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즈가 보낸 편지 -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수상작
윤해환 지음 / 노블마인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며칠 전에 셜록 홈즈의 모험 가운데 하나인 《바스커빌 집안의 개》를 읽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책을 보는 데 도움이 되어서였다. 바스커빌 집안의 개는 셜록 홈즈를 처음 만나게도 해주었고, 다음에 볼 책은 더 재미있게 해주었다. 그렇다고 누구나 그렇게 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이 책 제목은 《홈즈가 보낸 편지》지만, 이야기 속에 나오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정탐소설을 쓴 김내성이다. 그리고 홈즈의 일을 도와주었던 카트라이트도 나온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 홈즈 소설에 나온 카트라이트와 김내성이 만난다고 했을 때 내가 생각한 것은 시간여행이었다. 나중에 생각하니 카트라이트는 소설 속 사람이고 김내성은 실제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그때 시간여행을 떠올렸을까.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카트라이트와 김내성이 비슷한 나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책속에 나온 카트라이트는 진짜 카트라이트가 아닌 카트라이트 아들이었다. 그렇다 해도 김내성한테는 언제나 친구 카트라이트였다.

 

우연히 만나게 된 빨간 곱슬머리에 파란 눈을 한 양인 카트라이트 그것도 겨우 하루뿐이었지만, 이 만남은 김내성의 삶을 많이 바꾸었다. 김내성은 홈즈와 탐정소설에 빠지고 정탐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려고 했다. 그리고 카트라이트와 함께 풀려고 했던 살인사건은 김내성을 줄곧 따라다녔다. 십칠 년 동안이나. 김내성은 그 일에 대해 글을 쓰려고 했지만 끝맺지 못했다. 어쩐지 이것은 매듭 짓지 못한 일이 있으면 앞으로 가기 어렵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김내성은 일본에서 소설을 써서 정탐소설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조선에 돌아와서는 글을 쓰지 못했다. 그런 내성 앞에 십칠 년 전 평양에서 만났던 양인 카트라이트가 나타났다. 거기다 홈즈가 쓴 편지도 갖고 왔다. 그럴 때는 바로 반가워할 수도 있겠지만 내성은 그러지 않았다.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카트라이트를 만났지만 내성은 거짓말쟁이라며 카트라이트를 쫓아내버렸다. 그러고는 마음 아파했다.

 

책속에서 가장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내성과 아내 영순이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이것은 내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내성과 영순은 이 글을 쓴 윤해환의 두 가지 모습처럼 보였다. 아무리 다른 사람 이야기를 쓴다 해도 작가 자신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이야기 나누는 부분을 쓸 때 윤해환은 아주 즐거워했을 것 같다. 카트라이트와 내성이 다시 만나게 된 이야기에서 다른 말을 한 듯한데 꼭 그렇지는 않다. 영순은 내성이 카트라이트를 줄곧 그리워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성이 카트라이트를 쫓아갈 수 있게 영순이 힘을 주었다. 친구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친구다.(동무라고 할 걸 그랬나) 내성과 카트라이트가 부러웠다. 내성은 카트라이트뿐 아니라 일본에서 쥬니치로도 사귀었다. 쥬니치로는 일본사람으로서 조선사람한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썼기에 이런 것만은 아니겠지. 정말로 그때 일본에는 쥬니치로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살인사건, 납치사건 그리고 서대문형무서에서 한 사람을 구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정탐소설(추리소설)을 쓴 김내성의 이야기로 우리나라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고 알리고 있다. 좀 더 나아가서는 글을 쓰는 작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작가는 모든 작가다. 그래도 윤해환은 김내성의 입을 빌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도 하고 있다. 글을 쓰는 자신을 사랑하고, 또한 글을 읽는 사람도 사랑한다고. 그렇다면 이 글은 윤해환이 우리한테 보내는 편지라는 말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무쪼록 많은 사람이 이 편지를 한번 받아본다면 좋겠다.

 

 

 

희선

 

 

 


☆―

 

카트라이트가 소리쳤다.

 

“자네는 글을 써야만 하는 인간이야!”

 

“어째서 그런데!”

 

“자네는 글을 쓸 때에 진정으로 행복하니까.”

 

글을 쓰면 행복하다.  (308쪽)

 

 

 

내가 글을 쓰는 것은,
사랑하기 때문이오.
이리 글을 쓰는 나 자신을,
이 글을 읽는 당신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여 참을 수 없기 때문이오.  (309~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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