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밤 - 나에게 안부를 묻는 시간
유희열.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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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에서 방송으로 한 걸 책으로 냈다고 한다.

 책 제목은 방송 제목과 같은 《밤을 걷는 밤》이다.

 그 방송은 연출 없이,

 조명도 대본도 없는 방송이었다고 한다.

 방송은 빈 틈 없이 잘 짜고 조명도 멋져야 할 것 같은데,

 꼭 그런 방송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널널하고 느슨한 방송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 생각하니 그런 거 지금은 많으려나.

 ‘~멍’이라는 걸로. 난 그런 거 본 적 없지만.

 그렇다고 여기 나온 게 그런 ‘~멍’은 아니다.

 책 제목 그대로 밤에 도시를 걷는다.

 도시는 서울이다.

 서울에도 뜻밖에 걷기에 좋은 곳 많겠지.

 서울에 산다고 서울을 잘 알지는 못할 거다.

 이건 어느 곳에 살든 마찬가지겠다.

 나도 내가 사는 곳 잘 모른다.

 가는 곳이 같으니, 걷는 곳도 거의 같은 곳이다.

 같은 곳에 간다 해도 다른 길로 가면,

 기분이 조금 다르기도 할 텐데.

 

 

 밤의 거리는 묘하다.

 청각과 후각을 예민하게 깨우는 대신

 시각은 절반쯤 잠재우는 시간.  (57쪽)

 

 

 난 밤에는 잘 걷지 않는다.

 이렇게 쓰고 나니,

 낮에도 별로 걷지 않는다는 게 생각났다.

 그래도 차는 타지 않고 어디든 걸어다닌다.

 낮풍경과 밤풍경은 다르다.

 어느 때가 더 좋다 말하기는 어렵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괜찮다.

 꽃냄새는 낮보다 밤에 진하다.

 밤엔 낮보다 습기가 많아서겠지.

 

 유희열이 걷는 서울 거리는 잘 모른다.

 동네 이름 정도는 들어보기는 했지만.

 유희열 자신도 처음 가고,

 서울에 이런 곳이 있구나 한다.

 유희열이 모르는 곳에도 가지만,

 잘 아는 곳에도 간다.

 잘 아는 곳이어도 낮과는 다르게 보였겠다.

 

 집에서 밤에 깨어 있기는 좋아하지만,

 어스름이 깔린 때 바깥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그랬구나.

 밤이 오면 불을 밝히는 곳이 많지만,

 난 아직 집에 가지 못해 그 불빛을 볼 거 아닌가.

 아주 먼 곳에 갔다가 시간이 늦어서 집에 오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구나.

 밤산책은 잠시 밖에 나갔다 오는 것일 뿐인데,

 멀리에 갔다 집에 오지 못하는 걸 생각하다니.

 

 앞에서 말했듯 난 밤에 밖에 나가는 건 싫어하지만,

 이 책을 보고 유희열이 가는 곳을 따라가 보니

 밤에 걷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어서 밤 거리를 걷기보다

 그저 밤을 만나러 나간다면.

 유희열도 그런 게 좋았을 거다.

 

 

 상처가 흉터로 아물면 통증은 사라지지만

 기억은 언제까지고 사라지지 않는다.

 억지로 가리고 덮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좋은 시간은 좋은 시간대로,

 나쁜 시간은 나쁜 시간대로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지 않을 수 있다.  (273쪽)

 

 

 서울에서 옛모습이 남은 곳은 얼마 되지 않겠지.

 그런 곳이 다 예전과 달라지면 아쉬울 거다.

 시간이 흐르면 그곳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질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가도 자료는 남는다.

 그것 또한 기억과 다르지 않다.

 기억보다 역사라 해야겠다.

 

 밤은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게 한다.

 그런 밤에 걸으면 풍경을 바라볼지 생각에 빠질지.

 유희열은 바로 앞을 보고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밤에도 깨어 있는 사람, 도시 불빛.

 도시는 밤에도 잠 들지 않는다.

 불빛이 밝은 도시에선 밤에 걸어도 무섭지 않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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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23 09: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산책은 밤에 하는게 좋더라구요. 낮에 산책하면 좀 아까운 생각이 들더라구요. 적당한 어둠이 필요합니다 ^^

희선 2021-06-24 01:37   좋아요 2 | URL
밤에 걸으면 낮과는 다른 느낌이 들겠지요 적당히 어두울 때는 다른 사람도 별로 마음 쓰지 않고 걷겠네요 어두울 때 잘 보이는 건, 별, 달... 요새 별은 잘 안 보이군요 그래도 잘 보면 희미하게 보이기도 해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