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방 모중석 스릴러 클럽 29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할런 코벤 소설은 이번이 두번째다. 처음 읽은 것은 2010년으로, 그때 읽은 책은 《결백》이다. 다른 책도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조금 들기는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결백》이 나한테 좀 맞지 않는 듯해서. 한권만 읽고 그런 생각을 하다니. 《아들의 방》은 예전과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같은 작가가 맞나 했다. 어쩌면 예전에 내가 잘 못 읽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백》을 읽고 쓴 게 있어서 찾아보고는 조금 놀랐다. 《아들의 방》에 나온 사람이 거기에도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수사과장으로 로렌 뮤즈다. 어쩐지 로렌 뮤즈는 다른 데도 나올 것 같다. 그렇다 해도 로렌 뮤즈가 앞에 나오는 것은 아닌 듯하다. 로렌 뮤즈가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기는 했다. 보이는대로 본 적도 있지만.

 

매리앤은 내시와 피에트라한테 끌려가서 고문당하고 끝내 죽임을 당한다. 내시는 카산드라라는 이름을 말했다. 카산드라의 복수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내시는 매리앤 얼굴을 못 알아보게 때리고 매춘부처럼 꾸며서 쓰레기처럼 버렸다. 의사인 마이크 바이와 변호사인 티아는 아들 애덤 컴퓨터를 감시했다. 애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서. 그렇게 한다고 해서 알 수 있을지. 애덤이 엄마 아빠가 그런 일을 한 것을 알게 되면 실망할 텐데 말이다. 티아와 마이크가 애덤 컴퓨터를 감시하게 된 까닭은 애덤 친구 스펜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애덤이 아주 달라졌기 때문이다. 스펜서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 벳시.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려고 하는 엄마 수전 로리먼. 티아와 마이크 딸 질의 친구 야스민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한 말 때문에 아이들한테 놀림을 당하게 되었다. 상관없어 보이는 이런 일들을 어떻게 연결할까 했는데 연결이 되었다. 큰 줄기는 두 개라고 할 수 있다. 내시와 피에트라가 여자를 끌고가서 죽이는 일과 마이크가 아들 애덤을 찾는 일이다.

 

두 가지 일이 일어나게 한 사람은 뜻밖의 사람이다. 아니 그렇게 뜻밖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런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도 했으니까. 어린이가 순수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증명해준 듯하다. 하지만 아이가 그렇게 된 것은 부모 탓도 있는 거 아닌가 싶다. 부모가 숨기는 일을 아이는 알고 싶어하고, 반대로 아이가 말하지 않는 일을 부모는 하면 안 되는 것까지 해서 알려고 하니 말이다. 사춘기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것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다르지 않은가보다. 다르지 않은 게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려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것인가. 하지만 모든 부모가 아이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아이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했는지 몰랐던 부모도 있었다. 그런 일이 있어서 티아와 마이크가 애덤 컴퓨터를 감시했는데, 어떤 까닭이 있더라도 그것은 하면 안 되는 일이 아닌가 싶다. 말하지 않는 아이 입을 열게 할 방법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이가 스스로 말하고 싶어할 때까지 부모가 애써야 하지 않을까.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보다 평소에 마음을 써야 한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문제도 알 수 있다. 그것은 부모가 처방받은 약을 아이들이 쉽게 손댈 수 있는 곳에 두는 것이다. 필요하지 않은데도 약을 처방받기도 했다. 이런 일 우리나라에도 있으려나. 나는 약 먹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약을 먹으면 정신이 맑지 않고 무기력해지는 듯해서. 약이 마약과 비슷한 것도 있는 것 같다. 본래 마약도 사람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사람들이 다른 데 쓰게 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작가가 사람들 관계를 먼저 정하고 썼을지도 모르겠는데, 실제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모르는 사람과 어떻게 관계되어 있을지 알 수 없으니 나쁜 관계가 되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한테 성폭행을 한 나쁜 사람이어도 누군가한테는 소중한 오빠이기도 하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먼저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 사람도 성폭행 당한 일을 숨기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부모가 그렇게 시킬 때가 많겠지. 이런 알 수 없는 말을 쓰다니.

 

여기에는 이런 것도 있다. 우리 식구만 안전하면 된다는. 어쩌면 이런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을 것이다. 예전에 읽은 《결백》에도 그런 게 나왔다. 이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희선

 

 

 

 

☆―

 

티아는 이 집 식구가 조금 전에 끔찍한 소식을 들었다는 걸 깨닫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정성을 다해 위로의 말을 전하고 함께 슬픔을 나누는 게 마땅했지만, 티아가 진정으로 바라는 건 딸애 손을 끌어당겨 이 집을 벗어나고 아들과 남편을 찾아내서 자신의 집 안으로 밀어넣고 대문을 영원히 잠가버리는 것이었다.  (476쪽)

 

 

신뢰라는 건 그런 것이다. 좋은 뜻으로 깬 거라도, 한번 깨지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법이다.  (5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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