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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조지 워싱턴 비숍 ㅣ 문학의 즐거움 32
리사 그래프 지음, 지혜연 옮김 / 개암나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가끔 비슷한 책을 보게 된다. 그게 우연일 때도 있고, 그냥일 때도 있다. 잘 모르고 읽게 될 때 더 신기하기는 하다. 이 책은 그냥 보게 된 것이다. 먼저 본 《아름다운 아이》(R.J.팔라시오)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어거스트와 어거스트 식구, 친구를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조지 워싱턴 비숍은 어거스트와는 사정이 다르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조지는 남보다 키가 작다. 확실하게 왜인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고, 척추에 문제가 있고 손목을 구부리기 어렵고 손마디가 짧아서 연필 잡기도 어렵다고 나왔다. 키가 자라지 않는 것에도 여러가지가 있을 텐데 말이다.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뼈가 잘 부러져서 키가 크지 못하기도 했다.
부모님은 조지가 큰 사람이 되라고 이름을 미국 초대 대통령과 같은 조지 워싱턴이라 지어주었다. 엄마 아빠는 교향악단 전문 연주자다.(하프, 첼로) 조지가 태어나기 전에 조지가 어떤 악기를 연주하게 될까 하고 기대했다. 하지만 조지는 몸 때문에 악기를 연주할 수 없었다. 조지는 그런 점을 부모님한테 미안해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조지한테 동생이 생기게 된다는 거였다. 조지는 겉으로는 동생이 생기는 것을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동생이 언젠가는 자기보다 키가 크리라는 것 때문에 걱정했다. 성탄절 전날에는 엄마한테 문제가 일어나서 아빠와 병원에 가고, 조지는 단짝 친구인 앤디네 집에서 보냈다. 그리고 그날 조지는 앤디와 싸웠다. 앤디가 러스하고 친하게 돼서. 앤디는 조지와 러스와 함께 잘 지내고 싶어했는데. 자기와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 이야기를 하면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 조지 마음은 좁다. 이제 아홉 살인 걸.
앤디와 멀어졌는데, 선생님이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과제를 내주었다. 앤디와 싸우지 않았다면 조지는 앤디와 함께 과제를 했을 텐데, 조지처럼 짝이 없는 심술쟁이 제니와 함께 해야 했다. 처음에는 조지가 꽤 애를 먹었다. 그런데 나중에 제니한테 엄마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제니는 조지와 같은 사람에 대한 글이 쓰인 ‘커다란 세상에서 작은 사람으로 살아가기’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단 한사람이었다. 제니는 조지와 친구가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조지는 제니가 그저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심술쟁이 제니라고 했다. 제니가 그런 것은 아버지와 두 오빠와 살아서가 아닐까 싶다. 조지는 앤디와도 화해했다. 앤디네 집에 함께 살게 된 외할머니를 조지가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지는 러스에 대해서도 좋게 생각했다. 아니 조지는 처음부터 러스가 나쁜 아이가 아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하는 연극에서 조지는 대통령 가운데서 키가 가장 컸던 에이브러햄 링컨을 맡았다. 본래 조지는 워싱턴 대통령을 쓰려다 아무것도 쓰지 않았는데, 링컨 대통령 이름을 쓴 것은 제니였다. 제니와 조지가 함께 한 과제가 링컨 대통령에 대한 것이었고, 조지가 링컨 대통령이 위대하다고 해서다. 조지는 연극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제니가 조지를 도와줘서 조지는 링컨 대통령을 잘 해냈다. 제니는 5학년 때는 둘이서 연극을 하자고 했다. 조지의 연기를 본 부모님도 칭찬해주었다. 그리고 조지는 태어날 동생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바로 이런 말을 쓰다니. 조지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처럼 러스나 제니를 그렇게 보았다. 자기 마음도 잘 알기 어렵지만 남의 마음은 더 알기 어렵다.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조지는 러스와 제니를 잘 보려고 했다. 그리고 부모님도. 동생이 태어나도 부모님은 지금처럼 조지를 사랑할 거다고. 조지 마음에는 분명 걱정도 있었을 것이다. 부모님이 건강한 동생을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이것은 보통 아이도 한다. 그러니 조지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
장애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조금 불편할 뿐이지 다른 사람과 같다고. 조지도 그랬다. 요즘은 마음의 장애를 가진 사람이 더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사람 마음도 잘 살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쓰고 보니 이 말은 옮긴이가 한 말이기도 하구나. 키는 106센티미터지만 마음은 그것보다 더 큰 조지 워싱턴 비숍이다. 어거스트처럼 조지도 앞으로 살아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희선
☆―
“아니예요, 싫어해요.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조지와 친구가 되려고 했는지 몰라요. 아무리 애써도 조지는 저를 싫어해요.”
조지가 놀라서 물었다.
“뭐? 넌 친구가 되려고 한 적이 없어. 넌 나한테…….”
“그리고 내가 말을 붙이려고 하면 제 별명만 말해요. 저를 심술쟁이 제니라고 한다고요. 제가 얼마나 싫어하는데요.” (177쪽)
사실 러스도 괜찮은 아이였다. 조지는 쭉 러스를 미워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러스는 못된 행동을 하나도 하지 않았으며 지나치게 친절하게 굴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거의 조지와 함께 있을 때면 마치 갓난아이 대하듯 모든 행동을 하나하나 도와주려고 했다. 러스는 그저 친구처럼 대할 뿐이었다. 결국 조지는 더 이상 러스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193쪽)
“……. 그래, 맞아. 아빠와 나는 네가 태어나기 전에 너도 악기를 연주할 수 있기를 바랐단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더 큰 것을 바라고 있어. 우리는 네가 너 자신이 바라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단다.” (2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