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만화를 많이 보는 것은 아닌데, 몇 편 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나츠메 우인장》(미도리카와 유키)이 있습니다. 나츠메는 바로 이 만화에 나오는 남자아이입니다. 나츠메 타카시라고 합니다. 본래 일본에서는 이름보다 성으로 말할 때가 많잖아요. 하지만 나츠메는 타카시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도 합니다. 나츠메 외할머니인 나츠메 레이코를 뜻하기도 합니다. 나츠메가 할머니한테 물려받은 것이 바로 요괴 이름이 적힌 종이를 묶은 책 우인장(友人帳)입니다. 우인장이라 하면 ‘뭐지’ 할 텐데, 일본말을 보면 친구 이름 책(이름은 제가 그냥 넣었습니다) 이라 할 수 있죠. 제가 이것을 깨달은 것은 조금 시간이 지나서입니다.

 

먼저 우인장에 대해 설명해야겠군요. 나츠메 할머니인 레이코는 요괴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과 친하게 지내지 못하고 요괴와도 친하게 지내지 않았습니다. 아니, 사람보다는 요괴와 좀 더 가깝게 지냈습니다. 그렇다고 친구가 된 것은 아닙니다. 레이코는 요괴를 만나면 늘 싸웠습니다. 레이코는 요괴와 싸워서 자신이 지면 요괴가 자신을 잡아먹어도 괜찮다고 했고, 레이코가 이기면 요괴는 레이코 부하가 된다는 계약으로 이름을 적은 종이를 주었습니다. 레이코가 이긴 요괴들 이름이 적힌 종이를 묶어둔 게 바로 우인장입니다. 레이코가 요괴와 친구가 된 것도 아닌데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친구라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우인장에 있는 요괴 이름을 레이코는 언제든 부를 수 있었지만 요괴 이름을 적은 종이를 받기만 하고 거의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냥 모아두었던 것이었습니다. 대체 왜 그랬을까요. 그것이 레이코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르겠군요. 레이코가 자신을 불러주기를 바란 요괴들은 많았습니다. 그런 요괴를 레이코가 아닌 손자인 나츠메가 만나게 되고 우인장에 묶여서 자유롭지 못한 요괴들한테 이름을 돌려줍니다. 이름이 적힌 종이는 요괴한테는 목숨과도 같거든요. 그 종이를 태우면 요괴도 죽습니다. 그래서입니다.

 

레이코 손자인 나츠메 타카시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엄마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나츠메도 외할머니 레이코처럼 요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할머니한테 물려받은 힘이겠지요. 부모님이 살아있어서 나츠메와 함께 살았다면 좀 나았을 텐데, 나츠메는 어렸을 때부터 친척집을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요괴를 볼 수 있어서 행동이 이상했습니다. 친척들은 그런 나츠메를 보고 사람들한테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렸을 때 나츠메도 레이코처럼 사람뿐 아니라 요괴와도 잘 지내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지난 날이고 만화는 나츠메가 아버지 먼 친척인 후지와라 부부 집에 살고 있는 모습부터 나옵니다. 후지와라 부부한테는 아이가 없었거든요. 둘 다 나츠메를 아주 반겨주었습니다. 후지와라 부부 집은 시골에 있었습니다. 다른 만화에서 보면 요괴는 도시보다는 시골에 더 많더군요. 그래도 나츠메는 그곳에서 살게 되면서 학교 친구를 사귀고, 나츠메 경호원인 야옹 선생을 만났습니다. 또한 나츠메가 요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친구도 만났습니다. 레이코와는 다르게 살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나츠메는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과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만나고, 요괴와도 말을 나누고는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요괴도 사람처럼 착한 요괴가 있는가 하면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요괴도 있었거든요. 나츠메가 어렸을 때는 요괴를 무서워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거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사람과 만나고 헤어질 때 아쉬워하는 것처럼 나츠메는 요괴와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나츠메가 만나는 사람 가운데는 요괴를 없애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 만화속 세상에서 잘 알려진 배우인 나토리 슈이치입니다. 겉으로는 배우지만 남들은 모르게 요괴를 없애는 일을 했습니다. 나츠메는 요괴라고 해서 모두 없애야만 하는 것일까 합니다. 나토리는 나츠메와 만나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나토리도 요괴 때문에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자랐거든요. 그러면서 요괴를 좋아하지 않고 믿지 않았습니다. 요괴를 식으로 쓰고 있으면서도요. 나토리가 한때는 나츠메한테 사람과 요괴 가운데 한쪽만 고르라고도 하지만, 나츠메 마음을 존중해줍니다. 요괴를 없애는 주술사는 나토리뿐 아니라 많이 있습니다. 마토바는 마토바 집안의 당주로 나츠메가 가진 요력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 집안에 들어오기를 바랐습니다. 나츠메 때문에 후지와라 부부가 힘들어지거나 친구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나츠메는 잠깐 그런 말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 곁에 있기로 합니다. 요괴를 볼 수 있는 사람 가운데도 이런저런 사람이 있고, 서로에 대해 알아도 마음이 같지는 않았습니다.

