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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여기에는 단편이 열편 실리고 자르기 싸우기 버티기 3부로 이루어졌다. 첫번째 자르기는 당하는 거 아닌가. 어느 정도 자리에 오르면 누군가를 자르는 일을 할지 몰라도 많은 사람이 그걸 하지는 않을 거다. 첫번째 소설 <알바생 자르기>는 자르는 처지 사람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구나. 그래서 잘리는 쪽이 조금 안됐다 생각했나 보다. 아르바이트는 쉽게 자를 수 있다는 것에.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일 잘하는 사람 자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은 그 일을 하고 어떻게 살지 생각할 텐데. 비정규직은 한 곳에서 오래 일하기 어렵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야 하는 곳도 있는 것 같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자르고 다른 사람을 쓰기도 하겠다.
자신이 일하던 곳이 사라지면 무척 안 좋을 것 같다. <대기발령>에서는 없어지는 부서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간다고 말하지 않아 ‘대기발령’을 받는다. 대기발령은 하는 일 없이 벽 보고 앉아 있어야 한다니. 그건 일을 그만두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일찍 그만두면 퇴직금도 제대로 주지만 늦으면 그것도 조금만 준다 한다.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한 것도 겨우 하루 남겨두고 그랬던 것 같다. 하루도 아니고 몇시간이었던가. 회사는 사람을 쉽게도 생각한다. 없으면 다시 구하면 되지 하는. <공장 밖에서>에도 구조조정 당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나온다. 남은 사람은 산 자라 하고 해고 당한 사람은 죽은 자라 한다. 처음에는 둘 다 같은 마음이었는데 처지가 달라지자 싸운다. 공장은 거의 망하게 생겼다. 사람을 줄이고 차를 만드는 것보다 망하는 게 더 나았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 사람도 있겠구나. 윗사람.
회사에 다니는 것도 쉽지 않지만 자영업도 쉽지 않다. <현수동 빵집 삼국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가까운 곳에 빵집이 세 곳이나 생긴다. 프랜차이즈 두 곳과 보통 빵집. 사람들은 어느 곳에 많이 갈까. 맛이 좋은 걸 좋아할 것 같지만, 조금이라도 싼 곳에 갈 것 같다. 맛으로 소문 나는 곳도 있겠지. 소문이 많이 나도 그리 좋을 것 같지 않다. <사람 사는 집>은 재개발 이야기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땅을 얼마나 파는지에 따라 다르구나. 재개발보다 재건축을 더 좋아할 것 같구나. 그건 돈을 가진 사람이. 돈을 가진 사람은 그걸로 돈을 더 불리고 없는 사람은 언제나 없다.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집을 가진 사람한테나 돈을 주는 것 같다. 세 들어 사는 사람은 그저 쫓겨난다. 괜찮은 집주인은 이사할 돈을 주는 것 같기도 하지만. <카메라 테스트>에서는 한사람만 뽑는 지방 방송국 아나운서에 많은 사람이 응모했다. 지민은 누군가를 보고는 자신이 낫다 여기고 누군가를 보고는 자신이 모자라다 여긴다. 잘할 것 같았는데 지민은 실수한다. 아나운서가 되려고 다닌 학원에 천만원쯤 쓴 것 같은데. 아나운서가 되려면 그렇게 돈을 많이 들여야 하는구나. <대외 활동의 신>은 대학생 때 여러 대외 활동을 하고 신이라 듣는 사람 이야기다. 그 사람은 일자리 때문에 그걸 했다고 하지 않았지만 정말 그럴까. 대외 활동을 하면 좀 더 괜찮은 일자리 얻을 것 같기도 한데.
버티기에서는 무엇을 버티는 걸까. <모두, 친절하다>는 그저 친절하게 보이려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다른 데로 떠넘기기 같은 느낌도 든다. 규정이 그렇다면서. <음악의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음악에 값을 매기는 거 쉽지는 않구나. 예전에는 레코드나 CD로 음악을 팔았는데 지금은 음원을 판다. 음원은 그리 비싸지 않구나. 소설이나 시 쓰는 사람도 돈 벌기 어렵겠지만 음악하는 사람은 더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그런 사람이 없어지면 안 될 텐데. 마지막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를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학생이 학교 잘못을 바로 잡으려 해야 할지, 잠깐만 다니는 학교니 모르는 척해야 할지. 어느 아이는 정말 나중을 생각하고 급식 비리 전단을 돌렸을까. 그 마음은 나도 잘 모르겠다.
우리가 사는 곳은 자본주의사회다.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없으면 살기 어렵다. 그렇다 해도 많이 바라지 않으면 괜찮기는 하다. 이건 나만 그렇게 생각할지도. 지금 사람은 생활비뿐 아니라 이런저런 보험 연금도 드는 것 같다. 그건 다 나중을 생각해서겠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야겠지만 그것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람은 저마다 생각이 있고 바라는 것도 다르구나. 그래도 가끔 자기 생각이나 마음을 돌아봤으면 한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