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진짜 책이 되고 싶었다. 오랫동안 아무도 책을 펼쳐보지 않아서 책에는 하얗게 먼지가 쌓였다. 시간이 갈수록 책에는 먼지가 쌓이고 제목도 보이지 않았다.
밤마다 아니 책은 날마다 하루 내내 울었다. 책이 울어도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사람이 그 소리를 들었다면 깜짝 놀라 그곳을 빨리 떠났을 거다. 책이 우는 소리를 들은 고양이가 한마디 했다.
“책아, 그만 좀 울어. 시끄러워서 내가 잠을 못 자겠잖아.”
누군가 자신한테 말을 건 게 기뻐서 책은 울음을 그쳤다. 자신 앞에 서 있는 네발 달린 고양이를 보고는 조금 실망했다.
“아, 고양이님이군요. 저는 사람인지 알았어요.”
“사람이 아니어서 미안해. 너 왜 그렇게 우는 거야.”
책은 한숨을 한번 쉬고는 말했다.
“제 모습을 좀 보세요. 먼지를 뒤집어 쓰고 아무도 저를 읽지 않잖아요. 그게 무척 슬퍼요. 오래전에는 가끔이라도 누가 읽었는데.”
고양이는 둘레를 둘러보고 먼지에 싸인 책을 보았다. 다른 책은 책장에 세로로 꽂혀 있지만 그 책은 가로로 누워 있었다. 책 앞뿐 아니라 책등에 적힌 제목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책도 누가 빼 본 흔적이 없었다.
“다른 책도 먼지를 뒤집어 쓰고 누가 읽을 것 같지 않은데.”
“그건 말이지요. 다른 책은 잠에 빠져서 그래요. 저는 어쩌다 깨어났어요. 차라리 저도 잠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은 책을 읽는 사람이 아주 많지 않고 읽는다고 해도 새 책을 보지 않을까.”
자기 몸을 둘러본 책은 다시 한숨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먼지라도 털면 누가 알아볼지도 모를 텐데…….”
그 소리를 들은 고양이는 책에 쌓인 먼지를 앞발로 털었다. 먼지를 털어내자 제목이 조금씩 보였다. 다행하게도 고양이는 사람이 쓰는 글자를 읽을 수 있었다. 먼지를 다 털어낸 책에 쓰인 제목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였다. 책 제목을 본 고양이는 눈이 조금 커졌다. 고양이는 조심조심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