 

이 《나츠메 우인장》에서는 나츠메가 사람과 요괴를 만나며 자라가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가끔 레이코 이야기도 나옵니다. 레이코에 대한 것도 더 많이 나오면 좋겠지만, 죽은 사람이기에 어려울지도 모르겠군요. 나츠메도 요괴 때문에 레이코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답니다. 이 책은 15권까지 나와 있습니다.(우리나라에는 14권까지입니다, 몇 달 지나면 15권도 나오겠죠) 여기에는 엄청난 모험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잔잔하게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그래도 거기에서 감동 받을 수 있습니다. 레이코를 그리워하는 요괴들을 보면 조금 슬픈 마음도 들더군요. 요괴와 사람의 시간은 다르거든요. 나츠메를 좋아해서 따르는 요괴도 많답니다. 야옹 선생은 언제나 나츠메가 요괴 일에 상관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래도 도와줍니다. 나츠메가 죽은 다음에 우인장을 받기로 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죠. 자신은 잘 느끼지 못할지라도 정이 들어버린 거겠죠.

 

 

 

희선

 

 

 

 

 

 

                          

                                    나츠메와 야옹 선생 그리고 우인장

 

 

 

 

                          

                             뒤에 있는 요괴는 히이라기, 바로 옆은 나츠메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나토리입니다

 

 

 

 

 나츠메 뒤에 있는 요괴는 야옹 선생의 진짜 모습입니다

 야옹 선생일 때는 다른 사람한테도 보이지만 요괴인 마다라가 되면 보통 사람한테는 보이지 않습니다

 야옹 선생일 때는 귀엽고, 마다라일 때는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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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2-22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오...ㅎㅎㅎ 저는 이거 애니로 봤는데.. 4기까지 나왔던가? 그럴거에요. 개인적으로는 나츠메 레이코가 정말 강력한 것 같아서... 손자인 너는 왜 저정도 힘이 없냐, 라고 구박해주고 싶었지만... 전형적인 소년만화적인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만 배제하면 뭐랄까, 보다보면 잔잔하고 좋았어요. 솔직히 고백하면 야옹 선생이 너무 캐릭터가 좋은 것 같달까

저는 최근에 마기, 라는 만화를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희선 2013-02-23 00:58   좋아요 0 | URL
애니메이션으로 나와서 아는 사람이 많은 만화겠죠 사실은 저도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고 책도 보게 됐어요 지난해에 보기로 한 거지만...
레이코가 그렇죠, 그래도 나츠메도 요력은 세요 주먹으로 한대만 쳐도 요괴한테 먹히니까요 꽤 큰 요괴는 어렵지만... 그럴 때만다 야옹 선생이 나타나죠

제가 아는 만화가 별로 없어서... 마기는 찾아서 어떤 것인가 봤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