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건 아니지만, 문 열고 스무해는 넘은 책방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내가 사는 곳에 있던 책방에서 사라진 곳이 거기만은 아니구나. 문을 닫은 곳보다 더 빨리 문 닫은 곳 여러 곳이다. 가끔 그 책방을 보면서 다른 곳은 없어져도 그곳은 있어서 다행이구나 했는데.

 

 난 어릴 때부터 책을 본 게 아니어서 책방 같은 데 잘 안 갔다. 언제 책방을 알고 가끔 가기도 했는지 생각나지 않는데, 누군가를 만날 때 책방 앞이나 책방에서 만났다. 그렇게 책방에서 사람 만나기로 한 건 나만은 아닐 거다. 이제는 어디에서 만날까. 커피 가게에서 만나려나.

 

 예전에 책방에 가도 책을 읽지는 않았다. 그냥 보기만 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책방에서 책을 마음대로 봐도 괜찮았구나. 눈치는 조금 봤지만. 인터넷이 생기고 책방보다 인터넷 책방에서 책을 사게 됐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해서 어디나 책방이 문을 닫았겠다. 요새는 동네 책방이라고 하는 작은 책방이 생기기도 한다.

 

 얼마 전 문 닫은 책방에서 가까운 곳에 책방이 생겼다는데 난 한번도 못 가 보고 어딘지 잘 모른다. 말로 들었는 때는 아는 곳 같았는데. 언젠가 한번 거기에 가 보려 했더니 내가 생각한 곳이 아니었다. 그 책방은 오래 가기를 바란다. 거기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이 많이 가고 책도 사기를. 책방 이름은 마리서사고 먼 곳에서 오는 사람이 들르기도 한단다.

 

 

  

   사진 : 마리서사 https://www.instagram.com/mariebookstore/

 

 

 

 책방 기억은 겨우 누군가를 만나려 한 곳이라는 것밖에 없구나. 문 닫은 책방에는 몇 번 안 가 봤다. 아니 지금 생각하니 한동안 거기에서 PAPER 샀구나. 그때는 책방이 여러 곳 있었는데 PAPER가 있는 곳은 거기밖에 없었다. 이건 좀 나중이던가. 거기에 몇 번 안 갔다고 생각했는데 한달에 한번 간 적 있구나. 책방은 집에서 멀다. 걸어서 30분에서 40분 걸린다.

 

 한번은 그 책방이 아닌 다른 책방에서 일 해 볼까 한 적 있다. 그때 말을 그렇게 안 해서 어떡하느냐는 말을 들어서 그만뒀다. 시간도 늦은 때까지였다. 일만 하면 되지 왜 말 안 하는 것가지고 뭐라 하는 건지. 그런 말 들은 게 한두번이 아니구나. 지금도 말 거의 안 한다. 안 좋은 기억이 하나 떠오르다니. 말 잘 못하는 내가 문제겠지. 다들 이상하게 여긴다.

 

 세상이 바뀌어도 그대로인 게 있으면 좋을 텐데 그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지금 있는 책방이라도 앞으로 문 닫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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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씨 2020-04-29 0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여기 마리서사 다녀왔어요. ^^
밤의 사진으로 보니 너무 분위기 있네요.

희선 2020-04-30 01:14   좋아요 0 | URL
구단 님은 여기 가 보셨군요 다른 시에서 여기 오셨을 것 같은데... 집에서 걸어서 한 15분에서 20분쯤 걸리면 찾아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걸릴 것 같아서 안 찾아봤어요 제가 잘 안 가는 곳이기도 해서...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