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갈나무에 많이 달린 도토리
사람이 따가고
새가 따가고
떨어진 건
사람이 주워가고
작은 동물이 주워가지
떡갈나무에 아무리 도토리가 많이 달려도
거기에서 싹을 틔우는 건 있을까 말까 하다
운이 좋은 도토리 하나쯤은 있겠지
땅에 떨어지고 나무잎에 가려
사람도 동물도 주워가지 않은 도토리 하나
도토리는 겨우내 땅속에서 지내다
힘을 내 싹을 틔웠다
싹을 틔웠다고 마음 놓을 수 없다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어려움을 겪듯
어린 나무는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자란다
열심히 싹을 틔운 도토리가
동물한테 들키지 않고
커다란 떡갈나무가 되기를 바란다
희선