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아이 독깨비 (책콩 어린이) 22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해 시월에 이 책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몇 달이 지나서야 이렇게 만나게 됐네요. 그때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거스트한테 식구들과 친구들이 있어서 괜찮았겠구나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어거스트는 TCOFI 유전자의 ‘상염색체 열성유전’ 돌연변이 때문에 생기게 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유형의 ‘하악 안면이골증’을 지닌 것 같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런 말을 써도 알 수 없겠죠. 저도 그렇습니다. 쉬운 말로 태어났을 때부터 구개열을 비롯해 얼굴에 문제가 많아서 지금까지 스물일곱 번이나 수술을 받았습니다. 어거스트는 태어났을 때 얼마 살지 못할 것이다고 했는데, 어느새 열 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하려 합니다. 지금까지는 집에서 엄마가 어거스트를 가르쳤는데 이제 학교에 다니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열 살이면 초등학생인데, 어거스트는 5학년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중학교 1학년입니다. 열 살에 중학생이라는 것은 역시 어린 듯합니다.

 

집에서 공부를 했다고 해도 어거스트가 밖에 아주 나가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어거스트를 바라보는 눈길을 어거스트 자신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다니는 것에 대해 조금 두려움이 있었죠. 그래도 어거스트는 학교에 다니기로 합니다. 이 책에는 어거스트가 학교에 다니는 한 해 동안 일어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어거스트뿐 아니라 어거스트 누아 비아(올리비아), 어거스트가 학교에 다니면서 사귀게 된 친구 서머, 잭과 비아 남자 친구 저스틴 그리고 비아 친구 미란다가 저마다 말을 합니다. 그 가운데는 어거스트가 있습니다. 어거스트가 생각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 마음도 알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더 좋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할로윈 날 어거스트는 본래 입으려던 옷이 아닌 다른 옷을 입고 학교에 갔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어거스트가 학교에 온 줄 몰랐습니다. 줄리안과 여러 아이들이 모여서 어거스트에 대해 나쁜 말을 했는데, 그 안에 어거스트가 친하게 지내는 잭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잭이 겉과 속이 다른 아이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잭이 그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는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진심이 아니었고 분위기 때문에 했던 말이었던 겁니다. 그렇다 해도 잭이 어거스트 마음을 아프게 한 일은 사실입니다. 잭도 자신이 그때 왜 그랬을까 하고 뉘우쳤습니다.

 

사람들은 어거스트를 처음 보면 모두 충격받았습니다. 더 어린아이는 무서워하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아무렇지도 않게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럴지라도 말을 해 본 다음에는 저와 아주 다르게 여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거스트가 학교에 간 첫날 학교 식당에서 서머는 어거스트를 안됐다고 여기고 같은 자리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서머는 어거스트와 이야기를 나눠보고는 어거스트가 괜찮고 재미있는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아이라고. 잭도 처음에는 교장 선생님이 어거스트가 학교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라는 말에 따른 거였지만, 어거스트를 알게 되고는 자신과 말이 통하는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거스트가 잭한테 화나 있을 때는 아쉬워했어요. 그리고 어거스트를 괴물이라고 말한 줄리안 얼굴에 주먹을 날렸습니다. 그 일이 있고는 어거스트와 서머와 친하게 되었는데, 줄리안 때문에 학교 아이들한테 따돌림을 당합니다. 그렇지만 그게 오래 가겠습니까. 아이들이 그렇게 바보는 아니잖아요. 학년이 끝날 때쯤에는 모두 어거스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비아는 어거스트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가고는 친한 친구과 멀어지게 되면서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전부터 조짐이 있기는 했군요. 비아가 다니게 된 고등학교에는 어거스트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알리고 싶지 않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비아는 그런 자기 마음에 대해 죄책감을 가집니다.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어거스트를 중심으로 살았고, 비아를 마음이 넓은 아이라 여겼습니다. 아마 비아는 힘들었을 겁니다. 비아가 어거스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비아는 남자 친구를 사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남자 친구인 저스틴한테 동생 어거스트 이야기를 하고 만나게도 해주었습니다. 저스틴도 어거스트를 처음 봤을 때는 놀랐지만 그냥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잭이 어거스트와 친구여서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하는 모습을 보고는 나중에 그 아이들한테 잭을 건드리지 마라고 합니다. 비아와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던 미란다가 고등학교에 가서 멀어진 까닭은 미란다 부모님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도. 미란다는 어거스트를 아무렇지 않게 여겼고 자기 동생처럼 생각했습니다. 미란다가 어거스트한테 우주 비행사 헬멧을 어렸을 때 주었는데, 어거스트는 그것을 2년 남짓 쓰고 다녔습니다.

 

어떻게 쓸 것인가 생각을 했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쓰고 말았네요. 저는 중학교 때 교장 선생님이 어땠는지 거의 생각나지 않습니다. 중학교 때뿐만은 아니군요. 어거스트가 다닌 비처 사립 중학교 교장 터시먼 선생님은 처음부터 어거스트를 다르게 보지 않았습니다. 그냥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하고 학교에 잘 다닐 수 있게 마음을 써주었습니다. 학생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한테 마음을 쓸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가 좋게 끝났지만, 이것으로 끝은 아닙니다. 어거스트가 살아가야 할 세상은 만만치 않을 겁니다. 이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세상에는 친절을 베풀려하는 사람은 많겠죠. 어거스트가 앞으로도 그런 사람을 만나리라고 생각합니다. 겉모습하고는 상관없이 사람을 대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희선

 

 

 

 

☆―

 

“엄마, 난 평생 그런 나쁜 놈들을 걱정하면서 살아야 할까? 커서도 만날 그런 일이 생길까.”

 

엄마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접시와 유리잔을 개수대로 가져가서 물로 헹구었다.

 

이윽고 엄마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나 그런 나쁜 놈들이 있기 마련이야, 오기. 하지만 엄마는, 그리고 아빠는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믿는단다, 정말이야. 그 좋은 사람들이 서로를 지켜 주고 보살펴 준다고 말이야. 잭이 너를 위해 나서 준 것처럼. 아모스도. 그리고 다른 애들도.”  (4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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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4-1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으.. 마지막에 인용한 부분이 뭐랄까, 좀 아련하네요.

희선 2013-04-13 00:54   좋아요 0 | URL
사실 보통 사람도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그래도 세상에는 친절을 베풀려는 사람이 많기에 다행입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