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서른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 - 도시 여자의 리얼 농촌 적응기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1월

 어쩌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가키야 미우 책을 여러 권 만났네요. 가키야 미우는 지금 일어나는 일을 소설로 쓰는군요. 소설처럼 여러 문제가 잘 풀리면 좋겠지만 그건 어렵겠습니다. 그래도 그런 소설이 있는 것도 괜찮겠지요. 바로 무언가 바뀌지 않는다 해도 책을 보면 조금은 생각할 테니까요. 꼭 소설속 이야기만은 아닐 거예요. 제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도. 어두운 이야기여도 책은 그렇게 어둡지 않아요. 지금까지 본 책이 거의 그랬습니다. 어두운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책 분위기까지 어두우면 읽기 싫겠네요. 아니 그건 그것대로 다른 느낌이 들겠습니다.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하게 할지도 모르지요. 태어나는 사람은 적고 나이 많은 사람은 느는 세상. 이건 멈추기 어려울 거예요. 아이를 거의 낳지 않아서 언젠가 모든 사람이 세상을 떠날 날도 올까요. 이 책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군요. 아주 상관없지 않지만 이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지는 않아요. 지금 세상은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은 늘고 여성은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자리는 남자든 여자든 다 구하기 어렵군요.

 대학을 나오고 정규직원이었던 적도 있는 미즈사와 구미코는 지금 서른두살로 파견 일도 끊겼습니다. 엎친 데 덮친다고 하지요. 함께 살던 남자친구 시노야마 오사무는 다른 여자랑 결혼한다면서 구미코한테 집을 나가달라고 해요. 처음에는 두 사람이 사귀고 돈을 아끼려는 생각에 함께 살았는데 구미코는 오사무와 결혼할 마음이 없었어요. 서로 그런 마음이어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말하라고도 했지요. 오사무는 구미코하고 결혼하고 싶었는데. 구미코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다가 텔레비전 방송에서 이제는 농업도 여자 혼자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거기에 관심을 가져요. 저는 무언가에 조금 관심가져도 그걸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안 하는데. 구미코는 마음먹은 걸 바로 하는군요. 저는 할 수 있는 것만 합니다. 새로운 건 잘 못할 듯. 구미코는 오랜만에 대학 선배한테 연락하고 방을 구하고 아르바이트 하면서 농업대학교에 다녀요. 농업대학교는 한주에 한번 갔어요.

 정말 구미코 대단하지요. 구미코는 농업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채소도 길러보고 농사에 자신을 가졌는데 밭(땅) 빌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겨우 땅을 빌릴 수 있게 됐는데 다 아주 안 좋은 땅이었어요. 땅을 놀리기보다 다른 사람한테 빌려주는 게 더 나을 텐데. 구미코가 방을 얻을 때는 어떤 채소든 잘 기르는 이쿠라 후지에가 도움을 주어요. 나라나 지방에서는 농업을 하는 사람한테 도움을 준다고 했는데, 그건 그 지역에 농사짓는 부모가 있는 사람이나 연줄이 있는 사람에 한해서였어요. 그리고 남자나 결혼한 사람. 구미코는 여자에 혼자여서 더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지요. 구미코한테 도움을 주는 여성이 나타나는군요. 여성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여성과 여성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음식 만들기는 오랫동안 하면 몸에 익겠지요. 그래도 무엇을 어느 정도나 넣는지 계량하면 누구나 좋은 맛을 내는 음식을 만들 수 있겠습니다. 농사도 정성을 쏟으면 되겠지만 처음 하는 사람은 어떤 기준이 있으면 조금 낫겠지요. 구미코가 그런 생각을 하더군요. 다행하게도 구미코한테는 어떤 채소든 잘 기르는 후지에가 잘 가르쳐 줬습니다. 구미코는 성실해서 후지에가 해주는 말을 다 적었어요. 어떤 거든 그랬어요. 잘 적고 그것을 잘 살려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몸으로 익히는 사람도 있겠지요. 구미코가 기른 채소 아주 좋았는데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어요. 농사는 그렇기는 하죠. 잘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잘 되면 잘 되는대로 돈을 별로 못 벌 거예요. 지금은 인터넷이 있어서 좀 나을지. 인터넷에서는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농가와 채소 사는 사람이 바로 거래할 수 있잖아요. 인터넷 블로그로 돈을 버는 가타기리 미즈키가 도움을 줘요. 블로그로 돈을 벌기도 하는군요. 한국에도 그런 사람 많을 듯합니다.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 다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니.

 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이 있듯 여기에도 여러 여성이 나와요. 구미코도 후지에가 한번 해 보라고 해서 결혼 활동 파티에 나가요. 구미코는 거기에서 만난 여성 둘하고 친해져요. 그 두 사람은 나중에 결혼해요. 결혼하는 게 나쁜 건 아니겠지요. 두 사람은 괜찮은 사람을 만났어요. 시간이 흐르면 구미코도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결혼할지도 모를 일이지요. 지금 안 좋은 형편에서 벗어나려고 결혼하면 더 안 좋을 거예요. 또 여자 혼자 채소 기르면 어때요. 저는 구미코 멋지게 보입니다. 실제로도 그런 사람 있으면 좋겠네요.

희선

☆―

 “오늘날 지구는 본래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어요. 더우기 도시에는 곤충이 적어서 나무들이 좀처럼 가루받이를 하지 못하고, 그 결과 지구에서 나무가 갈수록 사라지고 있어요.”

 “호오, 그래. 그래서?”

 “꿀벌이 많이 날아다니면서 가루받이를 하면 나무에 열매가 맺혀요. 그리고 그 열매를 새가 먹는데요, 새는 해충도 같이 먹어요. 살충제가 없어도 되죠. 이렇게 되면 곤충과 미생물이 늘어나고 또 새도 늘어나요. 그러면 매 같은 맹금류도 늘어나요. 곧, 본래 있어야 할 생태계가 연쇄 반응을 일으켜요.”  (3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