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안셔스
연여름 지음 / 황금가지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해 전에 우연히 알게 된 연여름 첫번째 소설집 《리시안셔스》를 이제야 만났어. 이 책 제목 ‘리시안셔스’는 꽃이름이야. 나만 몰랐을까. 예전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 꽃 장미를 많이 닮았더군. 첫번째 소설 <리시안셔스>에도 이 꽃이 나와. 책 맨 앞에 꽃 그림이 있군. 소설에 나오는 두 사람 규희와 진 모습도. 책을 읽고 나서야 책 겉에 실린 그림을 알아보는 것 같기도 해, 늘. 그래도 괜찮겠지. 책 맨 앞 그림이나 사진 같은 걸 보고 어떤 이야길지 상상하기도 하겠지만. 책을 읽고 나서 왜 이런 그림이었는지 아는 게 더 나은 것 같아. 이 소설집에는 단편소설이 모두 아홉 편 실렸어.


 첫번째 소설 <리시안셔스>에는 인간(사람)과 공생인 반려인이라는 게 나와. 누구나 인간은 아니야. 몸 속 장기를 바꾼 사람을 인간이라고 해. 화성으로 이주하려고 했는데, 아직 그걸 이루지는 못했어. 어쩐지 이 이야기에서는 화성이주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만 쓸모 있다고 여기는 듯해. 규희가 그렇게 생각했나. 그런 이야기 보니 난 쓸모없어서 일찍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여기에서 말하는 반려인은 거의 반려동물에 가까워. 이것도 어쩐지 슬픈 일이군. 진은 규희가 자신을 좀 더 좋아하길 바랐는데. 규희는 나이가 121세야. 그때가 되어서야 자기 아이를 갖겠다고 하더군. 진을 다른 주인한테 보내려고 해. 그런 거 좀 씁쓸했어.


 다음 이야기 <시금치 소테>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사람이 죽지 못하면 생존자다 해. 이 세상은 기억을 잊게 해주기도 해. 기억 자체를 잊는 건 아니고 연결된 걸 끊는다고 하더군. 그렇게 하면 사는 게 훨씬 편할지도. 이런 이야기 나오면 기억이나 연관 있는 걸 끊는 게 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것 때문에 힘들고 자꾸 죽고 싶다 생각하면 그 방법을 써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미하는 그걸 하지 않을 것 같아. 자살 생존자는 보호사 정인을 만나고 좀 좋아졌거든. <표백>은 언젠가 실제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지. 일하는 사람이 줄고 거의 AI가 일을 하는 거. 사람은 한사람만 있으면 되는. 그런 곳 지금도 있으려나. 지금도 사람이 AI한테 밀려날지도. 근아는 AI가 사람과 달라서 그걸 못 참아. 난 그거 보면서 저런 곳 있으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잠깐 했어. 난 사람하고 잘 사귀지 못해서. 모래는 AI지만 근아나 정신병동에 입원한 의진이 자기 이야기를 털어 놔. 여러 이야기를 듣는 AI가 있는 것도 괜찮겠군.


 언젠가 안드로이드가 승무원을 하는 일도 일어날까. 사람과는 좀 다른 모습이어야 할 텐데. AI도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게 나오면 옛날 건 없애겠군. 이시구로 가즈야 소설 《클라라와 태양》에서 클라라도 예전 모델이었지. <제 오류는 너무 심각한 것 같아요>에서 우주선 승무원인 미레이는 사람에 가까워지려 했어. 미레이는 오래되고 여러 오류가 생겨서 폐기가 결정됐어. 사람이 아니어도 이 별난 안드로이드 미레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군. 미레이가 마지막 비행할 때 만난 테이야. <가빙 라이트>에는 왼손에 열이 나는 가빈이 나와. 그런 게 무슨 일에 도움이 될까 했는데, 지진이 일어나고 정전이 며칠 이어지자 가빈이 가진 힘이 도움이 돼. 지진이 일어나고 전기가 끊긴 건 겨울이었어. 한파가 찾아오고 여기저기 얼어 버렸어. 그때 가빈이 힘을 써.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어. 가빈이 갔던 집 물건이 사라졌어. 집주인은 가빈과 가빈이 함께 간 사람을 의심했어. 다행하게도 범인을 잡아. ‘가빙 라이트’에서는 지진으로 전기가 끊기고 여러 가지를 못 쓰게 돼. 지금도 그런 일이 일어나면 하루여도 사는 거 힘들겠어.


 좀비는 정말 바이러스 감염으로 되는 걸까. 이런 말을 본 게 처음은 아니군. <좀비 보호 구역>은 좀비 바이러스가 나타난 세상인데, 좀비한테 물려도 좀비증이 나타나지 않게 하는 백신뿐 아니라 좀비가 된 사람을 고치는 약도 개발했어.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지만. 좀비였다가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바이러스 감염만이라면 나아도 좀비는 사람을 공격하잖아. 좀비가 되었다가 정신을 되찾는다 해도 예전과 같은 사람은 아닐지도 모르겠어. 그렇다고 그런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되겠군. <비아 패스파인더>는 평행세계를 오고 가는 이야기야. 어딘가에 정말 평행세계로 가는 틈이 있다면 어떨까. 그런 건 쉽게 보기 어렵겠어. <면도>에는 한사람이 식물인간이 되고 그 사람을 면도 시켜주면서 하는 생각이 담겼어. 누군가를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돼서겠지. 시운이 깨어나고 현기와 이야기 나누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일 일어났을지도 모르지. 그랬기를.


 마지막 이야기 <오프 더 레코드>도 <면도>처럼 쓸쓸하면서도 따듯한 느낌이 드는 거야. 여기 담긴 소설은 거의 그런 느낌이 들어. 리시안셔스는 아니군. SF소설이지만 과학을 잘 몰라도 읽기에 어렵지 않아.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