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치오 슈스케 장편소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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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랜 시간은 아니고 예전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어릴 때는 조금 시골에 살았다.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제는 어떤지 잘 모른다. 그곳에 가 본 지 오래돼서. 그곳은 개발할 게 없기는 하다. 논이 더 많았던 곳이니 말이다. 그 논이 다 사라지고 아파트나 높은 건물이 들어설 것 같지 않다. 거기 살던 사람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둘레에 논이 있다고 해서 거기 사는 사람이 농사짓는 건 아닐 거다. 집은 시내에 있는 사람도 있겠지. 정말 많이 바뀐 곳은 지금 사는 집 둘레다. 그러고 보니 여기도 논이 많았는데 이제는 거의 남지 않았구나. 시간이 더 흐르면 어릴 때 살던 곳도 논보다 높은 건물이 더 많아질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곳에 갈 일은 없겠지만, 그냥. 가지도 않으면서 그대로기를 바라다니.

 

 이 책을 보니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동네에 사는 친구와 작은 산에 올라 소꿉놀이 하던거나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숨바꼭질 같은 거 하던 게. 여기 나오는 메고이코 호수 같은 곳은 없었지만 논에 대는 물로 쓰는 곳이 있어서 겨울에 그곳이 얼면 미끄럼을 타기도 했다. 메고이코 호수에는 유황성분이 있어서 물고기가 하나도 없었다. 물은 맑은데 아무것도 살 수 없는 곳이라니. 그래도 그런 호수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 그 호수에는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도 했다. 커다란 잉어와 젊은 남자가 좋아하고 낳은 인어 이야기. 커다란 잉어와 사람이 아이를 낳으면 인어가 되는구나. 물고기와 사람 반반이구나. 재미있는 생각이다. 재미있게 보이지만 끝은 안 좋다. 인어 고기를 먹으면 죽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마을 사람은 인어를 잡아먹으려 목을 잘랐으니 말이다.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지만 그건 다른 무언가를 비유하는 것일지도. 일본에는 그런 이야기가 있다. 아니 그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질까.

 

 초등학교 4학년 리이치, 신지, 히로키, 기요타카 그리고 넷보다 두살 많고 신지 누나기도 한 에츠코 다섯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친하게 지냈다. 기요타카는 4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다른 아이와 친하게 지낸다. 기요타카 할머니를 아이들은 오이 부인이라 한다. 괴팍한 할머니처럼 말하지만 아주 안 좋은 사람은 아니다. 가난하게 손자하고만 살아서 그렇게 된 것일지도. 동네에 가끔 나타나는 떠돌이 개 완다하고는 엄청 크게 싸우고 이긴다. 나중에는 완다가 오이 부인을 잘 따른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감선생님이 말해준 커다란 잉어와 인어 이야기를 듣고 여름방학에 메고이코 호수에서 커다란 잉어를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친구와 함께 낚시해서 즐거웠겠지. 메고이코 호수가 말라서 동굴로 가는 길이 생겼다. 아이들은 그 동굴에 들어가고 잘린 인어머리를 찾아낸다. 그건 교감선생님이 어릴 때 만들어서 둔 거였다. 교감선생님이 어렸을 때 다른 아이들을 놀래주려한 건데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이뤘다.

 

 아이들은 엉뚱한 일도 한다. 가짜 암모나이트 화석을 만들어 히로키를 속이고, 기요타카 할머니가 병원에 가게 돼서 멀리 이사한다고 여기고 백화점을 지은 대리석에 있는 암모나이트 화석을 파내려 한다. 그 생각을 말한 건 다른 아이들보다 어린아이였지만. 그 아이 때문에 유괴사건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아이들은 오이 부인이 보고 싶다고 한 반딧불이 애벌레를 잡고, 오이 부인한테 반딧불이를 보여준다. 여기 담긴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이런저런 일이 일어난다. 어쩌면 우리 삶도 그럴 텐데 우리가 그냥 흘려 보내는지도 모르겠다. 별거 아닌 일도 빛나게 여길 수 있겠지. 그런 건 어린 시절에 더 많이 일어나는 듯하다. 이 이야기는 미치오 슈스케 경험일까. 그런 말은 한마디도 없지만. 누군가한테 듣기도 하고 자기 경험도 썼을 것 같다.

 

 여기 담긴 이야기는 좀 옛날 같은 느낌도 든다. 지금 아이들은 느끼기 힘든. 아니 시골은 아직 괜찮을까. 일본이든 한국이든 이제 시골에는 아이가 거의 없다. 학교도 다닐 아이가 없어서 문을 닫는다. 지금 아이들은 지금 아이들 나름대로 빛나는 어린 시절을 보내면 좋겠다. 부모가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공부 공부 하지 않았으면 싶다. 그건 어려운 일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사는 게 힘이 될 수도 있지만 모두 그렇지는 않을 거다. 그래도 어릴 때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친구와 노는 게 좋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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