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목으로 다섯번 썼는데 또 쓴다. 다섯번은 두 사람이 이야기 하는 식으로 썼구나. 잘 쓰지 못했다 해도 그렇게 이야기처럼 써서 기분 조금 괜찮았다. 그 뒤로 이야기 별로 못 썼으니. 시 같지 않은 걸 시다 하고 썼다. 아무것도 안 쓰는 것보다 그렇게라도 쓰는 게 나았다. 시 자주 보고 싶기도 한데 그러지 못하는구나.

 

 몇번이나 말했는데 난 어딘가에 가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때문에 여기저기 못 간다 해도 그렇게 아쉽지 않았다. 본래 안 가니까. 하지만 도서관 문 닫아서 아쉬웠고, 열어도 이름 쓰고 들어가는 건 싫었다(이제 이름은 안 쓴다). QR코드만 된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 어디 잘 안 가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다니. 그건 거의 코로나19가 나타나기 전이나 얼마 안 됐을 때 썼다. 이건 코로나19가 끝났을 때 올린다면 좋을 텐데(아직이구나). 그뿐 아니라 내 일도 나아졌기를 바란다(전보다 낫지만 여전히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팔월에 난 사라지고 싶었다. 어떤 일을 겪느니 차라리 사라지면 좋을 텐데 하고 엄마는 왜 나를 낳았을까 하기도 했다. 낳지 않았다면 아예 없었을 텐데 했다. 그런 생각 어린 걸지도. 팔월에 내가 바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우울하게 하루하루 살았다. 구월이 오고 가고 싶은 곳이 생각났다. 그곳은 지금 괴로움이 사라진 앞날이다. 이것도 이루지 못할 일이구나. 앞으로도 그냥 하루하루 살겠지. 마음 편안한 날은 올까.

 

 가고 싶은 곳 하나 더 생각났다. 어디냐면 내가 다른 모습으로 사는 평행세계다. 하지만 거기에서 다른 내가 나보다 잘 살거나 나보다 못 살아도 기분 안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내가 나보다 잘 살면 다행이다 여겨야 하는데. 그건 내 삶이 아니어서겠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달아나고 싶은 곳이구나.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도 지금 있는 곳이 싫어서 가기도 하겠지. 사람한테는 달아날 곳이 있어야 하는데. 나한테는 책일지도. 그것도 잘 안 될 때 있지만.

 

 시간이 가고 뭐든 나아지기를 바란다. 지금 바랄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다. 시간이 가도 바뀌지 않는 것도 있겠다. 그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도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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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3-23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괴롭거나 속상할 때 책으로 도망쳐요. 생각을 차단하고 싶어서요. 책은 도피처. 요런 도피처는 괜찮지 않아요??^^ 희선님 어떻게든 나아질 겁니다^^

희선 2021-03-24 01:40   좋아요 0 | URL
기분이 안 좋을 때 책을 보면 조금씩 나아지기도 하죠 걸으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도 나가고 싶어야 나가지, 바로 할 만한 건 책 보기밖에 없네요 책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