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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ㅣ 스토리콜렉터 79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알 수 없는 일도 일어난다. 그런 걸 경험한 적은 없지만. 어쩌면 내가 제대로 깨닫지 못한 거고 나 또한 어느 순간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갔던 적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곳은 이계라 할 수 있을까. 내가 그걸 느낀 적은 없지만,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떨까 생각하고 이야기를 지은 적은 있구나. 별로 길지도 않은. 왜 난 그런 걸 쓸까 하다가 내가 다른 곳에 가고 싶어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기는 하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아도 글속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마음이 좀 낫기는 하다.
미쓰다 신조 소설 《마가》에는 갑자기 다른 세계에 가는 아이가 나온다. 세토 유마.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난 건 아니다. 지금까지 두번쯤. 유마가 가는 곳에는 괴물이 있는 것 같다. 갑자기 그런 곳에 가면 무서울 것 같다. 자신이 사는 곳과 똑같아 보여도 아주 다른 곳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돌아다니면 더 무섭겠다. 혹시 그곳은 유마의 무의식 속은 아닐까. 꿈은 아니지만. 유마가 그런 일을 겪은 건 유치원에 다니기 전과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에 유마가 길에서 들은 그림자 연극은 어쩐지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같았다. 그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 모티브가 되기도 하는가 보다. 어쩌면 이 이야기도 그럴지도. 여기에는 호박남자 괴담도 나온다. 호박남자가 아이를 데리고 간다는.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 무서워하겠지. 유마도 무서워한 것 같다.
이제 초등학생인 유마는 똑똑한 편이다. 아버지가 죽고 엄마와 둘이 살았는데, 엄마가 일하던 곳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했다. 유마한테는 새아버지가 생겼다. 새아버지가 다른 나라에 주재원으로 가게 돼서 유마는 새아버지와 어머니가 다른 삼촌과 지내야 했다. 유마는 어색한 새아버지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삼촌을 더 좋아했다. 삼촌이 유마를 데리고 간 곳은 고무로 저택이라는 곳으로 삼촌이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그 집 주인한테 받은 별장이다. 삼촌은 대학생 때 고무로 집안 손자가 사라져서 아이를 찾아주었더니 고무로 집안 사람이 그곳을 답례로 주었다. 그곳에서 안 좋은 소문이 나서 팔기보다 다른 사람한테 주는 게 낫다고 여겼던 걸지도. 고무로 저택 뒤에는 숲이 있는데 거기 들어간 아이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숲이 아이를 데리고 갔을까. 그런 느낌이 들게 말하고 싶었던 건지도.
유마는 고무로 저택에 머물고 밤에 이상한 그림자를 본다. 그 그림자는 대체 뭐였을까. 책을 보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 생각을 따르기도 한다. 이상하게 난 유마가 생각하는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왜인지는 모르고 감으로. 그렇다고 해도 장난스럽게 한 말이 정말이었다는 건 몰랐다(삼촌이 한 말). 그걸 보면서도 가까운 사람이어도 믿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마는 더 깜짝 놀랐겠다. ‘마가’에는 미스터리와 호러가 담겼구나. 앞에서 유마가 이상한 세계에 빠진 이야기를 한 건, 고무로 저택 뒤에 있는 숲에 들어간 유마가 나무 굴에 들어갔다 고무로 저택 지하 창고로 나오게 하려고였다. 한자가 다른 이름.
어떤 사람 집념은 대단하다. 그건 사람이었을까. 안 좋은 것에 사로잡혀 괴물이 된 건 아닐지. 유마가 다른 세계에 갔을 때 나타난 괴물이 그거였을지도. 이런 생각을 하다니. 사람은 안 좋은 이야기를 이용해 나쁜 짓을 하기도 한다. 유마 삼촌과 유마 삼촌이 아는 사람이 그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도 무섭지만, 진짜 무서운 건 사람이다.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잔인한 짓을 한다. 많은 사람이 그런 데 빠지지는 않겠지만. 또 다른 반전도 있다. 놀랍다기보다 어쩐지 씁쓸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