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 (양장) TV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더모던 감성 클래식 2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애니메이션 <빨강 머리 앤> 원화 그림, 박혜원 옮김 / 더모던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 번 읽은 책이 거의 없는데 ‘빨강머리 앤’은 여러 번 봤다. 여러 곳에서 나온 걸로. 열권으로 나온 것도 다 봤지만 생각나는 건 별로 없다. 그때는 그냥 읽기만 했으니. 읽기만 해도 잘 볼 수 있을 텐데 깊이 못 봤다. 지금도 책을 깊이 있게 보지 못하지만. 내가 <빨강머리 앤> 만화영화를 언제 봤는지 모르겠다. 몇해 전에 다시 본 건 한국말이 아닌 일본말이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캐나다 사람인데 책은 미국에서 먼저 나오고, 만화영는 일본에서 만든 게 잘 알려졌다. 그 만화영화는 1970년대에 만든 거였다. 그렇게 오래전에 만들었다니. 말하는 건 많이 어색하지 않지만 해설은 옛날 느낌이 난다. 빨강머리 앤에 나온 성우에서 길버트 역을 한 사람은 여전히 성우로 활동한다. 앤을 맡은 사람은 앤이 에이번리에 오기 전 이야기로 만든 <안녕 앤>에서 해설을 했다.

 

 만화영화 이야기를 한 건 이 책에 만화영화 그림이 담겨서다. 어디선가는 만화영화 그림으로 만화책을 냈던데. 예전에 나온 건 그리 길지 않았는데 요새 나온 건 긴 것 같다. 만화책으로 보고 싶으면 그걸 봐도 괜찮겠다. 빨강머리 앤은 일본에서 만든 만화영화 캐릭터가 인상 깊어서 다른 모습은 앤이 아닌 것 같다. 이런 생각 나만 할까. 만화가가 그린 빨강머리 앤도 있다. 그건 못 봤지만. 빨강머리 앤은 드라마로도 만들었다. 몇해 전에도 만들었나 보다. 앤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구나. 이번에 앤을 보면서 나한테 이런 친구가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다. 난 말하기보다 듣는 걸 좋아하니 말이다. 앤이 하는 말 잘 들을 텐데. 듣기도 하고 같이 이야기도 나누면 즐겁겠다. 예전에는 활발했던 앤을 부러워했던 것 같다. 지금도 다르지 않구나. 앤은 나하고는 반대다. 난 지금도 말 잘 못하고 사람 대하기 어렵다.

 

 부모가 일찍 죽은 앤은 어렸을 때 이 집 저 집에서 아이를 돌보았다. 앤은 자신을 바라는 사람이 없다 여겼다. 그러면 성격이 어두워질 것 같은데 앤은 그렇지 않았다. 앤은 상상을 했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 못했다. 나이를 먹고 앤이 참 대단하다 여겼다. 몇해 전에 앤이 프린스에드워드 섬 에이번리에 오기 전 이야기를 담은 <안녕 앤>을 보면서는 조금 울었다. 앤이 무척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서(어쩌면 그때 내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랬을지도). 그것도 소설 봤는데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그건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쓴 게 아니고 공모에 붙은 거였을 거다. 여기에도 앤이 마릴라와 화이트샌즈에 가면서 말하는 어린 시절 이야기가 조금 나온다. 농장 일을 도와줄 남자아이를 기다리던 마릴라는 매슈가 데리고 온 여자아이 앤 셜리를 만났을 때는 무척 놀랐지만, 앤이 하는 말을 듣고 화이트샌즈에 가면서 앤을 좋아하게 됐다. 마릴라는 자기 마음을 바로 몰랐겠지만 마음 깊은 곳에 그 마음이 있었을 거다.

 

 책이 나오고 오랜 시간이 흐르고도 많은 사람이 앤을 좋아하는 건 왤까. 앤이 긍정스럽고 밝아서겠지. 앤이 사는 곳도 좋아서가 아닐까 싶다. 프린스에드워드 섬 에이번리가. 이곳은 바다로 둘러싸이고 나무와 농장 시냇물……. 도시가 아니다.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곳이다. 여전히 시골은 있겠지만. 앤이 살았던 시대는 전기도 차도 거의 없었다. 자연에 둘러싸인 곳. 그런 걸 바로 느끼지는 못해도 무의식은 편안함을 느낄 거다. 뺄 수 없는 것에서 하나는 마음의 친구 다이애나다. 이걸 부럽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앤과 다이애나는 조금 다르지만, 다르기에 친하게 지냈겠지. 앤은 퀸스 학교에 다닐 때도 다이애나를 잊지 않고 편지를 보냈다. 나이를 먹고 서로의 가정을 갖게 되고는 어릴 때만큼은 아니었겠지만. 이런 것도 생각하다니.

 

 

 

 

 

 

 

 

 오랜만에 다시 앤을 만나서 즐거웠다. 만화영화 그림이 담긴 것도 좋았다. 몇해 전에 다시 만화영화를 봤을 때 난 앤이 마릴라 자수정 브로치를 정말 갖고 나갔다가 반짝이는 호수에 떨어뜨렸는지 알았다. 그렇게 생각하게 만화영화를 만들어서구나. 마릴라가 다른 데서 자수정 브로치를 찾은 걸 보고 다행이다 여겼다. 그날 앤은 조금 늦게 교회 소풍에 가고 태어나고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지금 아이들은 그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를 거다. 지금은 모자란 게 없는 시대니. 아니 어딘가에는 부모가 없어서 힘들게 사는 아이가 있겠다. 그런 아이가 있다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할 텐데. 매슈는 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쳐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마릴라는 앤을 조금 엄하게 대하는 쪽을 맡았다. 그렇게 나누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이런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책을 보다 벌써 아는 끝이 다가오면 아쉽다. 난 매슈가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 늘 슬프다. 매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지만 앤을 만나서 기뻤겠지. 마릴라가 앤을 고아원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돌아왔을 때 매슈는 가장 기뻤을 거다. 마릴라 또한 앤이 있어서 매슈가 죽었을 때 슬픔을 견딜 수 있었겠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기뻐하고 슬퍼하기도 하는 이야기구나. 앤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좋아하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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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12-29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빨간머리 앤처럼 여러 버전으로 보게되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네요.
저도 어린이 문고본으로, 만화 영화로, TV 시리즈로 봤는데
질리지가 않아요. 다시 책으로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그림이 좋네요.

가끔 제 서재에 조용히 댓글 남겨 주시고 관심가져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내년에도 좋은 책 많이 읽으시고, 시도 꾸준히 써 주시기 바랍니다.
세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희선 2019-12-30 00:57   좋아요 1 | URL
사실 저는 어릴 때는 잘 몰랐어요 우연히 책방에서 책을 봤지만 그렇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네요 만화영화 보고 더 좋아하게 되고 책을 보게 됐어요 이 책은 여러 가지가 있고 오랫동안 나오기도 하는군요 여기에는 만화영화에 나온 장면이 있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올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늘 그렇지만 뭐 하고 살았나 싶어요 아직은 아니지만 마지막 날이 지나면 한해를 보냈구나 하겠습니다 올해초에 한해를 끝까지 살아야겠구나 했거든요

stella.K 님 고맙습니다 올해 마지막 날까지 보내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