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가을엔 걷기’로 썼는데, 그냥 ‘걷기’로 바꿨어. 걷기는 가을뿐 아니라 언제 하든 괜찮잖아. 아주 덥거나 아주 추울 때는 힘들겠지만, 그때 빼고는 언제든 걸으면 좋지.
걸으면서 뭘 하면 좋을까. 음악 듣기도 좋기는 하겠지만, 둘레를 보거나 찻길 가까운 데서는 음악 안 듣는 게 좋을 듯해.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 그 방송 들으면서 걷는 사람 있다고도 해. 난 집중 안 돼서 걸으면서 라디오 방송 못 들을 것 같아. 집에서 듣는다고 집중하지는 않는군. 라디오 방송 듣기만 할 때보다 다른 거 하면서 흘려 들을 때가 더 많으니 말이야. 걸을 때도 음악 흘려 들으면 좀 나을지도.
요새 걸을 때는 뭐 했던가. 거의 뭔가 사러 나가면서 걸어서 어디에 가서 뭘 살지 생각했던 것 같아. 예전에 한번은 걸으면서 예전 일을 떠올리기도 했어. 그걸 생각하려고 한 건 아니고 그냥 생각났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어서 기분이 안 좋아지기도 했어. 걸으면 기분이 좀 나아져야 하는데. 왜 지난 일을 떠올렸는지 모르겠어.
둘레가 바뀌는 걸 보기도 해. 늘 같은 곳을 걸어서 시간이 가면 조금씩 둘레가 바뀌어. 꽃이 피기도 하고 나뭇잎이 물들기도 하잖아. 겨울엔 나뭇잎을 모두 떨어뜨린 나무를 만나지. 난 걸으면서 만나는 나무 나 풀이 좋아. 그런 건 사람 마음을 위로해 주잖아. 그냥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지. 그런 걸 보면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런 사람이 있기를 바라는 건지도.
책을 읽는 것도 걷기와 비슷하군. 책속을 거닌다고 하지. 난 책속 잘 걷지 못하는 것 같아. 보는 게 많지 않으니 말이야. 아주 안 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야겠어.
그냥 걷기 책속 걷기 모두 즐겁게 하면 좋겠군.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