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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반양장) -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89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세상이 살기 어려워서 갈수록 아이를 낳는 사람이 줄어드는 걸까.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서기도 하구나. 한국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으면 둘레에서 별로 좋게 보지 않는다. 결혼도 안 하고 아이를 낳다니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지금보다 나이가 적었을 때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진 것도 같다. 결혼 안 하고 아이 낳으면 어떤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 하나 기르는 게 무척 힘들다는 거 그게 문제구나. 돈뿐 아니라 남의 눈길도 문제다. 이른 나이에 아이를 갖고 낳은 사람은 아이를 다른 데 보내거나 자기 부모 호적에 올리기도 한다. 호적으로는 엄마와 아이가 형제가 되는 거다. 그건 좀 그렇지 않을까. 나도 그런 건 소설에서 봤지만 실제로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누구를 위해선지. 부모 그러니까 아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닐까. 아이 엄마는 처음부터 부모 자격도 못 갖다니. 아이 엄마 모르게 아이를 다른 데 보내버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있구나.
언젠가는 이 이야기에 나온 것 같은 세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세상이냐면 아이를 낳았지만 기르기 싫은 부모는 아이를 센터에 보낸다. 그 아이는 나라의 아이로 자란다. 그렇게 된 건 아이를 낳는 사람이 줄어서였다. 나라에서 아이를 대신 길러주겠다고 한 거다. 고아원이 생각나지만 그것과는 다르다. 센터에서 자란 아이는 열세살이 되면 부모를 고를 수 있다. 부모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신청하면 아이와 만난다. 고아원은 부모될 사람이 아이를 고르지만 여기에서는 아이가 부모될 사람한테 점수를 매기고 고른다. 언뜻 보면 좋을 것 같다. 정말 좋을까. 고른다는 건 자기 마음에 드는 거여야 한다는 거다. 부모와 자식 사이가 그걸로 오래 갈까. 내가 고르지도 않은 부모다 생각하면서 불평하는 사람도 있구나. 부모는 말 잘 듣고 잘생기고 공부 잘하는 아이를 바랄 것 같다.
부모가 되려는 사람에서 아이를 바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부모가 됐을 때 받을 혜택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라고 다르지 않다. 센터에서 자랐다는 것 때문에 차별받기도 한다. 부모를 고르면 센터에서 자랐다는 기록이 다 사라진다. 누군가는 그걸 이용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렇게 걱정할 건 없다. 센터에서 아이를 보호하는 사람이 있어서 부모가 되려는 사람이 어떤지 정도는 알아보고 문제가 있어 보이면 아이와 만나게 하지 않는다. 아무리 그런 일 오래해도 사람을 잘못 보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섯해마다 아이와 부모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본다. 그나마 그런 게 있어서 다행이다. 책속 세상이지만 좋은 부모를 만나는 아이도 있겠지. 부모와 아이가 서로 맞춰가며 살겠구나. 그런 걸 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이 있겠지.
열일곱살인 제누 301은 생각이 많은 아이다. 부모가 되려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거기 왔는지 다 알아본다. 세상에는 일찍부터 사람 마음을 잘 아는 아이도 있다. 제누 301은 자신과 같은 방을 쓰는 아키를 동생처럼 여기고 아키가 좋은 부모를 만나기를 바란다. 제누 301은 센터장이나 가디언도 잘 본다. 제누 301은 지금까지 만난 사람과 다른 사람들을 만나겠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솔직했다. 제누 301은 그게 좋았다. 괜히 괜찮은 척 잘 보이려 하지 않는 게. 느낌이 좋아서 이제 제누 301도 부모가 생길까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제누 301은 자신이 괜찮은 자식이 될 자신이 없다 했다. 많은 사람은 부모가 좋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자식은 그러지 않아도 될까. 부모와 자식이어도 서로 애써야 할 텐데, 부모와 자식이라는 걸로 서로한테 상처주지 않나 싶기도 하다.
어떤 게 가장 좋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부모와 자식 사이 말이다. 살면서 만들어가야 할까. 지금까지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난 좋은 자식이 못 되겠지. 되어야겠다가 아니구나.
희선
☆―
“왜 부모에게만 자격을 따지고 자질을 따지세요? 자식 역시 부모와 잘 지낼 수 있는지 꼼꼼하게 따지셔야죠. 부모라고 모든 걸 알고 언제나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은 버리라고 하셨잖아요. 부모라고 조건없이 희생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요.” (1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