 될 수 없다면 ‘마니’ 역시 있을 수 없습니다.

‘마니’는 자기 자신을 긍정할 수 없다면 절대로 손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리에 씨의 슬픔이 너무나도 깊다는 생각에 나는 떨면서 울었습니다.  (192쪽)

 

 

앞에는 마니가 해를 없애달라고 하는 달한테 하는 말이다. 해가 없어지면 달도 사라진다. 그리고 달이 사라지면 마니도 없어진다. 자신을 긍정해야 한다는 말도 맞다. 자신을 부정하면 이 세상에 자신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그림책에 참 깊은 뜻을 담은 것 같기도 하다. 바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서로가 있어서 빛날 수 있다 같은데. 이 책속에 나온 다른 사람한테도 자신을 긍정해야 한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말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좀처럼 하기 어려운 일이다. 얼어붙은 마음을 따듯한 커피와 갓 구운 빵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풀어주는 것인가보다. 또한 바로 앞만 보던 마음이 더 멀리까지 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카페 마니가 있는 곳은 홋카이도의 쓰키우라라는 곳이다. 도시와는 떨어져있는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이것과 비슷한 풍경을 볼 수 있는 책이 《무지개 곶 찻집》(모리사와 아키오)이려나. 이 책은 아직 못 봤다. 이것 말고도 비슷한 분위기의 책이 여러 권 나오기는 했다. 책속에 나온 사람도 그렇지만 지금 사람들은 마음을 편히 쉬게 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런 책이 나오는 거겠지. 마음을 다친 사람들 마음이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듯해지니까.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는 쉽게 못 볼 것 같다. 나는 나한테 없는 것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야겠다. 그러고 있기는 한데.

 

 

 

희선

 

 

 

 

☆―

 

“미즈시마 씨, 난 내게 소중한 것을 언제나 소중하게 잘 간직하면서 살아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살다보니 나도 모르게 소중한 게 무엇인지 모르게 돼버렸어요. 미즈시마 씨, 고마워요. 나를 여기로 데리고 와줘서.”  (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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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8-28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도 안되요, 정말? 먹을 것에 대한 추억이 없나요?ㅠㅠㅠ 정말 그건 슬픈 거 같은데. 라고 써놓고보니 저도 딱 하나밖에는 없네요, 하하하.

멋진 리뷰네요. 빵과 커피가 생각이 나는..

희선 2013-08-28 02:51   좋아요 0 | URL
그래도 가연 님은 하나 있군요
어쩌면 제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죠
그리고 먹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 해야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주 싫어하지는 않지만 아주 좋아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