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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박물관 ㅣ 붉은 박물관 시리즈 1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9월
평점 :
미스터리(추리)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이것저것 보기는 했는데 그렇게 많이는 못 봤다. 내가 주로 본 건 일본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다. 추리는 잘 못해도 책을 보면서 범인을 맞히기도 했다. 이런 거 좀 보다보니 사람이 죽는 거 보는 게 싫어졌다. 본격추리 같은 것보다 사회파 미스터리가 더 낫다. 한국에서도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나. 범죄는 개인이 저지르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회가 그렇게 만들기도 한다. 많은 사람은 나쁜 짓하지 않고 참고 살 거다. 오랫동안 뭔가에 복수할 거다 하고 시간이 흐른 뒤 그걸 이루는 사람 있을까. 복수는 덧없는 건데. 그런 소설에서 알려주는 것도 어쩌면 복수해도 남는 건 없다일지도 모르겠다.
한해에 일어나는 사건은 어느 정도나 되고, 그 안에서 범인을 잡고 해결되는 건 어느 정도일지. 범인을 잡는다고 사건이 끝나는 건 아니구나. 사건 피해자는 그 일을 평생 잊지 못할 거다. 범인을 잡기라도 하면 좀 낫지만. 범인을 잡지 못하고 오래 가는 사건이나 경찰이 수사를 그만두는 사건도 있지 않을까. 예전에는 살인 시효가 15년이고 25년이 됐다가 2010년에는 시효가 없어졌다. 한국도 살인사건 시효 없겠지. 언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 《붉은 박물관》에 나오는 붉은 박물관은 영국 런던에 있는 범죄 박물관인 ‘검은 박물관’을 흉내내고 1956년에 만들었단다. 붉은 박물관은 수사 서류 조사, 연구 교육이 목적인 시설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커다란 보관고일 뿐이다. 여기에 수사1과 형사였던 데라다 사토시가 가게 된다. 데라다는 수사 서류를 사건 용의자 집에 두고 오는 실수를 했다. 아주 일을 그만두게 하지 않고 다른 곳에 보내준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 같은데. 데라다는 다른 수사원이 우습게 여기는 붉은 박물관에서 일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붉은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은 관장과 관장 조수 단 두 사람이다. 수위와 청소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여기 관장은 히이로 사에코로 경찰 커리어인데 여기에서 여덟해나 일했다 한다. 히이로 사에코를 설녀, 차가운 미녀, 이런 식으로 쓴 건 좀 마음에 안 들지만. 남자가 쓴 소설이기에 그런 건 아닐지. 남자가 쓴 소설 속 여성 캐릭터는 큰 눈, 흰 피부. 이렇게 쓰는구나. 남자 작가만 그렇게 쓰지 않던가. 이 소설 보면서 드라마로 만들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일본에서 벌써 만들었다. 이야기를 보다 보니 좀 많이 꼬은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건 첫번째 이야기 <빵의 몸값>을 볼 때 느낀 거던가.
소설에는 경찰에 시간이 오래되고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맡을 곳이 있기도 하던데 실제로 그런 곳 있을까. 이 소설 보다 보니 언젠가 드라마로 본 <미해결의 여자 경시청 문서 수사관>이 떠올랐다. 거기에서도 해결되지 않은 사건 서류를 정리했는데. 거기에는 글자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글이나 필적으로 여러 가지를 알아냈다. 그건 그렇고 붉은 박물관에서는 수사 서류 보관 관리를 했다. 데라다는 데이터 베이스 입력과 라벨을 붙여야 했다. 증거품을 넣은 비닐팩에 QR 코드 라벨을 붙이고 스캐너를 대면 컴퓨터 화면에 증거품 기본 정보가 표시된다고 한다. 실제 자료나 증거품을 보기도 하겠지만, 컴퓨터로 볼 때도 있겠지.
여기에는 이야기가 다섯편 실렸다. <빵의 몸값> <복수 일기> <죽음이 공범자를 갈라 놓을 때까지> <불길> <죽음에 이르는 질문>이다. 제목만 늘어놓다니. 관장인 히이로 사에코는 수사 서류를 보다가 뭔가 이상한 걸 찾으면 그 사건을 재수사한다. 그걸 히이로 사에코가 하는 건 아니고 조수인 데라다한테 여러 가지를 시킨다. 데라다는 히이로 사에코를 얕봤다. 커리어여서 수사 같은 건 못한다 여겼다. 히이로 사에코는 수사 자료와 데라다가 조사해 온 걸 듣고 바로 알아챈다. 추리를 데라다한테 말래주는데 그게 다 맞았다.
해설을 보니 이 소설은 히이로 사에코와 이걸 읽는 사람이 비슷한 정보를 얻는다고 한다. 첫번째는 그냥 봤지만, 두번째 <복수 일기>는 작가가 놓아둔 덫에 바로 걸려들었다. 일기를 남긴 게 이상하다는 느낌은 좀 들었는데. 세번째 이야기는 끝나갈 때쯤 알아챘다. 아니 거의 히이로 사에코가 말한 걸 보고 알았다. <불길>은 어느 순간 떠오른 게 맞았다. 이건 그저 범인을 알아맞힌 것 뿐이구나. 그렇게 하다니 차라리 다른 걸 했다면 좋았을 텐데 했다. 마지막은 그냥 읽었다. 난 하나밖에 몰랐구나. 그것도 다 맞히지는 못했다. 여기 나오는 붉은 박물관 관장인 히이로 사에코 매력 있기는 하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