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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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날고 땅에서는 날개를 접고 다닐 것 같은데. 날개 하면 천사나 악마가 생각나지만, 천사에 더 어울린다. 사람 몸은 새와 달라서 날개가 있다 해도 날기 어려울 거다. 새와 같은 몸 구조라면 모를까. 이런 생각을 먼저 하다니. 《버드 스트라이크》에 나오는 나는 사람은 도시 사람과 달랐다. 익인이라 하는데 왜 난 자꾸 그 글자를 악인이라 읽은 건지. 그냥 나는 사람이라 하면 안 될까(나는 사람이라 하면 나는 사람이다 같을까. 날개 달린 사람도 괜찮겠다). 나는 사람은 소수 민족이라 봐도 될 듯하다. 많은 사람은 소수 민족을 자신과 다르다 여기고 차별하고 자기들이 바라는 건 그냥 빼앗으려 한다. 그런 일은 오랜 세월 이어졌다. 지금이라고 그런 게 없지 않겠지. 나는 사람은 지구에 온 외계인 같기도 하다. 도시에서 무기 만드는 곳 사람은 나는 사람 무덤을 파헤치고 살아 있는 사람을 연구하려고 했다. 그나마 그걸 많은 사람이 찬성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사람은 피부색이 달라도 말을 하면 서로 알아듣는다. 말이 아니어도 몸짓 손짓 발짓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다. 피부가 다른 게 아니고 난다면 어떨까. 그것도 다르게 여기겠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별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그렇게 별나지 않다. 도시 사람과 떨어져 살기는 하지만. 서로 어울려 살면 안 되는 걸까. 도시 사람이나 나는 사람은 서로 섞이는 게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니 그랬던 거구나. 순수한 피여야 한다고 생각한 걸지도. 그런 게 언제까지나 이어질까. 서로 달라도 만나면 서로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 거다. 그렇게 해서 나는 사람에는 혼혈이 생겼다. 바로 비오다. 비오는 다른 나는 사람과 다르게 날개가 작았다. 비오가 자라기는 했지만, 하마터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비오와 비오 엄마를 받아들인 다이오가 있어서 비오가 세상에 나고 자랐구나. 다르다 해도 다 품을 수 있는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을 텐데.

 

 비오는 나는 사람이지만 그 안에서 다른 대접을 받았다. 사람은 무리 안에 조금 다른 게 있으면 그걸 차별하는구나. 그저 같은 사람일 텐데. 루는 전시행과 비서 사이에서 난 아이였다. 이럴 때도 사람은 차별한다. 루와 비오가 만나고 루는 잠시 비오 식구와 지낸다. 루는 비오가 다른 나는 사람이 하는 성인식 같은 시행식을 못한다는 말을 듣고 지장한테 따진다. 비오도 나는 사람이 아니냐고. 무리 안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어도 바깥 사람이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겠지. 루는 그걸 알고 말한 거겠다. 어쩌면 루가 비오와 같은 처지여서 그랬을지도. 루가 전시행 아이는 맞아도 시행 부부 아이는 아니고 그것 때문에 시청에 있을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앞에서 차별 같은 말을 했지만 이 이야기는 루와 비오가 만나고 서로한테 끌리는 이야기다. 단순하게 말했나. 서로 다르다 해도 마음이 끌릴 수도 있겠지. 루와 비오가 그런 마음을 바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처음에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비오 아버지나 동생 가하가 죽은 건 안타까웠다. 그 일 때문에 비오는 루를 다치게 했다. 비오가 루를 살리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다치게 하다니.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끝내려나 했다. 아주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리 나쁘지 않았다. 쓰러졌던 전시행은 세상을 떠나고 아들 휴고가 시행이 된다. 휴고는 아버지가 죽고 나자 단호해지고 외갓집 사람을 물리쳤다. 여기에도 힘을 가지려 다투는 사람이 있었다. 루는 그런 사람 때문에 위험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 휴고가 루와 루 엄마를 지켜주겠다고 했다. 루와 루 엄마는 시청이 아닌 외할아버지 과수원으로 돌아갔다. 비오는 무리를 떠났다. 루가 깨어나기 바로 전에. 루는 비오를 찾으려 한다. 언젠가 루는 비오를 찾을지.

 

 나는 사람은 날개가 나왔다 들어갔다 했다. 만화 같은 데서 본 날개 달린 사람은 그저 날개를 접었는데. 날개를 꺼내지 않으면 그저 좀 작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보통 사람보다 작고 몸도 가벼울 테니 말이다. 루와 비오 이야기만 했는데, 다른 것도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난 모습이 달라도 말을 나누면 같은 사람이다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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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28 0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름을 그냥 다름으로 인정하는 것, 다르니까 세상이 더 근사해지는구나 생각할 수 있는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좋은 소설, 희선님의 좋은 생각 잘 읽었습니다. ^^

희선 2021-03-29 00:18   좋아요 0 | URL
이런 걸 보면 달라서 차별하는 게 잘못됐다고 여기는데, 저는 그러지 않을지 자신 없기도 하네요 달라 보이는 걸 멋지게 여기거나 다른 생각을 재미있게 여기기도 하니 괜찮겠지요 제가 이런 걸 물어보다니...

주말이 다 가고 새로운 주 시작이네요 바람돌이 님 이번주 즐겁게 시작하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