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일기 3 노견일기 3
정우열 지음 / 동그람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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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종류는 잘 모르지만 폭스테리어는 좀 사납다는 말 들은 듯하다. 물지 않고 짖기만 하면 좋을 텐데, 어떨까. 풋코는 폭스테리어였다. 어릴 때는 풋코가 자주 짖었는데 지금은 나이를 먹어선지 덜 짖는 것 같다. 폭스테리어가 다 사납게 짖는 건 아니겠다. 개마다 다를 거다. 한번 짖으면 멈추지 않는 개도 있다. 언젠가는 천둥이 치니 개도 짖었다. 그런 소리 들으니 조금 재미있기도 했다. 개는 비나 눈 천둥 번개를 어떻게 생각할까. 사람보다 눈은 잘 보이지 않아도 소리나 냄새는 사람보다 잘 듣고 잘 맡는다. 개가 세상을 느끼는 방법은 사람과 다르겠다.

 

 지나가는 사람이 풋코를 보고 나이를 물어보기도 했다. 열다섯이다 하면 더 어리게 보인다고 말한 사람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풋코를 보고 나이 많아 보인다고 했다. 자기 개가 그런 말 들어도 기분이 좀 이상할까. 나이보다 어리게 보면 기분 좋고.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그런 말 들으면 좋아한다. 아이는 나이보다 커 보인다고 하는 걸 좋아할까. 개도 아이처럼 생각하는 사람 있겠지. 어떤 사람은 아이와 눈썰매를 탔는데 정우열은 풋코와 탔다. 아이는 울었지만 풋코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썰매가 재미있는지 정우열이 썰매를 끌고 다시 위로 가자 풋코는 썰매에 앉았다. 내리막은 같이 타고 내려와도 오르막은 그러지 못한다. 개가 썰매에 가만히 앉아 있다니 신기하구나.

 

 정우열은 소리와 풋코와 같이 살다가 소리를 먼저 떠나 보냈다. 풋코는 소리가 낳았다. 그걸 이제야 알았다. 풋코는 어미와 오래 살았구나. 소리는 그거 좋았을까. 소리가 풋코와 있을 때는 자주 짖었는데, 정우열이 소리하고만 밖에 나갔더니 조용했다. 정우열은 그날을 좋은 날로 기억했다. 소리한테도 혼자인 시간이 있어야 했다고 그때 생각했다. 동물은 사람보다 일찍 죽는다. 그걸 알아도 사람은 동물과 함게 살고 먼저 떠나 보내고 그리워한다. 정우열은 소리를 가끔 떠올렸다. 예전에 살던 집에는 소리가 좋아하는 조팝나무를 심었다. 이제 정우열은 거기에 살지 않지만 소리가 가끔 거기에 찾아오기를 바랐다. 소리는 조팝나무를 보러 오겠지.

 

 풋코는 날 때부터 정우열과 살았지만 소리는 그러지 않았나 보다. 정우열은 소리가 전에 함께 살던 사람을 잊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소리 마음은 어땠을까. 개 마음도 알기 어렵구나. 정우열은 가끔 풋코가 무슨 생각하는지 말해주기를 바랐다. 정우열이 풋코 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다 해도 알려고 해서 괜찮지 않았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풋코를 다른 사람한테 맡기기도 했는데. 풋코는 잘 지냈다. 잘 못 지내는 것보다 잘 지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전에는 자꾸 짖어서 다시 데려온 적도 있다는 말 있었는데. 개 나이 열다섯살은 사람 나이로는 아주 많겠지(2권에서는 열여섯살이었는데, 여기에서는 열다섯살이라니). 풋코 몸은 거의 좋았는데 백내장이 있었다. 정우열은 그걸 수술해야 하나 생각했다. 나이가 많아 수술하고 여러 치료 받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남은 시간 편하게 보내게 하는 게 나을지, 수술하고 눈이 조금이라도 잘 보이게 하는 게 나을지. 정하기 어렵겠다.

 

 다른 개 이름이 풋코와 같으면 어떨까. 같은 폭스테리어인 코코를 정우열이 아는 사람이 함께 살 사람을 찾아주었다. 코코와 살기로 한 사람이 코코 이름을 풋코라 했단다. 그런 일도 있다니. 풋코가 세상을 떠나도 다른 풋코는 아직 세상에 있겠구나. 열다섯살인 개와 사는 건 조마조마하기도 하겠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풋코가 건강하게 조금이라도 오래 살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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