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한무릎읽기
김애란 지음, 방현일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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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기도 하고, 평소에 볼 수 없는 사람을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책을 읽는 것은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다고 하던데) 그래도 가끔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비슷한 사람보다는 많이 다른 사람을 볼 때가 더 많다. 얼마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다. 책을 보고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좋지 않을까 싶다. 우리 세상은 뭐랄까 언제나 좋은 것, 예쁜 것, 잘난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한쪽만 보고 잘못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다른 것을 틀리다고 말이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을 잘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앞에서 말한 이런 사람은 장애인이다. 이 세상에는 비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도 살아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다. 일반 학교에도 장애인이 다닐 수 있어야 우리가 어릴 때부터 장애인에 익숙해질 텐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까. 여전히 우리나라는 장애인이 살아가기 어려운 곳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여자아이 유쾌한은 일요일이면 엄마가 교회에 갔다올 동안 슈퍼를 봐야 했다. 이름이 유쾌한이어서 처음에는 남자아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이런 이른 가진 사람 있을까. 쾌한이는 일요일이면 풍선껌을 사러오는 갈래머리 여자아이 오빠한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아이가 다녀가고 나면 과자 한봉지가 없어졌다. 쾌한이 엄마는 그런 것을 잘 알았다. 그런 것을 다 확인하고 있다니 대단하다. 한번은 쾌한이가 갈래머리 여자아이와 그 아이 오빠 뒤를 쫓아갔다. 교회 안에 있던 남자아이는 점자책을 보고 있었다. 쾌한이는 그 모습에 조금 놀랐다. 다음에 쾌한이는 갈래머리 여자아이가 과자를 훔치려는 모습을 보고 막았다. 갈래머리 여자아이가 울 듯한 얼굴로 뛰어가서 쾌한이는 과자를 가지고 전에 따라갔던 교회에 갔다. 갈래머리 여자아이 이름은 강소리였고, 남자아이는 강미르였다. 미르는 갑자기 날아온 축구공에 눈을 맞은 뒤부터 점점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교회 안에서 나온 미르한테 쾌한이는 하모니카를 가르쳐주겠다고 말했다. 쾌한이는 하모니카를 잘 불고 그것을 미르가 들은 적이 있다.

 

쓰다보니 앞부분은 조금 길게 썼는데, 남은 것은 짧게 써야겠다. 마음은 늘 그런데 정리를 짧게 못한다. 쾌한이는 미르한테 하모니카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책도 읽어주었다. 미르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친구를 위해서 쾌한이가 착한 일을 하는구나,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도움을 받는 쪽은 꼭 미르뿐일까. 그렇지 않다. 미르는 할머니와 여동생하고만 살았다. 쾌한이한테는 부모님이 모두 있지만 일하느라고 쾌한이와 함께 밥을 먹지 못했다. 그런 것 때문에 쾌한이는 쓸쓸해했다. 쾌한이는 혼자 밥 먹을 때 엄마 아빠와 함께 먹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그런데 미르를 알게 되고, 미르한테 하모니카를 가르쳐주고 책을 읽어주다보니 쾌한이 마음에서 외로움이 사라졌다. 미르가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지만, 그 마음을 그대로 갖고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비장애인도 늘 걱정하는데, 미르는 더할 것이다. 미르가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게 힘을 준 것은 바로 쾌한이다. 서로가 서로한테 도움을 주었다. 세상은 서로서로 도와가며 사는 것이기는 하다.

 

쾌한이는 미르를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돕기 위해서 하루 동안 눈을 감고 지내기도 했다. 그때 쾌한이는 미르가 얼마나 세상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눈을 감고 있는 쾌한이를 놀리는 아이도 있었고, 도와주는 아이도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놀리기보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세상에는 장애인한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지만 나는 잘 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지 않아야 할 텐데. 여기에 나온 어른 그러니까 쾌한이 엄마 아빠도 좋은 사람이었다. 엄마는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기도 했지만, 진짜 속마음은 따듯했다. 쾌한이가 미르와 친하게 지내도 막지 않았다. 상처 입을까봐 걱정은 했지만. 아빠도 공부보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쾌한이 엄마 아빠는 미르를 다르게 보고 있지 않지만, 현실에는 그런 부모가 많지 않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언젠가 이런 말 썼을지도 모르는데, 비장애인은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이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미르는 시각장애인이 다니는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고 했다. 가까운 곳에 그런 학교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미르가 앞으로는 쾌한이와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쾌한이가 지원해주는 힘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쾌한이도 눈이 보이지 않는 미르를 알려고 하고 도와주려고 하는 지금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희선

 

 

 

 

☆―

 

“준비하는 시간. 준비를 해야 되잖아. 눈멀어도 꿈꾸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잖아. 눈이 먼다고 사람이 아니야? 강미르가 아니냐고?”  (111쪽)

 

 

나는 이제 외롭지 않다. 내가 설령 기대했던 아이가 아니라 해도 태어나길 잘했다. 아니, 이제와서 확신하건데 엄마 아빠는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유쾌한을 원했고, 마침내 운 좋게 뜻을 이루었다.  (135쪽)

 

 

‘그래, 미르야. 네가 어디에 있든, 네가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지원사격해 줄게.’

 

미르가 내 맘을 읽었는지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난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날 거야. 일어나 달려 나갈 거야.’  (174쪽)

 

 

 

 

*작가 이름은 같지만 소설 쓰는 김애란하고는 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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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4-12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소설가 김애란이랑 다른 사람이군요. 저는 그 김애란이 이런 소설도 썼구나, 하고 신기하게 생각하였는데, 풋. 이건 그냥 여담이지만 동화책 처럼 어린이 관련 서적을 종종 읽으시나봐요. 저는 이제 너무..까지는 아니겠지만 나이를 먹어서 어린이 열람실을 들어갈 수가 없어요, 풋.

희선 2013-04-13 01:04   좋아요 0 | URL
사실 어렸을 때는 동화뿐 아니라 다른 책도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책을 잘 몰랐다고 할 수도 있겠죠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본래 동화도 좋아합니다
동화를 보면서 어렸을 때 나는 어땠더라 하는 것을 떠올려 보기도 하죠
하지만 생각나는 것은 별로 없어요^^
책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어린이 책도 어린이만 보라는 법은 없죠 어른이 더 많이 쓰기도 하고...
쑥스러워서 못 가는 거군요 가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어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