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안전가옥 오리지널 27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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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내가 가져 본 인형이 있던가.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런 일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는 걸 알았어. 난 봉제인형은 안 가져봤어. 인형도 누가 사주지도 않고 내가 샀던 것 같아. 종이인형. 다른 장난감 가져봤던가. 잘 생각나지 않아. 어쩐지 그런 거 없었던 것 같아. 내가 기억 못하는 걸까. 아니 그렇지 않을 거야. 이런 생각하니 좀 쓸쓸하네. 별 게 다 쓸쓸하군. 아니 어린이한테는 이런저런 장난감을 엄마 아빠가 사주기도 하잖아. 난 그런 게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버지가 늘 사촌형과 견주고, 시험을 조금만 못 봐도 맞은 도하보다는 나은가. 도하가 공부를 못한 것도 아닌데.


 인형 이야기하다 도하를 말하다니. 이 책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제목 때문에 잠깐 인형을 생각했어. 아이한테 커다란 봉제인형 사주는 부모도 있잖아. 아이가 갖고 싶다고 해서 사주는 거겠지. 이 소설을 쓴 조예은도 곰인형과 애착인형이 있었다고 하는군. 그런 인형을 보면서 언젠가 이야기를 써야겠다 생각했대. 이 소설 가장 처음에 나오는 건 어느 고급 아파트에서 끔찍한 묻지 마 테러가 일어났다는 이야기야. 범인은 독극물을 섞은 꿀떡을 돌리고, 그 떡을 먹고 아홉 사람이 죽고 열두 사람이 내상을 크게 입었다고 해. 황화영이라는 아이는 돈을 모으려 했어. 세해 전 일어난 사건에 엄마가 휘말려서 죽었어. 엄마는 입주 가정부로 고급 아파트 씨더뷰파크에서 일했어. 그날 화영은 엄마가 떡을 먹을 리 없다고 생각하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경찰이 화영이 엄마가 떡을 먹고 죽었다는 소식을 전했어.


 세해가 지난 지금도 화영은 엄마가 떡을 먹고 죽은 게 아니고 엄마가 일하던 집주인 한정혁한테 죽임 당했을 거다 여기도 한정혁한테 복수하려고 했어. 한정혁은 야무시에서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이야. 시장도 했다던가. 많은 사람은 한정혁을 바르게 여겼어. 세해 전에 한정혁 아들 도현도 떡을 먹고 죽었어. 그날 죽은 사람에는 한정혁 동생 부부도 들어갔어. 앞에서 말한 도하는 바로 한정혁 조카였어. 부모가 죽은 도하를 한정혁이 입양했어. 도하는 늘 아버지가 자신과 사촌형 도현이를 견주어서 마음이 좋지 않았어. 도하는 아버지와 도현이 환영에 시달리고 그때 자신이 죽어야 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였을까, 도하는 차 사고가 일어나고 영혼이 테디베어 속으로 들어가.


 한정혁한테 복수하려는 화영과 테디베어 속으로 영혼이 들어간 도하가 만나. 둘은 본래 아는 사이였어. 도하와 화영은 중학생 때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잠시나마 둘이 사이좋게 지내기도 했어. 화영이 목숨이 위험했을 때 곰인형이 된 도하가 도와줘. 화영은 돈을 모아서 살인청부업자한테 의뢰할 생각이었는데, 그 일은 잘 안 됐어. 화영은 자신이 해야 한다고 여겨. 테디베어가 된 도하가 화영이 복수하려는 사람이 자기 큰아버지 한정혁이라는 걸 알고 자신이 도하라는 걸 밝혀. 처음에 도하는 다른 사람인 척했어. 도하는 도하대로 자기 몸을 찾으려고 해.


 세상엔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많고 그런 이야기는 묻히기도 하겠지. 억울하게 죽은 사람 영혼은 가야 할 곳에 못 가고 악령이 될지도 모르겠어. 씨더뷰파크 자리는 예전에 병에 걸린 사람을 버린 자리기도 했어. 씨더뷰파크를 지으려 했을 때 땅속에서 나온 뼈를 제대로 화장하고 영혼을 달래줬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일은 하지 않았어. 사람 뼈가 나와도 그냥 아파트를 짓게 한 사람은 한정혁이었어. 한정혁은 보이는 얼굴과 보이지 않는 얼굴이 있었어. 한정혁은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 여긴 사람이야. 목숨도 돈으로 살 수 있다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 될까. 죽은 사람은 아무리 돈이 있다 해도 다시 살아 돌아오지 못하지. 그걸 모르다니. 아니 마지막에는 한정혁도 그걸 깨닫고 절망하고 더 살지 않아야겠다고 한 건지도.


 여기엔 무서운 일들이 나와 돈 없고 힘 없는 아이들한테서 돈을 뜯어내고 그런 아이들 목숨을 아주 하찮게 여기는 사람이 나오기도 해. 한정혁도 다르지 않았군. 그 사람(영진)은 결국 죽어. 현실에서도 집을 나온 청소년한테 안 좋은 일 시키는 사람 있을 것 같아. 재개발지역과 재개발 되지 않는 지역. 부모의 학대. 인신매매와 같은 일. 어떤 일을 저지르는 걸 보고 앞으로 그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이야기가 있기도 한데, 이 소설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에는 화영과 도하가 앞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작가 마음이 담겼어. 작가가 만들어 낸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이 살아갈 길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아주 좋은 길은 아닐지라도 살 마음이 있으면 되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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