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은 말을 나누고 사람을 알 텐데 난 그랬던 적 거의 없다. 말을 워낙 안 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기만 했다. 난 편지 써서 말했다. 어떤 때는 편지에 쓰려고 말하지 않기도 했다. 그건 좀 웃기는구나.
책 이야기를 편지에 쓴 적도 거의 없다. 어릴 때는 내가 책을 잘 몰랐고, 책 읽는 친구도 없었다. 그때 무슨 말 썼지, 별거 아닌 말했겠지. 그건 지금도 다르지 않다. 한때는 글 잘 써 보고 싶어서 일기나 편지를 쓰기도 했다. 자꾸 그러다 보니 말을 더 못하게 된 건가. 아니 사람을 안 만나서 그럴지도. 만나도 응, 아니밖에 말하지 않았겠지만.
몇해 동안 책 읽고 쓰다보니 거기에 쓰려고 편지에 책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한번 한 말 또 하기 멋쩍어서. 이런 생각도 좀 웃긴 것 같다. 책 보고 쓸 때 쓰려고 아껴둬도 내가 쓴 걸 편지 받는 사람은 안 보기도 할 텐데. 내가 글에 쓴 걸 다른 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면 좀 아쉽다. 그런 걸 바라다니. 난 그걸 조금 잘 기억하는 편이다. 내가 그런다고 다른 사람도 그러기를 바라면 안 되겠지. 편지가 아닌 글에 쓰려고 안 쓰는 말도 있지만, 여러 번 되풀이하는 말도 있다. 그런 건 쓰면서 또 이 말하다니 한다.
아무래도 난 말보다 글을 더 잘 기억하는 것 같다. 그나마 글이 있어서 다른 사람과 말을 나눈다. 이건 다행이다. 글이 없었다면 난 혼자였을 거다. 아니 그때는 책하고 말했을까. 그랬을지도.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이고 나는 나다. 조금 어긋나면 어떤가. 이 빠진 동그라미도 거기에 딱 맞는 조각보다 빈 틈이 있는 게 낫다고 여겼다. 마음과 마음에도 틈이 있는 게 좋겠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