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외출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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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은 몇해 전에 알았는데 책은 처음 만났다. 그동안 왜 만나지 못했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마스다 미리는 만화뿐 아니라 산문(에세이)도 쓴다. 지금까지 그런 책도 나왔을 텐데, 책에 손이 아니고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우연히 내가 알고 괜찮다 여겼다면 아무리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 해도 나도 좋아했을지도 모를 텐데, 그게 아니어서 쉽게 만나지 못한 것 같다. 내 성격 조금 이상하구나. 아니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 이야기보다 자신이 알아보는 걸 더 좋아하는. 그렇다고 내가 무언가를 잘 알아보는 건 아니다. 남이 좋다고 해도 난 그게 왜 좋은지 모를 때 많다. 그리고 뭔가 좋아도 그게 왜 괜찮은지 잘 말하지 못한다. 말도 못하고 글로도 잘 쓰지 못한다. 그런 거 못하면 어떤가 싶다. 그래도 무언가를 뚜렷하게 말하거나 쓰는 사람 부럽다. 아니 난 나대로 모자라게 말해도 괜찮겠지. 나는 나다. 이 책에 이런 이야기 담긴 건 아닌데.

 

 마음이 안 좋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지만 그걸 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건 자신의 죽음이 아닌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다. 자신의 죽음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 마스다 미리는 아버지가 말기암이라는 걸 알고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걸 할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을 거다. 부모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한 자식도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슬퍼하겠지. 그건 자식으로 부모한테 잘 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일까. 그런 마음이 클 것 같다. 자식은 부모한테 걱정시키지 않고 자기대로 살면 좋고 부모는 부모대로 살면 좀 낫지 않을까 싶다. 부모든 자식이든 서로 못해준 걸 아쉬워하지 않고. 다시 태어나도 비슷하게 살 거다. 그러니 자기 삶을 잘 꾸려가는 게 좋겠다. 마스다 미리는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마스다 미리 아버지도 나름대로 살았다. 이런 생각도 든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그 사람 삶을 다 알 수 없다는. 모른다고 해서 슬퍼할 건 없다. 나중에 아는 게 없다 아쉬워하지 않으려면 그때그때 알려 하고 물어봐야겠구나. 알지만 나도 잘 하지 못하는구나.

 

 언젠가 아내가 죽은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지금도 아내가 어딘가에 다니는 듯하다고. 돌아오지 못해도 어딘가를 다닌다고 생각하면 좀 나을지도. 죽은 사람은 그렇게 사는 게 아닌가 싶다. 누군가의 기억에 살기도 하고. 죽은 사람과 좋은 기억이 많은 사람은 더 그립겠지. 마스다 미리도 엄마나 동생과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아버지가 하고 싶었던 거 함께 하지 않아서 미안하게 생각했다. 상대가 어떤 마음인지 알아도 귀찮아서 모르는 척할 때도 있겠지. 모르면 어쩔 수 없지만 안다면 조금 들어줘도 괜찮을 듯하다. 우리도 언젠가는 영원히 떠난다. 떠나는 사람보다 남은 사람이 좀 더 슬플 듯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슬픔이 덜하겠지. 떠난 사람과 하지 못한 걸 생각하겠다. 어떻게 살든 아쉬움은 남을 거다. 덜 아쉬워하고 살면 좋을 텐데, 생각처럼 안 될 때가 더 많다.

 

 시간은 정말 잘 흘러간다. 시간이 흐르듯 사람도 간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함께 한 시간이 긴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다. 아무리 살면서 안 좋은 일이 많았다 해도. 책이나 영화에서 늘 보던 사람이 죽어도 슬픈데. 그래도 죽음이 있기에 삶이 빛난다. 죽지 않고 살아도 무척 재미없을 거다. 살았을 때 가까운 사람과 마음을 나누면 좋겠다. 그것 때문에 누군가 떠났을 때 더 슬플지라도. 어차피 누군가 떠나면 슬플 테니 좀 더 잘 하고 슬퍼하는 게 낫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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