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상자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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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미야베 미유키 에도 시대 소설 《인내상자》가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보니 이 소설은 1996년에 나온 거였다. 다른 소설이 언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일찍 나왔다는 생각은 든다. 이 이야기에서 나아간 게 미시마야 변죄괴담은 아닐지. 유미노스케인 듯한 아이도 보이지만. 여기엔 짧은 이야기가 여덟편 담겼다. <인내상자> <유괴> <도피> <십육야 해골> <무덤까지> <음모> <저울> <스나무라 간척지>다. 미야베 미유키가 쓰는 에도 시대 이야기에는 거의 서민이 나온다. 에도에는 장사하는 사람이 많았던가. 가난한 집 아이는 그런 곳으로 고용살이를 갔구나. 장사하는 집 아이도 다른 데서 일을 배웠다.


 앞에서 미시마야 변조괴담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여기 실린 이야기는 흑백방에서 남한테 말 못할 이야기를 듣는 오치카나 도미지로한테 하기에 딱 어울린다. 사람은 누구나 남한테 말 못할 일이 있을까. 창피해서 말 못할 일이나 죄책감 때문에 말 못할 일 있겠다. 이런 생각하고 난 그런 거 없는데 했다. 다시 생각하니 아주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때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거야 하고, 시간이 가면 그걸 잊어버린다. 어떤 건 다른 것 때문에 생각나기도 한다. 그걸 떠올리고 그때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한다. 남한테 말하고 싶지 않은 건 안 하는 게 낫다. 현실에는 말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는 흑백방은 없으니.


 여기 담긴 소설에서 사람이 아닌 귀신이 나온다고 할 수 있는 건 <십육야 해골>이구나. 그 귀신은 오래전에 죽임 당한 사람이 아니고 그 집 사람일지도. 에도 시대에는 한번 불이 나면 많은 곳이 탔다. 조선 시대에도 불이 나면 피해가 컸다고 하던데. <인내상자>에서는 과자 가게에 불이 났다. 오코마 할아버지는 죽고 어머니는 연기를 많이 마셔서 의식이 없었다. 그 불은 누군가 지른 거였다. 과자 가게에는 열면 안 되는 ‘인내상자’가 있었는데, 그건 대대로 당주가 물려받았다. 인내상자를 열면 벌이 내린다고. 아버지는 열었을까. 어머니는. 오코마는 인내상자를 열지 않겠다고 한다. 어떤 비밀을 묻어두겠다는 말일지도.


 엄마보다 엄마처럼 자신을 돌봐준 사람을 찾아가고 싶은 고이치로는 다다미 장인 미노키치한테 자신을 <유괴> 해달라고 한다. 그 일로 고이치로 아버지가 하는 일이 드러나고 집안은 망한다. 그 뒤 고이치로는 엄마하고 잘 살았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도피>에는 우산을 만들어 파는 무사가 가진 비밀이 나왔다. <무덤까지>를 보면 사람은 저마다 말 못할 일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부모 없는 아이를 데려다 기른 사람한테는 숨기는 일이 있었다. 거기 나오는 사람은 몰라도 책을 보는 사람은 그걸 아는구나. 이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음모>는 한사람이 여러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다. 사람은 다 이런저런 면이 있다. 좋은 면 안 좋은 면 다 그 사람이다.


 남은 두 편 <저울>과 <스나무라 간척지>에도 가까운 사람한테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일은 무덤까지 가져가는 게 낫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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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0 08: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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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1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