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도둑 -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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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건 뭘까. 잘 모르겠다. 그런 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 잠시 동안은 괜찮다. 그런 건 그때뿐이다.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걷기도 마음을 달래주던가. 바깥에 나가 바람을 쐬면서 걸으면 기분이 조금 괜찮다. 뭔가 답답한 일이 있을 때 바로 밖에 나가지는 않는다. 게을러서. 우울할 때는 아무것도 안 한다. 꼭 해야 할 게 있다면 그걸 하는구나. 할 게 없으면 아무것도 안 할지도. 어딘가 갈 만한 곳이 있으면 좋을까. 아니다, 안 가도 된다. 다 귀찮다.


 이 책 《예술 도둑》에서 스테판 브라이트비저는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예술 작품을 훔친다. 브라이트비저는 어릴 때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했다. 부모는 그런 브라이트비저를 알았다. 아버지는 엄했는데 어머니는 브라이트비저한테 너그러웠다. 뭐든 들어주었다. 집안은 꽤 부자였는데, 아버지와 어머니가 헤어지고는 집안이 어려워진다. 집에 있던 미술품을 아버지가 모두 가져가서 브라이트비저는 텅 빈 느낌을 갖게 된다. 부모가 헤어진 게 브라이트비저한테 충격이었을까. 그럴지도 모르지. 부모가 헤어지기 얼마전에 브라이트비저는 앤 캐서린 클레인클라우스를 만났다.


 브라이트비저는 어머니 집 다락방에 살았다. 앤 캐서린도 브라이트비저와 함께 지냈다. 브라이트비저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미술품을 훔친다. 앤 캐서린을 만나고 도둑질을 시작한 것 같기도 한데. 앤 캐서린은 브라이트비저가 미술품을 훔치는 걸 도와준다. 앤 캐서린이 망을 보았다. 앤 캐서린은 평범하게 살아서 스릴을 즐기게 된 걸까. 모르겠다. 앤 캐서린이 브라이트비저한테 미술품을 훔치지 마라 했다면 어땠을지. 브라이트비저와 사귀지 않고 떠났다면 어땠을지.


 벌써 일어난 일인데 다른 걸 생각했구나. 어머니도 브라이트비저를 내버려두었다. 브라이트비저 방에 잘 가 보지도 않았다. 다락방은 브라이트비저가 훔친 예술품으로 가득 찼다.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은 예술품에 둘러싸여 지내는 걸 즐겼다. 브라이트비저는 예술 작품을 자신이 풀어준다고 여겼다. 예술품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갇혔다고 여긴 걸까. 브라이트비저가 처음 예술품을 훔쳤을 때 바로 잡히지 않아서 브라이트비저는 자꾸 미술품을 훔치고 대담해진 게 아닐까. 미술관이나 박물관 보안이 허술한 것도 문제였구나. 브라이트비저가 그런 걸 알아보기는 했구나. 많은 사람은 미술품을 훔치려고 하지 않기는 한다. 돈 때문에 그림이나 물건을 훔치는 사람이 있기는 하겠지만.


 난 집에 두고 보고 싶은 그림이나 미술품은 없다. 그런 걸 집에 두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없구나. 그런 게 집에 있으면 뭐 하나. 물건 정리도 잘 못하는데. 책도 희귀한 거나 초판본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난 그런 것에도 별로 관심 없다. 책은 읽기만 하면 되지 뭐. 난 뭐가 있었으면 할까. 마음. 가장 갖기 어려운 걸 바라는구나. 브라이트비저는 빈 마음을 예술품으로 채우려 한 걸까. 그건 채우기 어려울 텐데. 나도 내 마음을 채우기 어렵겠다. 그건 어쩔 수 없지. 비어 있는 채로 살아야 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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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5-10-17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술품을 훔치는 도둑이라니; 예술품은 예쁘다 신기하다는 생각은 있지만 감히 갖고 있을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미술품이나 그림마저 집에 두었다면 집이 아마 감당 못했을 듯 싶습니다!
이미 책으로도 넘치니까요.

희선 2025-10-18 04:36   좋아요 0 | URL
보통 사람은 거의 예술품을 자신이 가지고 싶다 생각하지 않겠지요 돈이 많거나 투자하려는 사람은 다르겠지만... 이 사람 때문에 사라진 게 있기도 해요 예전에 미술관이나 박물관 보안이 허술했던가 봅니다 그냥 들고 나가도 몰랐다니... 모르게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런 일이 자꾸 이어지면 잡히겠지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